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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100가지 넘는 항생제 … 제대로 알면 약, 모르면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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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정부가 발표한 항생제 내성(AMR) 보고서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이 보고서엔 ‘2050년 수퍼박테리아로 전 세계에서 1000만 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수퍼박테리아는 어떠한 강력한 항생제에도 살아남는 ‘항생제 내성균’이다. 항생제를 필요할 때만 제대로 써야 항생제 내성균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감기 환자 45%가 항생제 처방 받아
우리나라에서 항생제를 많이 쓰는 대표적 질환이 감기(급성 상기도 감염)다. 감기는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배현주(대한화학요법학회장) 교수는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을 죽이는 용도”라며 “바이러스성 감기에 항생제를 투여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감기 환자의 45%가 항생제를 처방받는다. 네덜란드(14%), 호주(32.4%) 등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 왜 그럴까.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남중 교수는 “선진국에선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시간이 30분가량인데 우리나라는 5분도 채 안 된다”며 “의사가 환자의 자세한 병력을 살피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래선지 의사들은 감기가 아닌 세균성 감염병일 가능성에 대비해 항생제를 처방한다. 배 교수는 “바이러스로 인한 감기에 항생제를 먹으면 정상 세균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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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교수는 “단순한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면 의사에게 ‘항생제를 빼고 증상 치료제만 처방해 달라’고 요구해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가령 감기로 목이 아플 땐 진통제를, 열이 나면 해열제를 처방하는 방식이다. 사흘간 항생제 없이 약을 복용하면 거의 대부분 감기 증상이 개선된다. 배 교수는 “만약 약을 복용한 지 사흘이 지나도 감기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더 나빠지면 그때 항생제를 처방 받아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항생제는 세균성 감염병 치료제
바이러스성 질환인 감기엔 무용
내성균 만들어 건강 해칠 수도


일반 가정에서 처방약 중 항생제를 임의로 빼내 보관했다가 주변 감기 환자에게 나눠주는 사례가 종종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는 “항생제 종류만 100가지가 넘는다”며 “종류에 따라 보관해야 하는 온도·기간이 다르고 감염병 유형별로 쓰는 항생제 종류가 다르므로 의사의 지도 없이 임의로 갖고 있거나 나눠주는 건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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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로감염 환자는 약사 설명대로 복용
항생제를 반드시 먹어야 하는 질환은 따로 있다. 세균성 감염병이다. 요로감염(방광염·신우신염)및 중이염의 100%는 세균이 원인이다. 목이 붓는 증상을 동반하는 편도선염은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일부는 사슬알균이라는 세균 때문에 발병한다. ‘세균성’ 부비동염·중이염·인두염·폐렴에도 항생제가 필요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성훈 교수는 “감염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세균이냐 바이러스냐에 따라 증상이 다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성 폐렴은 병변이 폐 가운데 생기지만 세균성 폐렴은 병변이 큼직하고 넓게 퍼진다.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치료 도중 증상이 좋아져 항생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증상이 개선됐는데 굳이 몸에 좋지 않은 항생제를 먹을 필요가 없다란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는 항생제 내성균이 더 잘 생기도록 부추기는 꼴이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백경란 교수는 “환자가 임의로 항생제 복용량·횟수를 줄이면 혈중 항생제 농도가 부족해 세균을 효과적으로 죽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때 살아남은 세균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변할 수 있다. 약국에서 복약 지도를 받을 때 어느 것이 항생제인지 확인할 수 있다. 약 봉투에 항생제의 제품명과 효능이 적혀 있다.

모유 먹이는 엄마는 의사와 꼭 상담
나이가 어릴수록 항생제를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항생제가 장내 유익균까지 죽이는데 어릴수록 장내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배현주 교수는 “장내 유익균 종류가 다양하고 양도 많아야 면역력을 지킬 수 있다”며 “항생제를 오래 복용한 사람의 경우 대변에서 유익균이 적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항생제 때문에 장내 유익균이 줄어들면 시간이 지나도 유익균 종류나 양이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는다. 장내 유익균이 줄어들면 면역력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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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움 면역증강센터 조성훈 센터장은 “항생제를 7일 정도 복용하면 자연살해(NK)세포라는 면역세포의 활성도가 50% 넘게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항생제 내성균의 유전자는 몸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고 장내에 쌓인다. 배 교수는 “장(腸)은 마치 ‘내성균 유전자 은행’과 같다”며 “항생제가 들어와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전자 정보를 장내에 차곡차곡 저장한다”고 말했다.

임신 가능성이 있을 땐 의사에게 반드시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미 삭품의약국(FDA)이 나눈 항생제 등급(A~D) 중 가장 위험한 D등급(테트라사이클린·퀴놀론 등)은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모유 수유 땐 의사와 상담한 후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거나 비교적 안전한 항생제(페니실린계)를 처방받을 수 있다. 간·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항생제를 해독하지 못하기 때문에 처방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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