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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으로 졸인 ‘프랑스 찜닭’ 코코뱅…토마토소스 ‘닭볶음탕’ 카치아토레


한국과 다른 나라의 닮은꼴 요리를 통해
세계 각지의 음식문화와 역사를 되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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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저명한 정치가이자 미식가였던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 Savarin·1755~1826)은 그의 저서 『미식 예찬』에서 조류(鳥類) 고기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리인에게 있어서 조류 고기는 화가의 캔버스와 같은 것이다.”

그의 말처럼 조류를 이용한 요리의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은 무궁무진하다. 굽고 찌고 튀기고 끓이고 발효시킨 요리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헌신적인 요리사들이 다양한 레시피를 통해 다채로운 맛을 개발해냈다. 닭·오리·칠면조·꿩·비둘기·메추라기·거위 등 많은 조류가 식탁에 오른다. 특히 기르기 쉽고 개량 품종이 많은 닭은 다양한 조리법과 향신료 배합에 적합해 두루 사랑받는 식재료다.

닭고기 요리 하면 요즘 세대들은 프라이드치킨·닭볶음탕·찜닭·닭갈비 같은 것을 생각할 것이다. 반면 기성세대라면 장모님이 사위에게 해주던 닭백숙이나 삼계탕 같은 음식들을 먼저 떠올린다. 고조리서에 수록된 닭고기 요리 중에는 7가지 향신료를 넣어 쪄낸 칠향계(七香鷄), 오늘날 육개장에 해당하는 닭국, 기름·간장을 발라 구워 먹는 닭구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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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간장·물엿으로 얼큰하게 조리한 한국의 닭볶음탕. [사진 정신우]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닭고기 메뉴 중 하나가 ‘닭볶음탕’이다. 바른 우리말을 두고 여전히 방송이나 식당에서 ‘닭도리탕’이라는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안타까운 음식이기도 하다.

닭볶음탕의 유래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해동죽지』(1925)에 소개된 평양 요리 ‘도리탕(桃李湯)’에서 전래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고춧가루나 고추장 등 매운맛이 없고 새우젓으로 간을 한 것이라 유사점을 찾기 어렵다. 지금의 자글자글 볶아낸 음식이라기보다 탕국에 가까운 형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운동 중 하나였던 양계 산업의 발달로 1970년대 등장한 닭볶음탕은 80년대 프라이드치킨과 양념치킨에 왕좌를 내줬다. 90년대 이후엔 찜닭 열풍에 이어 불닭과 닭 강정까지 등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닭볶음탕은 가정에서나 외식 메뉴로나 인기가 많다. 익숙하고 친근한 맛 때문이다. 양념의 핵심은 고춧가루·간장·물엿이다. 포실포실한 감자가 더해지면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이상적인 균형을 맞춘다. 밥과 함께하는 일품 요리로도 좋고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남녀노소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 코코뱅, 10~12개월 수탉이 재료
당근·양파와 함께 2시간 이상 익혀
소스로 쓴 와인 따라 음식값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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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대표적인 닭 요리. 수탉 고기에 각종 채소를 넣고 레드 와인을 부어 오랜 시간 익힌 프랑스 요리 코코뱅. [사진 정신우]


우리나라에 닭볶음탕이 있다면 프랑스의 대표적인 닭 요리는 ‘코코뱅’(Coq au vin·‘와인 속 수탉’이라는 뜻)이다. 이름에서도 추정할 수 있듯 코코뱅 요리는 질긴 수탉 고기를 장시간 익히면서 충분히 맛이 스며들게 레드 와인을 사용한다. 베이컨을 이용한 기름 또는 버터를 넣고 밀가루를 묻힌 닭 조각들을 노릇하게 지져낸 후 버섯·당근·양파 혹은 샬롯(shallot·매운맛이 덜한 작은 양파)과 같은 채소들을 볶아낸다.

각각의 채소와 닭고기를 카스롤(casserole·무쇠로 된 서양식 찜냄비)에 옮겨 타임·파슬리·월계수 잎 등의 허브와 육수 그리고 중요 식재료인 와인을 부어 2시간 이상 뭉근하게 익혀낸다. 졸여진 국물에 향미 채소와 베이컨을 곁들인다. 기호에 따라 미리 만들어 둔 크루통(Croûton·황갈색으로 구운 사각형의 작은 빵 조각)을 곁들여도 좋다.

코코뱅도 닭볶음탕처럼 유래가 분명치 않다. 앙리 4세(1553~1610)가 위그노 전쟁 이후 궁핍해진 서민 식탁을 배려해 일요일마다 닭 요리를 먹을 수 있게 하겠다는 칙령을 발표한 뒤 생겼다는 설이 있다. 늙고 오래된 닭을 조리하기 위해 군내를 없애고 고기를 부드럽게 조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겼다는 설도 있다.

다만 닭볶음탕과 매한가지로 20세기 초반 대중화의 길로 들어섰다는 건 기록으로 증명된다. 비슷한 음식으로 닭 대신에 쇠고기를 사용하는 ‘비프 부르기뇽’(Boeuf Bourguignon)이 있다. 이 역시 부르고뉴의 향토 음식으로 두 음식 모두 묵은 재료를 알뜰하고 맛있게 재탄생시키는 방법이다.

코코뱅에선 닭고기의 맛이 중요하다. 농가에서 자연 방목한, 생후 10~12개월의 수탉을 최고로 친다. 함께 사용하는 포도주는 가능하다면 부르고뉴산 레드 와인을 권장한다. 가격 또한 닭이 아니라 와인에서 결정된다. 부르고뉴는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수준의 테이블 와인부터 최고급 그랑크뤼(Grand Cru)까지 가득한 곳이다. 요즘은 다양한 코코뱅이 여러 지역에서 개발돼 와인도 다양한 지역 것이 사용된다.

| 이탈리아에선 매콤한 ‘ 카치아토레’
와인 스며들어 촉촉해진 닭고기에
토마토·고추 넣어 스튜처럼 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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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대표적인 닭 요리. 와인과 토마토 소스에 이탈리아 고추인 페페로치노로 감칠맛을 보탠 카치아토레. [사진 정신우]


이탈리아에도 닭볶음탕 비슷한 요리가 있다. ‘치킨 카치아토레(pollo alla cacciatore)’이다. 카치아토레는 사냥꾼을 뜻하는 말로, 야생 닭이나 야생 토끼 등 사냥한 고기를 이용한 요리에서 시작됐다. 오늘날 스튜(Stew)와 같은 형태인데, 외양만 보면 닭볶음탕과 정말 비슷하다.

주재료는 닭과 와인, 버섯과 허브, 그리고 토마토 소스다. 매운맛에는 이탈리아 고추인 페페로치노(Peperoncino)가 사용된다. 로즈메리와 월계수 잎이 특유의 강렬한 향을 더하고 와인이 스며들어 촉촉해진 닭고기가 토마토 소스의 감칠맛과 만나 더욱 진한 풍미를 낸다.

오늘날 카치아토레는 마늘향을 듬뿍 입힌 파스타와 곁들여지거나 갓 구운 빵에 소스를 적셔 찍어먹는 한 그릇 식사로 인기 높다. 알고 보면 카치아토레는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과 딱 어울리는 요리다. 꿩이나 사슴·토끼를 수렵할 수 있는 기간은 제한됐기에 사냥꾼의 아내가 찾아온 손님을 굶주리게 할 수 없어 꿩 대신 닭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사실이라면 사냥꾼의 용기에다 이국에서 전해져 온 토마토의 마법, 사냥꾼 아내의 출중한 음식 솜씨가 합쳐져 탄생한 닭 요리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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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세계음식문화연구가·左), 정신우(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右)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조리법이 어렵지 않아 종종 닭 요리는 저렴한 음식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닭고기가 없었다면 미식가의 시대는 쉽게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월급날 아버지가 종이봉투에 담아오던 전기구이 통닭은 허름한 시절 우리의 미각과 후각을 일깨웠다. 그 황금빛 껍질과 훈제 향을 기억한다면 미식가의 식탁에서 닭고기를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음식상식 한국 1인당 닭고기 소비량 연 15.4㎏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인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1.3㎏이다. OECD 국가에서 육류 선호도 1위인 닭고기(27.6㎏)가 한국에선 돼지고기(24.3㎏)에 밀려 2위(15.4㎏)다. 3위는 쇠고기(11.6㎏). 닭고기 소비가 많은 나라는 이스라엘(63.0㎏), 미국(44.5㎏), 사우디아라비아(43.5㎏) 순이다.

강지영(세계음식문화연구가)
정신우(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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