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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만의 첫 한·불 전략대화, 시진핑·G20 영부인들도 방문 “외빈들 한옥 아름다움에 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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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교국제개발부 장관과 박물관을 돌아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전략대화가 열렸다. 양국이 1886년 조·불 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130년 만에 열리는 첫 전략대화라는 것 외에도 특별한 점이 있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교국제개발부 장관이 만난 장소가 관심을 끌었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양자회담실이나 한·불 수교 130주년 관련 포럼이 열린 시내 호텔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양국 장관은 서울 성북동에 있는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났다.

최근 오·만찬 등 외빈 접대를 넘어 중요한 외교 행사까지 진행되는 가구박물관이 외교가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옥과 목가구의 조화가 이뤄내는 멋과 그 속에 깃든 한국의 전통문화가 각국 정상과 각료, 외교사절 등의 발길을 끄는 비결이다.

외교부가 한·불 전략대화 및 오찬 장소로 가구박물관을 택한 것은 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에로 외교장관의 방한이 세 번째인데 이전 두 번의 방문에서 특히 한국 전통문화에 큰 관심을 보여 이번엔 특별히 가구박물관을 장소로 정했다는 것이다. 오찬 메뉴는 한식이 아닌 프랑스식으로 조리한 대구와 한우 안심스테이크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환경은 한옥, 음식은 프랑스식으로 맞춰 양국의 조화와 협력을 강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에로 장관도 “멋진 곳에서 전략대화를 하니 결과도 잘 나올 것 같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박물관에는 한옥 10채가 들어서 있다. 모두 정미숙 관장이 박물관으로 옮겨온 것이다. 1960년대부터 18세기 이후의 목가구를 수집해온 정 관장은 95년부터 도시 개발로 철거될 위기에 처한 한옥을 한 채씩 구입했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목재를 끼워 지은 한옥들이기에 분해해도 원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한·불 외교장관이 오찬을 한 곳은 ‘궁집’이었다. 왕실의 왕자·옹주·공주 등이 성혼 뒤 거주하는 곳이 궁채다. 원래는 창경궁에 있는 전각이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창경궁이 ‘창경원’으로 격하되고, 광복 후 정부가 유원지로 추진하면서 민간에 매각한 것을 정 관장의 시아버지가 사들였다. 용이 새겨진 기와는 궁에서만 썼다. 이 때문에 귀한 손님을 모시기에 제격이다.

2014년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방한했을 때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곳에서 특별오찬을 대접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창밖으로 매화 무늬가 새겨진 굴뚝과 이끼 정원, 남산을 볼 수 있는 상석(上席)을 시 주석에게 권했다.

당시 시 주석 부부는 가구박물관의 아름다움을 극찬했다고 한다. 이후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국 고위관료들과 유커들도 줄줄이 가구박물관을 찾고 있다. 이번에 한·불 전략대화가 열린 박물관 내 특별전시관은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영부인들이 오찬을 즐겼던 곳이기도 하다.

외빈들은 가구 하나에 깃든 사소한 일화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박중선 기획총괄 이사는 “오동나무로 만든 가구를 보여주며 ‘딸이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었는데 15년이면 크게 자란다. 그 나무로 딸이 시집갈 때 가구를 만들어 주기에 혼수목(marriage tree)이라고 불렀다’고 했더니 한 영부인이 크게 감탄했다”고 전했다.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외빈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포인트는 박물관 중심에 있는 ‘불로문(不老門)’이다. 창덕궁에 있는 불로문을 그대로 본떠 화강암으로 만들었다. “이 문을 지나가면 10년은 젊어진다”고 소개하면 모두들 즐거워한다.

박 이사는 “외국에선 한국을 흔히 신흥공업국으로 보지만 이곳을 찾은 외빈들에게 담을 낮춰 담 밖의 산수 자연을 정원으로 빌려 쓰는 우리 고유의 문화를 설명하면 큰 감명을 받는다”며 “앞으로도 외빈들에게 한옥과 한국 가구의 아름다움,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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