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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기료 폭탄’ 던지고 성과급 잔치 벌이는 한전

한국전력공사가 이르면 이달 말 임직원 1인당 평균 2000만원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한다.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액수다. 지난 6월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한전이 A등급을 받아 기본급의 100%를 추가로 받게 된 덕분이다. 규정과 절차에 따른 것이라지만 국민의 눈길이 고울 리 없다. 요즘 폭염이 한창이던 8월분 전기요금 고지서가 각 가정에 날아들고 있다. 예상대로 ‘요금 폭탄’이다. 870여만 가구의 요금 부담이 7월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2배 이상 오른 가구도 290만 가구, 5배 이상 내는 가구도 12만 가구에 이른다.

이를 의식해 한전은 “성과급은 올여름 누진제 논란이나 요금폭탄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한다. 올 경영평가가 2015년 실적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2015년이라고 해서 누진제가 없었던 게 아니다. 그해 가정(주택)용 전기의 판매 비중은 13%가량이지만 전체 수익에선 17.5%를 차지했다. 가정용 전기의 수익성이 산업용이나 상업용보다 눈에 띄게 높다는 얘기다. 한전의 호실적 이면에 과도한 요금을 내는 일반 국민의 희생이 있다는 점은 지난해나 올해나 다를 게 없다. 원가 절감 노력을 강조하는 것도 낯간지럽다. 지난해 한전의 이익이 급증한 것은 원유를 비롯한 국제 연료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전이 여기에 어떤 역할을 했다는 것인가. 에너지 신산업 선도나 에너지밸리 조성 같은 국책사업을 많이 한 것을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로 내세우는 것도 국민에겐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한전의 영업이익은 급증하는 추세다. 2012년 8000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다음해 흑자로 돌아섰고 2014년 5조7000억원, 지난해 11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올 상반기에도 지난해보다 46% 증가한 6조3097억원을 벌었다. 연간으론 최고 15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결과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를 추월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공기업인 한전엔 자랑이 아니다. 전기라는 공공재를 제 값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실패해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돈을 100조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줄이는 데 쓰지 않고 배당으로 펑펑 쓰고 임직원들이 나눠 갖는 건 주인이자 소비자인 국민을 배신하는 일이다.

국민이 한전 성과급에 분노하는 건 단순히 액수가 많아서가 아니다. 국민의 과도한 부담에서 얻은 수익을 경영성과로 둔갑시키는 한전의 비정상, 그것을 잘했다고 평가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비정상 때문이다. 비판하고 고쳐야 마땅한 일을 오히려 권장하는 셈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한전 임직원 개개인의 잘못은 없다. 억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공기업이기에 더욱 국민에게 떳떳해야 한다. 한전은 자발적으로 성과급 액수를 삭감하거나 반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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