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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의 글로벌 인사이트] 사드를 통해 미래 한·중 관계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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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
본사 고문·전 재무부 장관

흔히 우리는 어떤 이슈에 대한 토론 과정에서 문제의 핵심과 본질에서 벗어나 주변 관련 이슈의 논의에 빠져들곤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논의가 그런 경우다.

사드 배치의 원인 제공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다. 이 위협으로부터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드에 대한 논의는 사드의 유효성과 정치권 일각 및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국 내 재배치, 심지어 핵무기 개발을 포함한 모든 대안에 그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물론 이러한 논의는 사드 배치 결정 이전에 이뤄졌어야 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에 대한 정부의 입장조차 모호한 가운데 충분한 논의와 국민과의 소통이 미흡했고 이웃 중국의 예민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공식·비공식 접촉 또한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정부의 갑작스러운 사드 배치 결정은 국내에선 과격한 지역 이기주의 차원의 반발과 중국 정부의 사리에 맞지 않는 거친 공세를 불러왔다. 그리고 한심하게도 우리 정치권과 언론은 중국보다 한 발짝 앞서 중국의 대대적 경제보복을 들먹이며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전문성도 없는 일부 국회의원이 국가안보 사안을 베이징까지 들고 가서 나라의 체통을 손상시키는 일마저 있었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좀 더 큰 틀에서 이웃인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앞으로의 대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때다. 이번 사드 사태가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현재 시점에서 중국은 한국에 대해 2000년의 마늘 파동과 같은 부당한 대대적 통상 제재 조치는 취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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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용석]

무엇보다도 현재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요한 일원이며 세계 최대 교역국으로서 ‘책임 있는 대국’의 대외 이미지와 국제적 평가를 필요로 한다. 게다가 올해 중국은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9월 항저우 G20 정상회의에서 유럽 등 현재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 추세 강화에 대한 G20 정상 차원의 대응책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현재 중국 경제는 성장 둔화와 함께 경제 구조조정 시기를 거치고 있어 단기적으로도 경제성장에 지장을 줄 정도의 주요 교역상대국과의 충돌은 원치 않는다. 특히 한국과는 부품과 중간재 의존적인 교역 구조를 갖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교역은 일방적인 원조가 아닌 서로가 남는 장사의 결과다.

물론 지방정부나 말단 행정부처 차원의 각종 비관세 장벽 등 직간접적인 교역 제재나 현재 일부 나타나고 있는 한류·관광 분야 등의 보복성 조치 가능성은 있다.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부당한 조치에는 WTO 등에 제소하는 등 당당히 맞서면 된다.

중국은 1970년대 말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이래 대외적으로는 강해질 때까지 힘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시대에서 출발해 놀라운 경제적 성공에서 온 자신감과 힘을 더 이상 숨기지 않는 후진타오의 화평굴기(和平?起) 시대를 거쳐, 현재 시진핑이 과거 중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는 시기에 와 있다. 중국몽의 실현을 위한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 등 구체적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적어도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패권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도 숨기지 않는다.

미국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공격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중국 당국이 잘 알면서도 강하게 거부하는 것도 바로 중국의 지역패권 확립 차원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지역 전략과 앞으로도 (미국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지속될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이 맞물려 이 지역의 여러 분야에서 미·중 간 이해관계 상충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AIIB 가입 문제로 외교적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과의 흔들림 없는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지켜가기 위해 남다른 외교 역량을 발휘해야만 한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지역 패권주의 차원의 이해 상충이 양국 간의 전면적 대결로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 외교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지난주에는 유명 국제신용평가사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영국·프랑스·벨기에 등과 동급으로 상향 조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북한의 온갖 도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이 ‘안정적’이라는 전제 위에서 내린 평가로서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재확인해 주는 것이다.

사공일 본사 고문·전 재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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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