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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초 빵빵, 칼치기, 끼지마 급가속…‘도로 위 헐크’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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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로 격분한 이모(33)씨가 상대 차량의 보닛에 올라가 위협하고 있다. [사진 블랙박스 영상 캡처]


지난 2월 18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 인근 왕복 4차로. 1차로로 주행 중이던 윤모(26)씨 시야에 2차로를 달리던 이모(33)씨의 가스 배달 트럭이 눈에 들어왔다. 큰 차가 앞으로 들어오는 게 거슬렸던 윤씨는 경적을 울렸다. ‘빵, 빵, 빠앙, 빠앙, 빵’. 놀란 이씨는 기겁을 했다. 차도 주춤했다. 하지만 이내 흥분한 이씨가 윤씨의 승용차를 뒤쫓아왔다. 신호 대기에 걸리자 이씨는 차 문을 박차고 나왔다. “나와. XX놈아.” 그는 윤씨의 승용차 와이퍼를 들어 올리고 보닛에 올라가 욕설을 퍼부었다. 이 모습은 윤씨 차량의 블랙박스에 그대로 담겼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협박 및 재물손괴 혐의로 이씨를 불구속 기소해 달라”는 의견을 달아 지난달 31일 검찰에 보냈다.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아찔한 ‘자존심 싸움’, 보복운전(road rage)이 크게 늘고 있다. 경찰청이 올해 2~3월 난폭·보복운전을 집중 단속한 결과 46일간 총 500건이 형사 입건됐다. 하루 10.9건꼴이다. 이는 지난해 7월 한 달간 집중단속 시 적발된 273건(하루 8.8건)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보복운전 신고건수도 1151건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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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이 기간 경찰에 입건된 보복운전 사례 동영상 37건을 단독 입수해 한국교통연구원 설재훈 연구위원과 함께 보복운전의 원인과 유형을 분석했다. 그 결과 ‘피해 차량의 과도한 경적’이 원인이 된 경우가 32.4%로 가장 많았다. 설 위원은 “3초 이상 길게 또는 수차례 누르는 경적은 위험 상황을 알리는 본래 목적을 넘어 상대 운전자를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칼치기 등 급차로 변경이 27%, 상대 차량이 끼어들려는 순간에 급가속하는 ‘끼지마 급가속’이 16.2%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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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오후 2시15분쯤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의 한 교차로에선 김모(49)씨가 차량을 끼워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모(33·여)씨를 대상으로 보복운전을 했다. 왼쪽 깜빡이를 켜고 직진 차로에 있던 김씨는 신호가 바뀌자 좌회전을 했고 동시에 좌회전을 한 서씨 차량을 앞지르려 했다. 하지만 서씨가 양보하지 않자 밀어붙이기와 급제동을 하며 진로를 방해했다.

대전시 서구 탄방동의 한 도로에서는 지난달 11일 오전 BMW 승용차와 오토바이 간 추격전이 벌어졌다. BMW 승용차를 몰던 임모(31)씨는 최모(33)씨의 오토바이가 차량 앞으로 끼어들자 격분해 1㎞를 쫓아갔다. 이어 차량 조수석 쪽으로 오토바이를 고의로 밀어 최씨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대전경찰청은 임씨를 특수상해 등 혐의로 구속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끼어들기를 할 때 점멸등을 켜서 미안함만 표시해도 보복운전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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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운전 형태로는 ‘가로막기’ 방식이 29.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급제동(21.6%), 차로 바꿔 가며 진로 방해(16.2%), 밀어붙이기(10.9%) 순이었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저런 운전자는 내버려 둬선 안 된다’는 부적절한 사회 교정욕구가 지나쳐 가로막기라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설 위원은 “보복운전은 자신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자동차라는 흉기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전하는 악의적 행동”이라며 “ 원인 제공자가 있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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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운전 예방대책은=운전자 10명 중 4명은 보복운전을 당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한국교통연구원이 운전자 10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0.6%가 보복운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김필수 교수는 “형사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일본은 유치원 때부터 ‘친환경 경제운전’의 일환으로 한 박자 느린 여유 운전교육을 시킨다”고 설명했다. 운전면허시험 응시자에게 보복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 주는 별도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리전문가들은 마음 다스리기 훈련을 하라고 조언한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교수는 “화가 치미는 상황이 생기면 10초 동안만 크게 심호흡을 해 보라”며 “도로에서 자신이 화를 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평소 상상하는 훈련을 하면 화를 참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난폭운전자에게 시행하는 도로교통공단의 의무교육(6시간)을 보복운전자에게도 확대 시행하겠다”고 5일 밝혔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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