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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나서지 않으면 병원 공격을 막을 수 없다"

4월 27일 밤 10시쯤, 시리아 북부 알레포 시에 있는 알 쿠드스 병원이 공격을 받았다. 병상 34개와 응급실·집중치료실·수술실을 갖추고 여러 도시의 주요 소아과 진료센터 역할을 하던 이 병원은 한 차례의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살아남은 환자, 직원, 자원봉사자들은 암흑과 먼지를 무릅쓰고 잔해 속에 묻힌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병원에는 전임 의사 8명이 있었는데 그 중 2명도 사망자 14명 중에 포함됐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의료 지원을 하기 위해 일했던 그들의 헌신은 결국 희생으로 끝나고 말았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비극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남수단에서 예멘·우크라이나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에서 구급차와 병원, 보건소들이 폭격, 약탈, 방화, 파괴의 피해를 입어 왔다. 환자들은 병상에 누운 채로 숨졌다. 의료진은 부상자들을 구조하다가 공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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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폭격으로 폐허가 된 아프카니스탄 쿤두즈에 의치한 `국경 없는 의사회`의 병원.

그런데 이러한 공격이 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하는 등 위험한 자기만족이 나타나고 있다. 민간인들과 민간 기반시설들이 무력 분쟁의 공격 목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장, 학교, 가옥, 의료 시설들이 '공격하기 좋은 목표물'이 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2012~2014년 사이 11개국에서 의료진, 환자, 의료 시설, 운송 수단 등을 겨냥해 2400건의 공격이 일어났다고 정리한 바 있다. 이 공격의 대다수는 현지 의료 시설과 의료진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주변 지역사회에 일어난 도미노 효과는 파괴적이다.

한 예로 지난해 7월 남수단 어퍼나일 지역에서 있었던 일을 들겠다. 이른 아침 병원 건물 근처에서 집중적인 포켓포 공격이 일어났다. 벽과 울타리에 유산탄 파편이 퍼졌고,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은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남성 환자, 12세 소년, 3세 여아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 후 며칠 사이에 또 다른 20여 명이 부상으로 숨졌는데, 그 중에는 현장에서 즉사한 3세 여아의 어머니도 있었다. 교전이 격렬해지자 병원 직원, 환자, 민간인들은 대피했다. 그렇게 7만5000명이 살던 지역의 핵심 의료 시설이 일순간 사라졌다. 그 결과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2015년 한 해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등 75곳이 총 106차례의 공격을 받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의료 장비들도 손실됐다. 2015년 9월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시리아 분쟁이 시작된 이후로 654명의 의료진이 사망했고, 전체 병원의 60%가 부분적으로만 운영되거나 완전히 폐쇄됐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러한 통계는 우리에게 오히려 해가 된다. 이 수치들이 분쟁에 사로잡힌 사람들 개개인의 비극을 가리기 때문이다. 절박한 필요 속에 허덕일 때가 많은 남성, 여성, 아동들은 분쟁으로 인해 삶이 갈갈이 찢기는 고통을 겪는다. 그런 그들이 마지막으로 도움을 청하는 장소인 병원이 공격을 받고 있다.

과연 누가 이러한 공격을 저지르고 있는가? 거의 모두가 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무장 세력들과 무장 단체들은 물론이거니와 유엔 협상 테이블에 둘러앉은 나라들마저도 공격을 저지른다.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항상 ‘이차적 피해’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체계적이고 계획적이며 정교하게 일어나는 공격도 있다. 의료 시설에 대한 공격은 의도적이었건 ‘우발적이었건’ 간에 인도주의 법을 공격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분쟁 시기에 이루어지는 의료 지원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 그리고 대대적인 외면이다.

국제 인도주의 법과 원칙들에 따르면 의료진은 정치 성향은 물론, 환자의 모든 특성과 관계 없이, 환자가 전투원이든 아니든 간에, 환자와 부상자라면 누구에게든지 의료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의료 윤리에 따라 정당하게 의료 지원을 한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 당신의 적을 치료한 의사가 곧 당신의 적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근본적인 규칙이 위반돼 지역사회 전체에 심각한 인도적 결과가 초래하고, 이미 한계에 다다른 보건 체계가 크나큰 피해를 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이는 단지 국경없는의사회나 국제 적십자 운동의 견해만은 아니다.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국제군사의학위원회(the International Committee of Military Medicine), 국제간호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f Nurses), 국제의학생연맹(International Hospital Federation 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Medical Students’ Associations), 세계물리치료연맹(World Confederation for Physical Therapy) 등 3000만 명의 전문 의료인을 대표하는 여러 단체들도 의료 지원 활동의 불가침성을 존중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지지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국제적십자위원회 대표인 우리들이 ‘의료 지원 활동 보호’에 대한 유엔의 역사적인 결의안 제안을 환영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유엔은 현지시간 5월 3일 결의안 투표에 나선다.) 하지만 우리는 이 결의안을 통해 실제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촉구한다. 유엔 안보리에서는 다음의 사항들을 보장해야 한다.

첫째 유엔 안보리는 의료 지원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데에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실어야 한다. 무력 분쟁의 모든 당사자들은 국제인도법을 포함한 국제법 하에서 자신들의 의무를 온전히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분쟁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공정한 의료 지원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둘째 유엔 안보리는 무력 분쟁의 모든 당사자들이 의료진, 의료 시설, 운송 수단 등을 겨냥한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개발하도록 회원국들에 촉구해야 한다. 유엔 회원국들은 전시 상황의 의료 지원을 방해하는 제한과 제재를 푸는 등 필요한 경우 법적 사항들을 보강해야 한다.

각국 내에서 환자, 의료진, 의료 시설, 운송 수단 등을 법적으로 보호하겠다는 뜻도 명백히 해야 한다. 심지어 환자나 의료진이 ‘적’으로 간주된다 하더라도 분쟁 상황에서는 의료 지원의 존엄성을 지키겠다는 것이 보장되어야 한다. 군사 작전 및 안보 활동 중에도 의료 지원의 중립성을 효과적으로 존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바람직한 관행을 공유해야 한다.

무장 세력들과 분쟁의 모든 당사자들은 부상자들, 환자들, 의료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통합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군사 명령, 교전 규칙, 관리 운용 규정, 훈련 등에 통합해야 한다.

셋째 유엔 안보리는 의료 시설과 의료진을 겨냥한 공격이 발생하는 경우, 진상 규명을 위해 신속하고 공정하고 독립적인 전담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진상 규명을 시도하는 주체가 희생자 혹은 가해자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러한 공격들을 최고위급에 주기적으로 공식 보고하는 것이 필요하며, 유엔 안보리에서는 이에 관한 연례 논의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근저에는, 사람들의 의료적 필요가?그들이 누구인지, 어디 출신이지, 어느 편을 지지하는지 등에 관계없이?항상 우선한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의료진은 의료적 필요해 의해 환자들과 부상자들을 치료하고자 분쟁 지역에 있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인 공정성의 원칙이며, 이것이 의료 윤리의 근간을 이룬다. 의료적 필요에 근거해 치료를 하는 것이지 적대 행위에 연루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사들은 이를 근거로 국제인도법 하에서 보호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유엔 결의안 표결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틀 전 알레포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공격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유엔 회원국들은 무력 분쟁 사이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할 도덕적, 법적 책임을 지고 있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총재 피터 마우러(Peter Maurer)·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Joanne Liu)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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