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떡타령이 록 만나니 "올레"


이젠 창의 한류다 <중> 클래식 본 고장서 약진하는 K아트

| 거문고에 헤비메탈, 신라 옷 입고 힙합 ‘퓨전 K팝’
모두 일어나 춤춘 마드리드 관객들 “슬픈데 신나”
기사 이미지

지난달 1일 민요록밴드 ‘씽씽’이 스페인 마드리드를 뜨겁게 달궜다. 공연 동영상은 joongang.co.kr.[스페인 한국문화원 제공]

“올레∼(Olé·좋다).”

지난달 1일 오후 8시 스페인 마드리드 빌바오역 부근의 공연장 ‘테아트로스 루차나’. 전통적 부촌에 위치한 오붓한 소극장(300석)이 난장판처럼 시끌벅적했다. 애잔한 민요가 한 자락 깔리는가 싶더니 일렉트릭 기타 소리가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비주얼은 상상초월, 하이힐·핫팬츠·노랑 스타킹·빨강 가발 등을 걸친 남자 두 명이 무대를 휘저었다. 머리를 뒤로 젖히며 흔들더니, 엉덩이를 쭉 뺀 민망한 포즈로 관객을 응시했다. 국적도 장르도 알 수 없는 괴이한 공연이었다.
기사 이미지

지난달 1일 민요록밴드 ‘씽씽’이 스페인 마드리드를 뜨겁게 달궜다. 공연 동영상은 joongang.co.kr.[스페인 한국문화원 제공]

민요 메들리로 출발한 이들의 무대는 ‘정선아리랑’ ‘난봉가’로 분위기를 달구더니 ‘떡타령’을 부를 때쯤엔 스페인 관객이 하나둘 일어서기 시작했다. 90분 공연이 끝날 때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언제 익혔는지 “얼씨구”도 외쳐댔다.
기사 이미지

지난달 1일 민요록밴드 ‘씽씽’이 스페인 마드리드를 뜨겁게 달궜다. 공연 동영상은 joongang.co.kr.[스페인 한국문화원 제공]

6인조 민요 록밴드 ‘씽씽’의 무대였다. 경기민요·서도민요를 하는 소리꾼 세 명과 베이스·드럼·기타 연주자 세 명이 의기투합했다. 스페인 한국문화원 개관 5주년 기념 공연이었지만, 정작 스페인 관객은 국적에는 관심도 없는 듯했다. 40대 중년 남성은 “신났는데 슬펐다”고 했고, 20대 여성 관객은 “뿜어내는 에너지에 압도됐다. 야생적인 무대”라며 혀를 내둘렀다.
기사 이미지
8년 전부터 ‘한류빠’였다는 누리아 후안테스(32)는 “노래 한 곡에 1000년 역사를 품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씽씽’의 리드보컬인 이희문(40)씨는 “전통 민요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최신 트렌드 역시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극과 극의 만남, 결코 어울릴 수 없는 것들의 공존. 외국인들이 자주 언급하는 한국 문화의 특징이다. 대표적 공간으론 서울 숭례문 주변이 꼽힌다. 600여 년 된 조선시대 건축물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주변은 초고층 빌딩 숲이다.
기사 이미지
전통과 최신 트렌드 만나 제3 한류 탄생…“가장 전위적 예술”

냉혹한 자본주의 질서만이 작동하는가 싶더니 구석 한편에 자리한 건 정감 어린 남대문 시장이다. 프랑스 리옹 ‘푸르비에르의 밤 페스티벌’의 도미니크 들로름 예술감독은 “한국 문화는 상반되는 요소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도 각각의 개성을 살려 낸다”고 평했다.
기사 이미지
한국외대 김유경 교수는 이를 ‘익사이팅 콘트라스트’(Exciting Contrast·짜릿한 대조)라고 규정했다. 기존의 것을 그저 묶거나 뒤섞는 ‘비빔밥 문화’를 넘어 “극단적 요소를 충돌시켜 제3의 문화를 탄생시킨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3인조 퓨전 국악밴드 ‘잠비나이’ 역시 해금·거문고·피리 등 정갈한 연주에 폭발적인 헤비메탈 사운드를 접목시켜 1년의 절반가량을 해외 투어 중이다.
기사 이미지
댄스팀 ‘저스트 저크’는 신라 화랑 의상을 입고 한국적 안무로 힙합춤을 추어 세계 대회를 휩쓸고 있다. 소실 위기에 놓였던 판소리 ‘변강쇠 타령’에 풍자성을 가미한 창극 ‘마담 옹’이 파리에서 호평을 받는가 하면, 고즈넉한 한국무용에 디자이너 정구호의 세련된 터치가 녹아든 ‘묵향’ ‘향연’도 해외에서 러브콜이 잇따른다.
 
▶관련 기사
① 유럽 콩쿠르 “비용 댈 테니 출전을”…한예종 연 70명 입상
② “한국적 색깔의 중심엔 한글” “체제 순응적 모습 극복을”

기사 이미지
파리 ‘테아트르 드 라빌’의 에마뉘엘 드마르시 모타 극장장은 “한국은 첨단 테크놀로지와 전통을 결합한다. 처음 보는 스타일이다. 가장 전위적인 예술”이라고 단언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씨는 “자신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성이 한국 문화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기사 이미지
 
 

마드리드·파리=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