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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따지나요? 유럽 와인 애호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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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연동 경성대 부근에서 와인바 ‘비나포’를 운영하는 이승훈 소믈리에는 여유가 생기면 프랑스 보르도 2000년 혹은 2005년산 와인을 사둔다. 둘 다 보르도 포도 품질이 좋았던 해(그레이트 빈티지)이고, 특히 2005년은 그가 결혼한 해다.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2005년 빈티지를 마시며 해가 다르게 숙성해 가는 와인과 우리 부부를 돌아보죠. 요즘은 아들이 태어난 해를 기념해 부르고뉴 2014 빈티지를 모으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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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 변덕 심한 프랑스 와이너리
포도수확한 해 따라 향·맛 크게 달라
미국·칠레와인보다 ‘빈티지’ 의미 커


빈티지란 쉽게 말해 와인에 사용된 포도의 수확 연도다. 병 라벨에 2014라고 적혀 있다면 2014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란 뜻이다. 레드 와인의 경우 가을에 포도를 수확한 뒤 1년여간 탱크·바리크 숙성을 하고 병에 넣어 다시 6개월 정도 숙성을 거쳐 시장에 나온다. 2005년 빈티지라면 발효·숙성을 포함해 이르면 이듬해 하반기 혹은 숙성한 해에서 3년 뒤에 소비자가 맛볼 수 있다.

상당수 와인이 시장에 출시된 직후 소비되지만 일부 와인은 생산자의 저장고나 눈 밝은 구매자의 와인 셀러 안에서 ‘때’를 기다린다. 이승훈씨는 그레이트 빈티지로 불리는 보르도 1990년산을 비롯한 귀한 와인들을 다수 보관하고 있다. “고급 와인일수록 숙성과 함께 깊은 맛을 냅니다. 시간이 갈수록 가격도 솟구치기에 미리 사서 때를 기다리는 거죠.”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빛을 발휘하는 와인, 즉 ‘올드 빈티지’ 예찬론이다.

와인에서 빈티지를 따질 땐 두 가지 의미다. 첫째, 포도 작황이 좋았던 해다. 좋은 포도로 만든 와인이 일반적으로 더 맛있기 때문에 ‘언제 빈티지냐’를 묻게 된다. 둘째는 ‘올드 빈티지’와 관련 있다. 일반적으로 오래된 와인이 숙성된 깊은 맛을 내기 때문에 최근 빈티지보다 십수 년 된 빈티지의 몸값이 높다. 물론 잘 만들어지고 잘 보관됐다는 전제하에서다.

일각에선 빈티지 와인이 실제 맛에 비해 가격 거품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 이태원에서 ‘더 젤 와인샵’을 운영하고 있는 이제춘 대표는 “와인을 즐기다 보면 결국 올드 빈티지의 가치를 알게 된다”고 단언한다. 그 자신도 올드 빈티지 애호가다. “2년 전쯤 1938년산 프랑스 부르고뉴의 본 로마네 피노 누아르를 마신 적이 있는데, 80년 가까운 세월이 무색하게 와인이 살아 있었어요.”

‘살아 있다’는 것은 와인이 식초처럼 시지 않았다는 것이지, 맛이 변함없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출시됐을 때의 풋풋함이나 과일향은 감소하는 반면 토양·가죽·낙엽과 같은 복합적인 부케(Bouquet)가 강해진다. ‘와인21닷컴’의 최성순 대표는 이를 김치 ‘묵은지’에 비유했다. “김장 포기김치 같은 것은 오래도록 보관·숙성이 가능하고 묵은지 수준까지 가잖아요. 조밀하고 단단한 포기김치가 농익어 가듯, 좋은 빈티지 와인은 숙성된 세월의 맛을 내게 되죠.”

다만 기후가 일정한 신대륙(미국·칠레·호주 등) 와인에서 빈티지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포도 작황이 들쑥날쑥하고 품질을 엄선해 만드는 보르도·부르고뉴의 그랑크뤼급 샤토(도멘) 와인에서나 언제 생산된 것인지, 언제쯤 마시면 좋을 지가 쟁점이 된다.

프랑스 올드 빈티지 와인을 주로 수입하는 ‘올빈와인’의 신규승 이사는 “빈티지 와인을 구매할 땐 소믈리에나 와인숍 주인 의 의견을 참고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시원치 않은 와인을 구매해서 오랜 기간 보관해봤자 숙성은커녕 못 마시고 버리는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파커 같은 와인평론가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매체가 해마다 지역별로 빈티지를 평가해 발표한다.

# 빈티지 샴페인의 세계

| 스파클링 와인은 대부분 ‘논빈티지’
여러 해 포도 섞어 일정한 색깔 유지
돔 페리뇽, 드물게 장기숙성한 ‘빈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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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빈티지’로 사랑받는 프랑스 레드 와인과 빈티지 샴페인. 왼쪽부터 무통 로칠드 1986, 샤토 디켐 1999, 샤토 라투르 1982, 돔 페리뇽 P2 1998, 샤토 티레큘 라 그라비에르 퀴베 마담 1995. [촬영협조 올빈와인·모엣&샹동]


포도 덩굴에 달린 아침 이슬을 한입에 들이켜는 듯, 상쾌하면서도 묵직했다. 바다 내음 뒤에 오렌지 같은 과일향이 밀려왔고 이내 크림처럼 매끄러운 느낌이 이어졌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돔 페리뇽(Dom Pérignon) P2(돔 페리뇽에서 와인의 두 번째 절정기를 뜻하는 말)’ 1998년산을 시음한 소감이다. 98년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16년을 기다린 끝에 일반에 선보인 샴페인이다.

스파클링 와인(발포성 와인) 가운데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되는 샴페인은 일반 와인과 빈티지 개념이 전혀 다르다. 발포성 와인은 일반적으로 논빈티지, 즉 여러 해에 수확된 포도들을 섞어서 만든다. 전체 시장의 85%가 이러한 논빈티지로 추정된다. 해마다 다른 포도 작황에 휘둘리기보다 여러 해의 포도를 최적 비율로 블렌딩(blending)해 브랜드의 일정한 색깔을 유지하는 전통 때문이다. 17세기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샴페인이 태동한 이래 발포성 와인은 대체로 논빈티지로 만들어져 왔다.

반면 일부 와이너리는 빈티지 제품만 내놓는다. 그해 포도가 겪은 자연환경 그대로를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는 철학 아래서다. 단 포도 품질이 수준 이하로 판단되면 아예 그해 빈티지를 포기한다. 빈티지 샴페인만 생산하는 돔 페리뇽 하우스의 경우 10년에 두세 번씩 이렇게 ‘눈물 어린 결단’을 한다. 대신 빈티지로 생산한 제품은 희소성이 높기 때문에 논빈티지 제품보다 가격이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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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갤러리아 백화점 청담점의 ‘돔 페리뇽 P2 팝업 스토어. [촬영협조 올빈와인·모엣&샹동]


빈티지 샴페인은 일반적으로 논빈티지보다 장기·복합적인 숙성 과정을 거친다. 돔 페리뇽 P2 1998의 경우 포도를 수확·발효시킨 후 12년간 ‘앙금 숙성’을 거치고 4년간 안정기를 지나 시장에 나왔다. 이보다 짧게(7년 안팎) 숙성시키는 P1과 오래(최소 20년 이상) 숙성시키는 P3 제품도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갤러리아 백화점 ‘돔 페리뇽 팝업 스토어’에서 2006 빈티지 P1과 이번에 출시된 1998 빈티지 P2를 동시에 맛보았다. P1이 과일향이 보다 짙고 상큼한 느낌이라면 P2는 농익은 화이트 와인에 가까운 밀도를 보였다.

돔 페리뇽의 와인 메이커 뱅상 샤프롱은 “포도 수확 때 그해 품질을 보고 P1~P3 생산을 각각 얼마나 할지 비율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수년간 숙성시키는 동안에도 수시로 상태를 점검하다가 ‘이때다’ 싶을 때 최종 제조 과정인 도사주(dosage)를 거쳐 코르크 마개로 탄산가스를 밀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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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샴페인 중에 짧은 숙성을 거친 것은 출시된 해에 즐겨야 기포를 활기차게 느낄 수 있다. 반면 장기 숙성을 거친 샴페인은 오랜 시간 후에 따도 기포의 다른 질감과 맛이 살아 있다. 샤프롱은 “숙성 연한이 상대적으로 긴 프레스티지급 샴페인의 경우엔 출시 수년 뒤에도 매끄러운 기포를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상식 샴페인, 이탈리아는 ‘스푸만테’, 스페인은 ‘카바’로 불러

샴페인(샹파뉴)은 프랑스 동부 샹파뉴 지방에서 만드는 발포성 와인을 칭하는 것으로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에는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그래서 프랑스 내 다른 지방에서 나는 건 ‘크레망’이라 하고 미국은 ‘스파클링 와인’, 이탈리아는 스푸만테, 스페인에선 카바라고 부른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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