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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시시각각] 신동빈 사법처리 수위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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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논설위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쉽게 결론 나지 않는 것은 검찰 수사가 그만큼 똑떨어지는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검찰이 밝힌 신 회장의 20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 중 일부는 법리적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도 법무부를 통해 고심의 일단을 전달했다. 김수남 검찰총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이뤄진 첫 재벌 수사치고는 ‘2% 부족’을 꼬집는 의견도 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검사들의 추문과 수사능력 및 의지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 시선이 겹치면서 검찰 지휘부는 속된 말로 ‘죽을 맛’이다.

지난 6월 초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과 함께 시작된 이번 사건은 당초의 수사 취지에 못 미치는 결론에 다다랐다. “장기간 내사를 통해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도 포착했다”는 수사 첫날의 주장을 고려하면 그렇다. 검찰도 이 같은 비판적 여론을 의식했는지 “횡령 등 혐의도 중요하지만 탈세 사실을 적발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롯데그룹 관련자들에 대한 잇따른 영장 기각과 그룹 2인자의 자살, 일본 관계사 등의 비협조 등이 수사를 저해한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무기 대등의 원칙’이란 측면에선 검찰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불법성과 대주주에 대한 과다 월급 지급을 통한 횡령 등의 혐의는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선 수사치고는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재계 순위 5위로 75개의 계열사가 있는 자산 91조원의 기업집단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배짱 경영을 일삼았던 롯데그룹에 대해 검찰 수사가 따끔한 매질을 했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롯데의 행태는 국민들의 불신을 부채질한 요소도 있다.

법조계에선 정치권, 좀 더 범위를 좁히면 청와대의 하명에 따른 수사 착수가 사건을 꼬이게 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체적인 오랜 내사를 거쳤다”는 검찰 발표와는 달리 이번 수사는 청와대가 주도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연결된 홍만표 비리, 진경준의 주식 대박 사건의 여파와 맞물린 4·13 총선 참패 등으로 수세에 몰리면서 ‘사회기강 확립’ 차원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에 대한 영장청구 여부가 진통을 겪는 것은 청와대의 의중이 개입됐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검찰의 입장에선 신 회장을 구속하지 않을 경우 ‘수사의 완결성’을 주장할 수 없는 형편이다. 200명 가까운 수사관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10여 명의 정예검사를 투입해 3개월 이상 수사를 하고, 2000억원대의 횡령 혐의를 밝혀낸 상황에서 오너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에서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수사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2011년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있을 때 200억원대의 횡령 혐의를 받았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한 바 있다. 당시 검찰 수뇌부의 이의제기를 설득하며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던 그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영장청구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포스코 사건에 이어 이번 수사에서도 명쾌한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는 일각의 지적 때문에 신 회장 신병처리 문제도 함께 꼬여버린 분위기다. 롯데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사법처리는 별개라는 주장, 자칫 롯데 경영권이 일본 측으로 넘아갈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롯데 사건의 연착륙을 위해 청와대와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 결정의 배경에는 어떤 함의가 들어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사태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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