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론] 한반도 주변의 해역 지진이 불안하다

기사 이미지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

지난 5일 오후 8시33분 울산 동쪽 52㎞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0 지진은 한반도 남동부 지역 시민들의 평화로운 평일 저녁을 두려움의 시간으로 바꿔 놓았다. 진앙과 가까운 부산·울산·포항 등지에서는 강한 진동이 5~7초간 지속돼 놀란 시민들이 황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진앙으로부터 400여㎞ 떨어진 수도권 지역에서도 건물 흔들림이 느껴져 지진 제보가 잇따랐다. 더구나 이 지진 후 50여 분 만에 규모 2.6의 여진이 발생해 시민들은 밤새 걱정하며 불안한 밤을 보내야 했다.

이번 울산 해역 지진은 1978년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이후 다섯 번째로 큰 지진에 해당하며, 한반도 남동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지난 4월 15일 일본 구마모토현의 규모 7.0 지진의 진앙과 가까운 해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울산산업단지와 고리·월성 원자력발전소 등 사회기간산업시설과 인접한 곳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진에 의한 지진동(地震動) 크기가 원전의 내진설계 성능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인 것은 다행스럽다. 이번 지진은 쓰시마-고토 단층대의 한 지류에서 단층면을 사이에 두고 두 암반이 수평 방향으로 엇갈리며 발생했다. 단층의 자세, 운동 방향, 단층 변위가 진앙으로부터 북서쪽에 위치한 한반도에 강한 지진동을 유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번 지진이 발생한 단층대의 크기와 축적된 응력의 크기에 따라 더 큰 지진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듯 해역 지진임에도 불구하고 내륙에 강한 지진동을 만들어 내 한반도의 지진 재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한반도의 지진 관측기록은 비교적 짧은 편이어서 지진 잠재성을 적절히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도 많았다. 하지만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한 한반도에서는 지진 유발에 필요한 지각 내 응력 누적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기사 이미지
물론 지진 발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최근 역사기록물의 지진 피해기록 발굴과 분석, 주변국 지진관측소에 기록된 한반도 지진 분석 등을 통해 과거 발생한 지진을 살펴보고 한반도 지진 잠재성에 대한 평가를 새로 하고 있는 이유다. 이를 통해 한반도의 지진 재해에 대한 보다 정확한 평가가 가능해지고, 재해 가능성에 대한 논의와 대비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는 예전과 다른 특징적인 변화를 겪고 있어 효율적인 지진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후 눈에 띄는 한반도 지진 발생 특성은 해역 지진이다. 동일본 대지진 전 해역 지진은 전체 지진의 50%가량을 차지했으나 동일본 대지진 후 약 72%까지 급증했다. 발생하는 지진 규모면에서도 증가했는데, 2013년에는 서해 지역에서 규모 4.9 이상의 지진이 2개월 동안 세 차례나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급증하는 해역 지진에 대한 발생 원인 조사와 실태 분석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해양 지역의 단층 분포와 크기에 대한 정보 부족은 국민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울산 지진이 발생한 해역은 2012년 2월에도 연쇄 지진이 발생했던 곳이다. 당시에도 많은 우려가 제기됐으나 아직까지 단층대 분포조차 명확히 조사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육상 위주로 진행돼 온 단층 조사는 이제 해양 지역으로의 확대가 필요하다. 자세한 조사와 정확한 정보 축적은 막연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향후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초가 될 것이다.

더불어 정부 차원의 지진 대응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 기상청은 중규모 이상의 지진에 대해서는 지진 속보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정보는 국민안전처·방송통신위원회·재난주관방송사 등 유관기관에 지진 발생 후 몇 분 내에 신속히 전달된다. 이후 유관기관별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도록 돼 있다.

지진으로 인한 시민들의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전달이 필수적이다. 현재 기상청은 일본·대만·터키 등에서 운용 중인 지진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지진 조기경보는 진앙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관측소에서 관측된 지진파형 자료를 바탕으로 지진 규모와 발생 위치를 신속히 파악하고, 정보를 전파해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많은 지진이 해역에서 발생한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내륙 위주의 관측소 운용으론 신속하고 효율적인 지진 조기경보시스템 가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다 효율적인 지진 탐지와 경보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해역 지진의 적절한 감시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국민 불안 해소와 혹시 있을지 모를 재해를 경감하기 위한 정부의 다각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