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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판사의 일상有感] 남성들의 분노와 여성들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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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판사·『개인주의자 선언』 저자

요즘 인터넷에는 분노한 남성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미 양성평등을 넘어 남성이 역차별받는 시대가 되었는데 여성들이 옛날 이야기만 하면서 남성들을 과도하게 공격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공격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것만 보고 있는 이들은 큰 그림에는 눈을 감고 있다.

내 직장부터 보자. 최초의 여성 법관 황윤석이 작고한 1961년 이후 무려 12년 동안 여성 법관이 단 한 명도 없었다. 85년에도 전국의 여성 법관은 11명에 불과했고 88년에 최초의 여성 부장판사가 탄생했다. 지금은 법관 임용 성적 최상위권을 여성들이 휩쓰는 것이 익숙한 시대지만 그래도 아직 전체 법관 중 여성은 28%에 불과하다. 최소한 선발 제도상의 직접적 차별은 없었던 분야가 이런데 다른 분야는 어떻겠는가. 지금도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다. 불합리한 차별은 이제 겨우 시정되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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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을 호소하는 남성들은 군대, 데이트 비용, 결혼 비용을 이야기한다. 맞다. 차별이다. 그런데 그 차별조차 여성들이 만든 게 아니다. 사회적 역할을 남성이 독점하던 시대에 스스로 만든 차별이고, 시대 변화에 따라 자연 소멸할 운명이다. 여성들은 능력에 맞는 기회와 임금을 달라,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직업상 불이익을 주지 말라, 때리지 말라, 용변 보는 걸 몰카로 찍지 말라, 강간하지 말라, 죽이지 말라며 분노하고 있는데 남성들은 여자는 군대 안 가냐, 더치 페이 왜 안 하냐, 왜 농담에 예민하게 구느냐, 난 안 그러는데 왜 싸잡아 욕하느냐로 분노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누군가 말했던 ‘해일이 일고 있는데 조개나 줍고 있는’ 예가 아닐까.

여성들이 너무 예민하다고 투덜대기 전에 남성들이 너무 둔감하지는 않은지 익숙했던 모든 것을 돌아봐야 한다. 왜 ‘유관순 언니’는 어색하고 ‘유관순 누나’만 익숙한지, 왜 신부 아버지가 신부 손을 잡고 데려와서 신랑에게 건네줘야 하는지, 왜 역사책에 등장하는 주어의 거의 전부는 남자인지, 왜 방탕한 남자의 영혼을 순결한 여자의 희생으로 구원한다는 유의 후안무치한 이야기들을 고전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여학생들이 읽어야 하는지. 영국은 1928년, 스위스는 71년에야 여성 참정권을 보장했다. 인류는 신대륙 발견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변화를 이제 겨우 시작한 것이다. 그 변화의 과정에 따르는 작은 파열음과 파편만 붙잡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 발견한 세상의 절반과 공존하는 법을 배울 것인가.

문유석 판사·『개인주의자 선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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