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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올리브 듬뿍 든 '호리아티키' 매끼 먹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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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크가 어디 있는지 구글맵에서 찾아보았다”는 고백(?)이 우습지 않을 만큼 요즘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우르크’는 드라마 속 가상의 국가로 실제 촬영지는 그리스 자킨토스섬 일대다. 그러니 대위 유시진(송중기)과 의사 강모연(송혜교)이 데이트 중 현지 음식을 먹었다면 건강하고 맛있기로 소문난 그리스 식단일 것이다.

한낮의 인사가 ‘칼리오렉시(맛있게 드세요)’일 정도로 그리스는 오랜 미식(美食·gastronomy) 문화를 자랑한다. 그리스·스페인 등의 지중해 요리는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이미 기원전 350년 철학자 아르케스트라투스가 세계 최초의 요리책 『헤디파테이아』에서 강조했듯이 ‘요리는 단순해야 한다’는 게 그리스 식문화의 전통이다. 종류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신선한 제철 과일과 채소·어패류 등에 올리브기름과 레몬을 넉넉히 첨가하는 게 공통점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건강·장수 식단으로 꼽힌다.

이 중 올리브는 그리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식재료다. 신화에 따르면 도시국가 아테네를 차지하기 위해 지혜·전쟁의 여신 아테나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경쟁을 벌였다. 시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포세이돈은 샘물(식수)을 제시했고 아테나는 올리브를 선사했다. 결국 아테네 시민들은 올리브를 선택했다고 한다. 아르케스트라투스도 상어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썼다. “친애하는 동지 여러분, 다른 무언가를 더 넣으려고 하지 마세요. 그린 올리브유를 뿌리는 거라면 몰라도 말입니다.”(『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 윌리엄 시트웰 지음, 43쪽에서 재인용)

그리스 요리는 지중해 음식임에도 이탈리아나 남프랑스 쪽보다는 터키·레바논 등 동지중해 쪽 요리와 비슷한 편이다. 14세기부터 1821년 근대 그리스가 독립을 선언하기까지 그리스 땅 대부분이 아나톨리아(현재의 터키 일부)에서 발원한 오스만제국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 국가 가운데 마늘과 콩을 가장 많이 먹는 편이고 문어나 오징어도 우리처럼 즐긴다.

2004년부터 서울 이태원에서 그리스 음식 전문점 ‘산토리니’를 운영하고 있는 최은정 대표는 그리스 음식의 키워드를 ‘슬로 쿠킹 ’이라고 정의했다. “천연 허브를 사용하고 오랜 시간 다듬고 우려낸 ‘집밥’에서 자연친화적인 그리스식 삶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손님을 초대해 식사할 땐 한국인들처럼 식탁에 여러 요리를 차려놓고 각자 앞접시에 덜어 먹는다. 포도 재배가 활발한 그리스에선 식사에 와인을 곁들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스 현지에서 경험한 기본 요리를 중심으로 지중해 음식 세계를 들여다봤다.

# 그릭 샐러드(Greek sal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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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릭 샐러드’로 대표되는 그리스 음식은 신선한 지중해 식재료에 천연 허브를 넣은 건강식으로 와인과 함께 즐긴다. 사진 위쪽의 유적은 아테네의 심장부로 불리는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그리스 식단의 출발점과도 같다. 그리스에선 농부의 샐러드나 시골 샐러드라는 뜻의 ‘호리아티키’로 불린다. 접시에 알맞게 썬 토마토와 오이, 파프리카, 어린 배추잎을 깔고 올리브와 발사믹 식초를 뿌린 후 올리브기름을 가미한 페타치즈를 올린다. 그리스 식탁에서 한 끼도 빠지지 않는 ‘국민 샐러드’다.

의외로 그릭 샐러드가 그리스에서 자리 잡은 역사는 오래지 않다. 샐러드의 핵심 재료인 토마토가 그리스에서 보편화된 게 19세기 말, 20세기 초이기 때문이다. 토마토 씨는 16세기 초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남미 대륙에서 유럽으로 넘어왔고 16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처음 재배되기 시작했다. 그리스에선 19세기 들어 에게해 시로스섬에서 처음 재배돼 곧 산토리니섬의 주 작물이 됐다. 기원전 1600년께 화산 폭발이 빚어낸 화산 토양에다 강렬한 햇빛, 건조한 기후가 특징인 산토리니에선 달고 단단한 방울토마토가 지천으로 재배되는 덕에 최상품의 그릭 샐러드를 즐길 수 있다.

# 돌마다키(돌마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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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마다키


돌마다키(dolmadaki)는 다진 고기나 생선, 잘게 썬 채소를 찐 밥과 섞어 포도잎이나 양배추잎에 싸서 찐 요리다. ‘채운다’는 뜻의 터키어 ‘돌마(dolma)’에서 유래했다. 오스만제국 시절 유래한 음식으로 그리스뿐 아니라 발칸반도 일대, 캅카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소로 쓰이는 채소는 토마토·고추·양파·주키니·가지·마늘 등이다. 다진 고기를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한다. 고기를 넣으면 따뜻한 상태에서 갈릭 요구르트 소스 등을 곁들여 먹고 채소만 넣었을 땐 차게 내놓는 편이다. 촉촉하게 씹히는 질감에 포도잎의 쌉싸름한 풍미가 일품이다.

프랑스 리옹의 폴 보퀴즈에서 교육을 수료한 요리연구가 양진원씨는 “이제껏 포도잎 대체재로 깻잎을 이용했는데 현지에서 하듯이 양배추잎을 써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국내의 외국 식료품점에서도 포도잎 통조림을 구할 수 있다. 요리를 하기 전에 이파리 하나하나를 물에 잠시 담가 소금기를 빼주는 게 좋다.

# 무사카(Mous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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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카


오스만제국 시절 유래된 그리스의 대표 음식. 양고기를 갈아 가지·토마토·감자·양파 등 채소와 치즈를 넣고 오븐에 구운 요리다. 베샤멜소스(우유·버터·밀가루 등을 넣은 크림소스)를 토핑하는 게 특징이다. 현재와 같은 그리스식 무사카 조리법은 1920년대 천재 셰프 니콜라오스 첼레멘테스에 의해 정립됐다. 첼레멘테스는 외국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그리스 요리에 프렌치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그리스 요리가 아시아에서 벗어나 유럽색을 띨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조 격인 터키에선 흐드러진 볶음 형태를 필래프(오일과 버터에 볶은 쌀밥요리)와 함께 먹지만 그리스에선 재료를 층층이 쌓아 올리고 마지막에 한 번 더 구워내 하나의 파이 형태로 먹는다.

# 수블라키(Souvla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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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블라키


무사카와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리스 요리다. 올리브기름과 오레가노를 버무려 재운 고기를 꼬챙이에 겹겹이 포개 놓고 세로로 세워 천천히 돌리며 불에 구운 뒤 익은 부위를 칼로 잘라 밀전병, 양파와 함께 접시에 담아낸다. 꼬챙이에 꿸 때 양파·피망·토마토 등을 곁들이면 색깔도 곱고 담백한 맛을 보탠다. 아테네 모나스티라키 광장 모퉁이에 위치한 ‘바이락타리스’는 1879년 문을 연 노포(老鋪)로 수블라키와 모둠 구이(mixed grill)를 즐기려는 여행객들로 늦게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음식상식 포도 껍질로 빚은 그리스 전통 술 ‘우조’
그리스는 와인 생산이 활발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온 포도 껍질과 찌꺼기를 압축·증류해 전통 식전주인 우조(ouzo)도 빚어낸다. 우조는 아니스 등 향료가 첨가돼 특유의 강한 냄새를 풍기며 알코올 도수가 40도를 넘는다. 보통 물을 섞어 마시는데 투명한 술이 물을 만나면 탁해져 뿌연 흰색으로 변한다.

그리스=글·사진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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