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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 규제 개선 콘퍼런스 “합법적 사행산업 과도한 규제가 불법도박 키우는 셈”

불법도박은 고객이 요청하면 베팅 한도가 무제한이다. 도박장 내에서 사채를 이용할 수 있고 언제든지 원할 때 원하는 장소에서 도박판을 벌일 수 있다. 걸려도 처음엔 훈방 조치되고 단속되는 경우가 드물다.”

지난 3월 국가브랜드진흥원이 발표한 ‘불법도박 실태 및 규제와 카지노산업의 합리적 규제 방안 연구’ 보고서에 나온 불법도박 이용자의 심층 인터뷰 내용이다. 매번 수사기관에서 단속한다고 해도 불법도박이 사라지지 않고 성행하는 이유다. 국내 불법도박 시장 규모가 많게는 169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2014년 형사정책연구원)가 나올 정도로 불법도박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불법도박 확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근절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사행산업 규제 개선 콘퍼런스’가 본지 주최로 14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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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사행산업 규제 개선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박성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 김수정 중앙일보 에디터. [사진 김춘식 기자]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오전 11시30분부터 5시간 동안 진행된 이 콘퍼런스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장인 유성엽 국민의당 국회의원,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320여 명이 참석했다.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는 기조발표에서 “불법도박은 도박 중독자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거기서 나온 수익이 조직폭력배의 범죄자금으로 사용되는 등 사회·경제적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불법도박이 성행하는 원인과 이를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쏟아냈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풍선효과’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서 교수는 “정부가 오락이라는 관점에서 관리하는 합법적 사행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불법도박을 키우기도 한다. ‘바다이야기’ 등 불법도박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합법 사행산업 규모를 2006년 12조1000억원에서 2007년 14조6000억원으로 증가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행산업에 대한 정책 기조의 개선 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이종화 광운대 범죄학과 교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적극적으로 감독해도 우리나라의 도박 유병률(중독률)은 5.4%로 미국(3.2%), 영국(2.5%)에 비해 크게 높다. 이는 불법도박이 많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불법도박 근절 방안으로는 사행산업 관련 업무를 총괄·감독하는 강력한 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았다. 현재 사감위가 존재하지만 수사권이 없어서 불법도박 단속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보를 받아도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느라 실제 수사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얘기다.

검사 출신인 차동언(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국세청이 전면에 나서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국가적 차원에서 불법도박으로 인해 빚어지는 탈세·비자금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음성적으로 영업하는 업체들을 잡기 위해선 방대한 전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국세청이 탈세범을 잡는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에선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이 재산이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전 재산을 범죄수익으로 간주한다. 이처럼 범죄수익을 철저히 몰수해야 불법도박을 근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 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합법적 사행산업에 대한 접근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이종화 교수는 “미국의 경마산업은 직간접적으로 1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세수로 정부 재정에 기여하는 금액이 19억 달러라는 조사가 있다”며 “합법적 사행산업을 도박이 아닌 레저산업의 관점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양례 국민체육진흥공단 정책개발실장은 “불법 시장이 커질수록 다치는 국민이 늘어난다”며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는 전제하에 합법적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박민제·홍상지 기자 letmei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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