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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쇄국정책…위치기반 IT기업 해외 가는 길 봉쇄

| 청와대·군부대 등 안보 문제 내세운 규제 득보다 실
방한 외국인들도 구글맵 제대로 쓰지 못해 불편
이스라엘, 외교협정으로 상업용 위성 노출 예방 ‘주목’


에어비앤비처럼 숙박공유 서비스를 하는 국내 스타트업 ‘코자자’의 경우 월 이용객의 약 40%가 외국인이다. 하지만 한옥 같은 특색 있는 숙소를 예약한 외국인들은 목적지 근처에서 1시간씩 헤매다가 코자자에 항의하기 일쑤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익숙하게 쓰는 지도 서비스 ‘구글맵(지도)’이 한국에선 제구실을 못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내비게이션을 제외한 도보·자동차 내비, 3D 지도, 건물 실내지도 등 대부분의 기능이 한국에선 서비스가 안 된다.

한옥스테이 ‘담소정’의 주형준 대표는 “외국인들에게 미리 ‘한국에선 구글맵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니 네이버·다음 지도 앱을 다운받아 오라’고 얘기해도 소용 없다”고 말했다.

국내 지도 정보의 해외 반출을 금지한 규제가 다시 논란이다. 구글맵이 국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이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측량을 통해 확보한 공식 지도 정보를 해외에 반출하는 것을 법(공간정보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으로 금지하고 있다. 지리 정보가 해외 서버에 저장되면 국가 주요 기관의 위치가 노출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규제가 서비스 사용 제한에 따른 불편을 넘어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 ‘내수용 규제’가 해외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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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기반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로 해외에 진출하려면 구글맵으로 해외용 서비스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과 스마트카·자율주행차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위치정보를 활용한 창업이 활발해지자 과거의 규제가 부메랑이 된 것이다.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도 규제의 영향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수출용 소나타에 차량용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오토’를 장착해 30여 개국에 출시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선 서비스가 안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확한 구글 지도 없이는 반쪽짜리 서비스라 국내에선 출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한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엔 자사의 위치정보 시스템을 장착하지 않는다.

중국 1위 검색업체인 바이두는 일본을 찾는 자국 관광객을 위해 일본 지도는 만들어도 한국 지도는 만들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주차공간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모두의주차장’ 강수남 대표는 “앞으로 위치정보를 활용한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인데 규제 때문에 국내 업체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외에선 구글의 지도를 기반으로 한 우버·에어비앤비 같은 스타트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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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모습이 구글 한국판에는 흐릿하게 처리돼 있다. [사진 각 사]


정부는 구글이 서비스 중인 위성사진을 정부 요청대로 일부 수정하면 지도데이터를 주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국정원·군부대 같은 시설을 위성사진에서 숲 등으로 안 보이게 덮으라는 제안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이런 정부의 요구를 따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글의 요구에 수정 안 한 위성사진을 쓰도록 풀어 주면 국내 업체들도 보안규정을 지킬 필요가 없어져 보안상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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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위성사진에는 아예 숲으로 처리돼 있다. [사진 각 사]


하지만 위성지도의 경우 현재 해외에선 청와대를 비롯한 대부분 보안시설이 다 노출돼 있다. 구글·MS·애플 맵의 글로벌 버전이나 지리정보(GIS) 업체들이 상업용으로 판매하는 위성사진들엔 청와대가 선명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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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모습이 드러난 구글 미국판 위성사진. [사진 각 사]


전문가들은 안보를 중시하면서도 국제 표준을 지킨 이스라엘의 사례에서 해법을 찾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과 외교적 협정을 맺고 자국의 보안시설이 각국에서 상업용으로 유통되는 위성사진에는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어기면 각국 법령에 따라 불법 처리하는 식이다.

커뮤니티맵핑(집단지성 지도)센터를 설립한 임완수 미국 메헤리의대 교수는 “구글맵을 활용해 만들었던 미국 뉴욕 화장실 지도, 허리케인 샌디 재난지도는 미국 정부도 주목했다”며 “쇄국정책 같은 규제로는 ‘맛집지도’ 이상의 부가가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스타트업을 키우기도, 공익에 기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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