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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아이 외면 마세요”…마네킹 세워 아동학대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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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아동학대 근절 캠페인을 벌인 경찰관들이 스파이더맨 등 영웅 복장을 한 직원들과 “아동학대 노(No)”를 외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22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우체국 앞. 학대 피해를 당한 아동들을 형상화한 마네킹 8개가 세워지자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행인들은 실제 크기로 만들어진 마네킹들의 괴로워하는 표정들을 무거운 얼굴로 지켜봤다. 시민 한지수(36·여)씨는 “학대를 당한 어린이들이 우는 모습,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니 내 주변에도 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이가 없는지 고민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이 시민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마네킹을 활용한 인식 전환 거리 홍보 및 캠페인을 하고있다.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학대 피해 아동의 고통을 표현한 마네킹을 통해 아동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신고율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이다.

이 아이디어는 광주경찰청 홍보담당관실 소속 박진오(43) 경위가 냈다. 박 경위는 "시민들이 자신의 행동이 아동학대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아동시설 종사자 등의 신고가 사건 해결에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던 중 마네킹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시각적 효과가 커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경위의 아이디어는 경찰청의 아동학대 근절 아이디어 공모에서 취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돼 1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함께 공모에 참여한 다른 지방경찰청에 비해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는 평가도 받았다.

박 경위는 마네킹 업체들을 수소문한 끝에 서울의 한 업체를 통해 정교한 마네킹 8개를 640만원에 모두 제작할 수 있었다. 이후 박 경위는 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하는 광주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소속 동료 경찰관들과 함께 아동학대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캠페인을 기획했다.

이번 행사가 더욱 의미있는 것은 시민들과 상인들이 함께 참여했기 때문이다. 우체국 주변 상가의 계단과 쇼윈도 앞 등지에 놓인 학대 피해 아동 마네킹에는 아이를 둔 부모나 주변인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문구가 담긴 푯말이 함께 놓였다. ‘당신의 손은 천사입니까? 악마입니까’ ‘때려가 아닌 배려’ 등 경찰이 SNS로 공모해 선정한 문구들이다. 지난 7월 이뤄진 공모에는 전국에서 380여 명이 참여했다.

하루 유동인구가 20만 명에 달하는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학대 피해 아동 마네킹을 전시한 박 경위는 여성청소년과 직원들과 함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행사도 열었다. 스파이더맨 등이 아동을 괴롭히는 악당과 싸우고 경찰에 신고하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다.

경찰은 올해 광주 충장축제 기간(9월 29일~10월 3일)까지 마네킹을 전시하기로 했다. 이후 야구장, 지하철역, 카페, 광주송정역, 버스터미널 등에서 전시회를 열 방침이다.

박 경위는 “광주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신고율이 24.8%로 전국 평균 29.4%에 비해 낮고 아동 1000명당 아동학대 의심사례 발견율도 저조하다”며 “주변에 신체·정서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아동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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