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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진 날고기에 계란 노른자…유럽도 육회 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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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까지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려서인지 봄이 찾아왔음에도 몸 상태가 부실하고 면역력도 바닥이다. 근력을 키우라는 의사 조언에 따라 ‘양질의 단백질 보충’에 나섰다. 소량의 고기로 기운도 보충하고 식욕도 살리는 음식을 궁리하다 떠오른 게 ‘스테이크 타르타르(steak tartar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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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스테이크 타르타르’(서울 신사동 ‘톡톡’). 한국식 육회와 모양과 향미는 달라도 생고기를 다져서 즐기는 입맛은 비슷하다. [사진 임현동 기자]

스테이크 타르타르는 신선한 쇠고기 혹은 말고기를 잘게 다져 계란 노른자와 다진 양파를 곁들여 먹는 스테이크 모양의 생고기 음식이다. 이름이 스테이크라고 불에 구워진 고기를 기대했다간 깜짝 놀랄 수 있다. 게다가 우리의 육회와 흡사해 두 번 놀라게 된다. 호밀 빵과 더불어 애피타이저(전채요리)로 많이 먹지만 샐러드 혹은 감자튀김과 함께 메인 요리로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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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는 고기를 칼로 곱게 다지기보다 푸드 프로세서(식품을 잘게 다지거나 자르는 기계)에 넣고 갈아 내는 경우가 많아 샌드위치나 토스트에 발라 먹는 스프레드(spread)로 접할 수도 있다. 스테이크 타르타르는 보통 영국의 우스터셔(Worcestershire) 지방에서 생산되는 양념간장 느낌의 우스터 소스를 뿌려서 비벼 먹거나 마요네즈에 고운 고춧가루나 파프리카 가루 혹은 절인 케이퍼 열매를 곁들여 먹는다. 육회와 매우 비슷하지만 서양 소스의 향이 묻어난다. 사용되는 쇠고기 부위는 부드러운 안심이 일반적이지만 요리하는 이에 따라 등심이나 다른 부위를 사용하기도 한다. 동북부 유럽에선 사슴고기를 사용한 것도 꽤 인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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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타르타르를 흔히 즐기는 지역은 프랑스와 영국, 독일을 비롯한 중부 유럽과 체코·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 같은 동유럽 국가들이다. 미국과 남미에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기도 하는데 멕시코나 칠레, 브라질 등에서는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고기 위에 라임 즙을 뿌려서 먹는다. 벨기에와 프랑스에서는 미국의 햄버거를 닮았다 하여 ‘스테크 아메리캥(steak Americain)’이라 부르기도 했다. 네덜란드·덴마크·스웨덴에서는 샌드위치 토핑으로 더 많이 애용되며, 슬로바키아나 체코에서는 따뜻하게 구워 나온 토스트에 마늘 한쪽을 발라 스테이크 타르타르와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터키 남서부에도 날 쇠고기나 양고기를 잘게 썰어 파슬리·마늘·양파·토마토와 향신료를 넣고 빻은 밀로 버무려 먹는 ‘치이 코프테’라는 음식이 있다. 시베리아나 러시아, 만주와 몽골 등에도 스테이크 타르타르와 흡사한 음식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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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프랑스에서 스테이크 타르타르는 ‘타르타르식 스테이크’라는 의미인 ‘steak à la tartare’로 지칭했다. 여기서 타르타르는 ‘타르타르 소스’(마요네즈나 마늘을 넣은 마요네즈인 아이올리에 오이피클과 허브, 레몬 즙을 첨가해 만든 소스)를 의미할 수도 있고 타르타르 지역에 살던 종족, 예컨대 튀르크족을 위시한 중앙아시아인·몽골족·만주족 등을 의미한다는 학설도 있다. 어디까지나 추론에 불과하고 정확한 유래는 확인하기 어렵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요리 거장 오귀스트 에스코피에가 1921년 저술한 『요리의 길잡이(Le Guide Culinaire)』에 계란 노른자 없이 타르타르 소스와 함께 서빙하는 스테이크 타르타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스테크 아메리캥’이 언급된다. 반면 1938년 출판된 『라루스 미식 백과사전(Larousse Gastronomique)』에는 노른자를 얹어 먹는 스테이크 타르타르가 명시돼 있긴 해도 타르타르 소스는 언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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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가 알고 있는 스테이크 타르타르를 처음 식당에 내놓으며 메뉴로 알린 나라는 프랑스로 전해진다. 1975년 파리의 르 뒤크(Le Duc)라는 레스토랑에서 최초로 생참치나 생연어를 사용해 다양한 신메뉴를 선보였다. 몇 년 전까지 우리나라에선 스테이크 타르타르를 파는 식당을 찾기 힘들었지만 근래에는 ‘톡톡’(서울 강남구 신사동), ‘앙드뜨와’(이태원동) 등 몇몇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내놓고 있다. 게다가 한국엔 한국식 스테이크 타르타르인 ‘육회’가 있지 않은가.

중국 원나라 초기의 가정요리 백서로 여겨지는 『거가필용(居家必用)』에는 양육회방(羊肉膾方)이라 하여 양의 간 등을 날로 가늘게 썰어 먹는 풍습이 나온다. 이는 몽골이나 만주, 러시아와 동유럽을 누볐던 타타르 종족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나라에서 ‘달단’으로 불렸던 몽골계 기마민족 타타르의 식문화는 원(元)의 지배를 받던 고려 시대에 들어와 우리 식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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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성우 교수의 『한국요리 문화사』(1985)에 따르면 송나라의 시인이었던 매요신(梅堯臣)의 시에 ‘회를 차려놓고 좌객을 대접한다’는 구절이 있다. 이를 보면 중국에서 회를 즐기는 풍습은 역사가 오래됐다. 그런데 조선 중기 이수광의 저서 『지봉유설(芝峰類說)』을 보면 날 음식을 먹는 것을 야만스럽게 여기는 중국인들이 언급된다. 원(元)대 식문화와 차이가 느껴진다. 반면 조선 유학자들은 존경하는 공자가 회를 즐겼기에 거리낌 없이 육회나 내장을 날로 먹는 식문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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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고량주 칵테일, 담백한 볶음···중국요리 달라졌네

②평안도선 메밀면 고기국물에 말아먹고, 감자 많이 난 함경도 비빔면 즐겼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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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육회는 19세기 말엽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나온 내용이 현대의 조리법과 가장 닮아 있다. ‘기름기가 없는 연한 황육(黃肉)의 살을 얇게 저며 물에 담가 핏기를 빼고 가늘게 채를 썬다. 파와 마늘을 고루 다져서 후춧가루·깨·소금·굴을 섞어 고기와 잘 주물러 재우고 잣가루를 많이 섞는다’고 돼 있다. 심지어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선 육회 비빔밥까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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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세계음식문화연구가·左), 정신우(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右)

육회는 주로 소 육질이 좋기로 유명한 경북 지역과 전라도, 서울, 경기도에서 발달했다. 서울·경기도는 비싼 소를 날로 먹을 수 있는 집안 행사가 많거나 양반층이 주로 거주하던 지역의 특성이 뒷받침됐다. 날로 먹는 회를 ‘생회(生膾)’라 하며 여러 문헌에 꿩고기 육회인 ‘동치회(冬雉膾)’, 소의 내포(內包)로 만든 ‘갑회(甲膾)’, 소의 간·양·처녑·콩팥 등 내장 부위를 잘게 썰어 갖은 양념으로 먹는 ‘회깟’ 등이 언급된다.

육회는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과 더불어 고소한 쇠고기 향미 덕분에 현대 한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별미다. 어떻게 유래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유럽과 한국에서 각각 수세기 동안 즐겨온 스테이크 타르타르와 육회가 다른 듯 닮은 식문화를 보여주는 듯해 신기하고 반갑다.

타르타르와 육회 정답 = 1, 2, 4, 6, 10, 11은 육회.
                                  3, 5, 7, 8, 9, 12는 타르타르

음식상식 문어숙회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대접

살짝 데쳐서 먹는 회를 ‘숙회’라 한다. 임진왜란 때 조선 조정이 명나라의 구원 장수들에게 문어숙회를 대접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음식이다. 숙회엔 민어·대구·도미 등 생선 살에 녹말물을 묻혀 끓는 물에 데쳐내어 익힌 어채(魚菜)와 미나리·시금치·파 등을 데쳐 초장을 곁들여 먹는 강회 등이 있다.

강지영(세계음식문화연구가)·정신우(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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