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사공일의 글로벌 인사이트] 경제정책 기획·조정 리더십부터 바로 세워야

기사 이미지

사공일
본사 고문·전 재무장관

한정된 자원을 국정 우선순위와 취사선택 기준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 모든 경제 정책의 요체다. 따라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소외된 부분을 설득하고 다른 방법으로 보상·조정하는 일은 경제정책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래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는 소외된 부문을 소관하는 타부처와의 이견 조정과 설득, 그리고 협조를 얻어 내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정부 예산과 재정을 책임지고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대한민국의 경제부총리제는 외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경제부총리제는 1963년 출발한 후 94년 정부 조직개편 이래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수차례 개편되었다. 경제부총리제 자체가 폐기되었던 때도 있었고, 예산권 없이 경제를 총괄해야 하는 경제부총리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경제정책 기획·조정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춘 명실상부한 경제부총리제로 부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경제부총리는 이미 세 번이나 바뀌었고, 경제정책의 기획·조정 리더십은 일반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범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조선·해운 기업 및 산업 구조조정 문제도 정부의 선제적 정책 기획·조정 리더십으로 처리되었어야 했던 예고된 정책 과제였다. 그나마 지난주 정부가 경제부총리 주도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긴 하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기사 이미지

[일러스트=박용석]


필자는 여기서 비단 이 문제 해결뿐 아니라 우리 정부 경제정책의 전반적 기획·조정 리더십이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부터 강조하고자 한다. 조선·해운 산업 이외에도 현재 영업이익으로 금리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 분야에 산재해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금융·공공·교육과 의료·보건·관광 등 기타 서비스 분야 개혁, 미세먼지와 환경 문제와 같은 국민 생활의 질 개선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대책, 제4차 산업혁명의 급속한 진전에 대비한 새로운 법과 제도를 포함한 사회적 인프라 개혁 등 여러 부처의 소관 업무가 얽혀 있어 부처 간 조정과 협력이 절실한 정책 과제가 즐비하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기획·조정 리더십의 강화는 시급하다. 

우선 리더십 발휘의 기초가 되는 하드웨어(정부 조직)에 더해 경제정책 사령탑으로서의 경제부총리에게 대통령의 힘 실어 주기와 청와대 참모진의 직간접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거시 경제정책 및 기업과 산업 차원의 구조조정 문제 등 모든 경제정책 현안을 경제부총리 주도로 내각 차원에서 처리해야 한다.

과거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의 무리한 통합에 따른 금융 등 단기 업무의 과중으로 경제부총리의 기획·조정 기능이 약화되어 있던 97년에 출범한 ‘청와대 서별관회의’는 당연히 경제부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로 대체되어야 한다. 이것은 경제 문제 해결에 정치 논리를 최대한 차단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경제수석비서관을 위시한 청와대 비서진은 대통령의 분신으로서 경제부총리의 기획·조정 기능을 뒤에서 지원하되 전면에 나서는 일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모든 공(功)은 경제부총리와 소관부처 장관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경제수석을 통한 수시 간접보고에 더해 경제부총리의 대통령 대면보고 기회의 일상화 자체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부하직원에 대한 실질적 인사권을 경제부총리뿐 아니라 모든 부처 장관에게 환원해 주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경제부총리가 필요할 때마다 공식적인 관계장관협의회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관계 장관, 수석, 관련 기관장과의 공식·비공식 간담회의 수시 개최를 통한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과 조율, 그리고 관련 부처 실무 책임자들 간의 긴밀한 접촉과 소통으로 부처 간 협력이 순조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인사권을 가진 장·차관이 실무 정책 담당관들의 정책 관련 업무에 대한 추후 법적 책임 문제의 방패막이가 되어 주어 소위 ‘변양호 신드롬’에 따른 공직자의 복지부동 소지를 없애야 한다. 

경제부총리와 장·차관은 스스로 정부 정책 대변인으로서 대내외 언론과 대국민·대국제사회 정책 홍보와 소통에 앞장서야 함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물론 행정부 내의 정책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제사회와 대외언론과의 소통과 관련해 정부는 최근 어느 주요 외국 언론매체의 중견기자가 한국 정부 정책담당자들과의 접촉이 지나치게 어렵다고 공개 비판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처럼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고 불안 요소가 많은 때일수록 정부 정책담당자들의 자신 있고 적극적인 대내외 소통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전 재무장관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