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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냉정과 낭만이 공존하는 서늘한 192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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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밀정` 스틸컷]


‘밀정’(9월 7일 개봉)은 김지운 감독 특유의 감각이 돋보이는 영화다.

“1920년대의 묵직한 시대적 공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콜드 누아르’를 만들겠다”는 김 감독의 의지에 따라 촬영·미술·음악·의상·액션에 이르기까지 제작 스태프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했다. 각 영역은 극 중 주연 배우와 마찬가지로 극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며 ‘밀정’만의 세계를 완성한다.

magazine M이 김지운 감독과 여러 차례 작업을 함께한 김지용 촬영감독, 조화성 미술감독, 정두홍 무술감독, 모그 음악감독, 조상경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냉혹하지만 다채로웠던 시대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고증을 거치는 것은 물론이고 상상력도 발휘해야만 했다”고 입을 모았다.
 
기차신 항일과 친일의 경계에서 인물들의 감정이 충돌하는 핵심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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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밀정` 스틸컷]

‘밀정’에 등장하는 공간 중 가장 공들여 만든 것은 기차다. 기차신은 인물들이 강하게 충돌하는 데서 빚어지는 서스펜스를 보여 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기차 내부는 같은 시기 유럽의 기차 내부 양식을 참고해 만들었다.

기차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1등석 칸의 반사 재질이다. 일본 경찰과 의열단(義烈團·항일 무장 독립운동 단체) 사이의 아슬아슬한 심리전을 더욱 긴장감 넘치게 표현하기 위해, 내부의 벽과 천장을 모두 자개장 느낌으로 만들어 감정을 숨긴 인물들의 표정이 반사되도록 했다.

이 영화에는 1·2·3등석 칸, 식당 칸, 화물 칸 그리고 각 칸을 잇는 내실과 복도가 등장한다. 복도를 좁고 길게 만든 것은, 더 이상 탈출구가 없고 피할 데도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또한 달리는 기차의 흔들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세트 바닥에 스프링을 설치했고, 배우들이 움직일 때마다 자연스럽게 흔들리도록 만들었다. 처음 시나리오에는 기차 부분이 많지 않은 데다 단순히 기능적 역할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 기차가 극 중 중요한 공간으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미술적으로 가장 힘을 준 공간이 됐다.

정두홍 무술감독

좁은 공간이라 자유롭게 몸을 쓰는 액션이나, 시원하게 총을 쏠 만한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 그래서 동작이 큰 액션 대신 움직임을 절제해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도록 했다. 총격 장면의 경우 당시 일본 총이 장전과 발사 사이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걸 참고해, 발사하기 전 새로운 액션을 추가하는 식으로 긴장감이 끊이지 않게 설계했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동지들
김지용 촬영감독 ‘달콤한 인생’(2005) ‘선물’(2009) ‘인류멸망보고서’(2012) ‘라스트 스탠드’(2013)
조화성 미술감독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2008, 이하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2010), ‘인류멸망보고서’ ‘사랑의 가위바위보’(2013) ‘더 엑스’(2013)
정두홍 무술감독 ‘달콤한 인생’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
모그 음악감독 ‘악마를 보았다’ ‘인류멸망보고서’ ‘라스트 스탠드’ ‘사랑의 가위바위보’ ‘더 엑스’
조상경 디자이너 ‘달콤한 인생’
경성역 의열단과 일본 경찰이 총격을 벌이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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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밀정` 스틸컷]

조화성 미술감독

의열단과 일본 경찰들이 대치하는 장면은 차가운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중국 세트장 건물의 기둥부터 벽까지 새롭게 색을 입히고, 조명 하나까지 손수 만들었다.

모그 음악감독

경성역에 도착한 의열단이 일본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 비극적인 액션신에 여느 영화처럼 슬픈 오케스트라 선율을 흘리는 대신, 음의 공명을 강조하는 앰비언트 음악(Ambient Music)을 활용했다. 어떤 음이 계속해서 울리는 듯한 먹먹한 느낌. 그것이 의열단의 작전 실패와 그로 인해 밀려오는 허무함 그리고 슬픔을 표현하는 가장 ‘김지운 감독다운’ 방식이라 생각했다.
 
김장옥 추격신 실제 추격 사건을 재현한 오프닝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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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밀정` 스틸컷]

김지용 촬영감독

‘밀정’의 화면비는 일반 영화(1.85:1)보다 가로가 긴 2.35:1이다. 그 안에서 ‘지붕 위’의 일본 경찰이 ‘땅 위’의 의열단원 김장옥(박희순)을 쫓는, 두 가지 높이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담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조명 설계 역시 까다로웠다. ‘깊은 밤 달빛 아래 민가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추격전’이라는 컨셉트를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두우면서도 인물들의 기민한 움직임을 담기에 적절한 조명을 찾아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정두홍 무술감독

대규모의 일본 경찰이 김장옥의 실존 인물인 김상옥 열사를 쫓았다고 기록된 문서를 참고했다.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에서 촬영했는데, 막상 촬영장에 가 보니 사람이 건널 수 없을 정도로 지붕과 지붕 사이가 떨어져 있었다. 바로 미술팀과 상의해 지붕 사이를 연결하는 소품을 만들고 나서야 추격 장면을 무리 없이 재현할 수 있었다.

모그 음악감독

극의 시작부터 추격전이 긴박하게 펼쳐지는 만큼, 관객이 음악을 통해 극의 긴장감에 바로 몰입하게 하고 싶었다. 아프리카 타악기 등 다양한 악기로 초조한 느낌의 박자를 표현하고, 베이스 줄을 손톱으로 긁는 사운드를 비틀어 지붕 위를 달리는 일본 경찰의 발소리를 한층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촬영·미술·음악·액션이 가장 멋진 조화를 이룬 장면이라 생각한다.
 
경무국 일본 경찰 간부들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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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밀정` 스틸컷]

김지용 촬영감독

경무국은 일제강점기에 경찰 업무를 보던 관청이다. 극 후반부에 주인공 이정출(송강호)이 위기에 몰릴수록, 경무국 장면에서는 일본인 상관 히가시(츠루미 신고)가 그를 내려다 보는 식의 구도를 많이 취했다. 또한 극 곳곳에서 등장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다 갑자기 누군가 위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듯한 앵글이 나온다. 이 모두가 감시당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장치다.

모그 음악감독

김 감독님은 ‘경무국’이란 조직 안에서 이정출이 느끼는 쓸쓸함을 표현할 때, 오히려 음악을 비워 두고 싶어했다. 그러한 공허함이야말로 김 감독님 영화의 중요한 정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밀정' 만의 의상
조상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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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밀정` 스틸컷]


“내가 주목한 것은 ‘밀정’의 시대가 ‘1920년대’라는 점이다. ‘모던 보이’(2008, 정지우 감독) ‘암살’(2015, 최동훈 감독) ‘아가씨’(6월 1일 개봉, 박찬욱 감독) 등 일제강점기를 그린 영화들의 배경은 대부분 1930년대였다.

기존 영화들과 시대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디테일을 더욱 살리는 방향으로 의상을 제작했다. 특히 ‘콜드 누아르’를 표방하는 영화라 의상 톤 자체가 어둡고, 극 중 계절이 겨울이기 때문에 충분히 ‘밀정’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낼 것이라 믿었다. 배우들이 정해지면서 각 캐릭터에 어울릴 만한 스타일을 집중적으로 찾았다.

김우진(공유)과 조회령(신성록)의 의상은 실제 서재필 선생과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젊은 시절 입었던 의상을 토대로 모던한 느낌을 살렸다. 이정출이 입은 가죽 코트는 간도참변(1920년 간도에서 한국인들이 일본군에 의하여 무차별 학살당한 사건) 현장 사진 속 일본 경찰 의상을 보고 떠올린 것이다.”
 
▶ 관련기사 상해와 경성, 차가운 분위기 속 멋을 살렸다

이지영·장성란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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