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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폭격 멈춰라” 안보리 회의장에 울린 의사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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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리우 국경없는의사회(MSF) 회장(오른쪽)과 피터 마우어 국제적십자위원회 회장이 3일 유엔 연설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유엔]


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 가녀린 체구에서 나오는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가 회의장을 울렸다.

“오늘날 전쟁 속 개인이란 무엇입니까? 산 자든 죽은 자든 그저 소모품에 불과합니다. 환자들과 의사들은 합법적인 공격 목표가 됐습니다.”

국제의료구호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MSF)’의 조앤 리우(51) 회장이었다. 그는 중국인 이민자 가정 출신의 캐나다 국적 소아과 의사다. 이날 안보리 회의는 시리아 정부군의 지난달 27일 시리아 북부 알레포 시(市) 공습이 계기가 됐다. 폭격은 MSF 지원으로 운영되던 병원을 파괴했다. 알레포에 남아있던 마지막 소아과 의사를 비롯해 5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MSF 병원이 공습을 당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엔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의 MSF 외상센터가 미군의 폭격을 받아 의료진을 포함 14명이 숨졌다.

국제적십자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환자·의료진·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이 11개국에서 2400건에 달했다. 하루 2건을 넘는다. 의료시설 파괴는 공습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삶까지 파괴한다. 시리아가 그런 사례다. 내전 기간 의료진 730여 명이 살해됐고, 의료시설의 약 절반이 문을 닫았거나 부분 가동만 하고 있다. 그 결과 수백만 명의 시리아 국민들은 생명과 직결된 의료보호를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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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시리아 정부군이 공습한 시리아 알레포에서 민병대원이 아이를 대피시키고 있다. 이날 국경없는의사회 병원도 공격받아 27명이 숨졌다. [AP=뉴시스]


전쟁 중에도 환자와 의료진은 공격하지 않는 것이 국제법이다. 이를 어기는 것은 전쟁범죄다. 그러나 ‘전쟁의 룰’은 깨진지 오래다. 리우 회장은 “여성, 아동, 부상자와 간병인들은 모두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공격을 멈추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야만적인 행위가 세계 최강대국들과 그 동맹국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리우는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중 4개국이 지난 1년간 의료시설 공격에 대해 책임있는 연합군과 관련돼있다”고 지적했다. 4개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다. 지구촌 최강대국들의 이중성을 그들의 대표 면전에서 정면 비판한 것이다.

리우는 이어 “아프가니스탄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주도하는 연합군, 예멘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 그리고 러시아가 배후를 지원하는 시리아 주도 연합군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특별한 책임에 합당하게 행동해야 하며, 모든 회원국 앞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우는 또 “가해자들이 조사관·판사·배심원이 될 수는 없다”며 강대국들이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는 것을 비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른바 외과수술식 공습(surgical strike)이 외과병동을 타격하고 있다. 부끄럽고 용서할수 없다”고 개탄했다. 안보리는 이날 분쟁지역 병원과 의료진을 폭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의료진과 인도지원 인력에게 가해지는 인권침해 행위가 처벌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을 강력히 규탄하고, 각국이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울 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았다. 그러나 특정국가의 책임을 묻지도 않았고, 회원국들에 새로운 의무도 부과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엔 외교가에선 이번 결의안 역시 ‘말 잔치’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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