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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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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정치부 차장

#1.“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 “정치가 아니더라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의 전신) 상임고문이 2014년 7월 31일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남긴 말이다. 그로부터 2년여 뒤 그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였던 전남 강진의 흙집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정계 은퇴 때 쏟아냈던 발언들은 최근 “근력이 남아있다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할 길을 찾으라고 강진이 독려해 줬다” “다산의 개혁정신으로 나라를 구하는 데 저를 던지겠다”로 바뀌었다. 2년 전 어느 누구도 정계 은퇴를 압박하지 않았지만 그는 떠났다. 그리고 2년 뒤 ‘많은 사람이 예상했듯이’ 그는 정계 복귀를 위해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2년 사이에 어떤 깨달음이 있었는지는 본인만 알 테지만, 셀프 은퇴와 셀프 복귀를 어리둥절하게 느끼는 사람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2. 2009년 9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MB)이 정운찬 총리를 임명한 뒤 한 달쯤 지났을 때다. 청와대 출입기자였던 필자가 MB와 직접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왜 정운찬씨를 총리에 기용했습니까”라는 질문에 MB는 “그것도 몰라? 충청도 출신이니 세종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보라고 시킨 거지…”라고 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차기 대선용 카드”란 이야기가 돌았지만 MB는 “전혀 아니다”고 고개를 저었다. ‘리더십=막힌 걸 뚫고 해결하는 능력’이라 믿었던 MB는 정운찬에게 세종시 수정안 관철이란 구체적인 실적을 요구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MB는 퇴임하는 정 총리에게 “훌륭한 총리를 만난 걸 평생 행복하게 생각하겠다”고 덕담했지만 덕담은 그저 덕담일 뿐이었다. 서울대 교수 시절의 정운찬은 대스타였지만 정치인 정운찬은 아직 제대로 실력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왠지 개혁적일 것 같은, 여당에도 야당에도 어울릴 것 같은 이미지 때문인지 그는 제3지대론자들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정치 참여에 선을 긋고 있지만 “동반성장을 위해선 무엇이든 할 용의가 있다”는 말로 여지를 남기고 있다. 10년 넘게 한국 정치의 유망주로 거론돼 왔지만 그는 여전히 알쏭달쏭하다.

손 전 고문과 정 전 총리 두 사람의 이름이 등장하는 걸 보니 “대선 시즌이 가까워졌다”는 느낌이다.

추종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기 때문인지, ‘제3지대론’의 불쏘시개가 필요한 사람들 때문인지, 아니면 본인들의 욕심이나 미련 때문인지 몰라도 두 사람은 대선 정국마다 회자되는 단골손님이 됐다. 그러는 사이 ‘만년 기대주’ ‘만년 다크호스’란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 꼬리표를 떼기 위해 두 사람에게 필요한 건 ‘왜 나여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대답이다. 이미지와 이벤트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서 승 욱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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