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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량주 칵테일, 담백한 볶음…중국요리 달라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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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은 있어도 중식은 없다. 표준국어대사전 얘기다. ‘일식(日食)’은 일본음식이라 나와 있지만 ‘중식(中食)’은 점심의 다른 말로 풀이된다. 당연히 ‘중식당’도 없다. 사전에서 찾을 수 있는 건 ‘중화요리’ 혹은 ‘청요리’다. 그런데 이 단어들론 현재의 중국음식 트렌드를 담아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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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철가방, 고량주…. 오랫동안 한국 속 중국음식을 대변했던 이런 풍속은 빠르게 쇠락하는 중이다. 그 빈자리에 ‘중식’ 혹은 ‘중식당’이라는 단어가 새로 들어서고 있다. 일식, 양식, 나아가 한식과 각을 세우는 이 단어에선 제자리걸음인 중화요리(청요리)를 넘어 트렌디하고 전문적인 중국요리를 선보인다는 자부심이 읽힌다. 이미 멋과 맛을 아는 이들이 변화된 중식당으로 달려가고 있다. 호텔보단 부담이 적고, 반점보단 격이 있는 중간급 중식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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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눌랑’에선 케이지에 담긴 한입요리, 몽실탕수육 같은 여성 취향 메뉴가 다수다. [사진 각 업장]


# 철가방은 없다, 케이지에 담겨 서빙=시공간 이동을 한 것일까.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고속터미널)에 위치한 ‘모던눌랑’에 들어서면 1930년대 중국 영화 세트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당시 상하이 거리를 모티브로 했다는 내부는 열차 모양의 구조물 등을 배치해 30년대 플랫폼 느낌을 준다. 시그니처 메뉴는 새장 모양 케이지(cage)에 담긴 네 가지 한입요리. 새우춘권, 게살 냉채, XO소스 전복, 중화풍 카이양(태국식 닭 바비큐의 일종) 등이 딱 한입 정도 양으로 나온다. 덕분에 다양한 요리를 스페인 타파스(작은 접시에 담겨 나오는 소량의 전채요리)처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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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풍 인테리어도 이국적이다. [사진 각 업장]


현대(Modern)의 영문 표기와 여성(NULANG)의 중문 표기를 합성한 이름의 모던눌랑은 기존 중화요리가 기름지고 양이 많아 여성들이 꺼린다는 데서 ‘틈새’를 찾았다. 메뉴 컨설팅을 맡았던 여경래(한국중식연맹 통합회장) 셰프는 “여성들끼리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양과 식감을 고려해 메뉴를 짰다”고 말했다. 예컨대 이곳 몽실탕수육은 기존 탕수육보다 고기 양이 2분의1 정도로 적은 편이다. 대신 튀김옷에 찹쌀을 많이 넣어 쫀득쫀득한 맛을 낸다.

고량주(70~80종) 외에도 와인(25종)과 칵테일(10종)도 다양하게 갖춰 저도주(低度酒) 선호자들을 배려했다. 오후 8시에 도는 칵테일 카트에선 옌타이(煙臺)고량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 다수 선보이는데, 특히 ‘상하이 핑크’가 여성들에게 인기다.

모던눌랑식 차이니즈 라운지 스타일은 최근 불고 있는 ‘중국집 같지 않은 중국집’의 한 축이다. 앞서 차이797, 차이나팩토리, 홀리차우 같은 아메리칸 차이니즈 중식당이 기존 중화요리의 ‘때깔’을 바꿔놨다. 모던눌랑은 한발 더 나아가 ‘분위기 있는 술과 음식의 만남’을 표방한다. 모던눌랑을 운영하는 썬앳푸드의 김경식 중식영업팀장은 “트렌디한 맛과 분위기를 추구하되 호텔보단 가성비가 높은 음식을 추구하는 반포 일대 소비자를 겨냥했다”고 말했다.
 
여성 겨냥, 양 줄이고 기름기 빼고
칵테일 곁들이는 퓨전메뉴 늘어
분위기 있는 음식주점 새 트렌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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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빌딩 ‘백리향 싱타이’에선 와인과 중국음식을 트렌디하게 즐길 수 있다. [사진 각 업장]


최근 63빌딩(서울 여의도) G층 티원을 리모델링한 ‘백리향 싱타이’도 캐주얼 다이닝을 표방한다. 57층 고급중식당 ‘백리향’의 DNA를 가져오되 가격대와 메뉴 구성은 젊은 층을 겨냥했다. 대신 57층 백리향과 연계해서 170여 종의 와인을 경험할 수 있다. 3월 말까지 와인 코르크 차지(Cork Charge·식당에 들고 간 와인을 마실 경우 서빙 대가로 내는 돈)를 없애 중식과 와인 소비자의 만남을 지원하고 있다.

# 연희·연남동 휩쓰는 중식 주점=화교 중식당이 많기로 이름 난 서울 연희·연남동에도 새로운 ‘중식 바람’이 불고 있다. ‘목란’의 이연복 셰프가 메뉴를 컨설팅해준 것으로 알려진 ‘건일배’는 ‘중식 포차’를 지향한다. 실제론 포장마차보다 주점에 가깝다. 해파리냉채·칠리새우 같은 일반 메뉴도 있지만 녹두면무침·닭날개튀김 같은 퓨전 요리가 눈에 띈다. 이 셰프는 “식사보다는 안주 개념으로 술 한잔 곁들이며 천천히 먹을 수 있게 기름기나 녹말소스를 적게 했다”고 말했다.

그에 앞서 연남동 쪽에 ‘진가’(진생용 셰프)가 문을 열었다. 둘 다 점심 없이 오후 5시 무렵에 문 열어 밤늦게까지 영업한다. 중국집 특유의 두꺼운 메뉴책 대신 한두 쪽짜리 메뉴판이 전부다. 자신 있는 메뉴 몇 가지를 2~3인분 분량으로 적게 내면서 술과 함께 다양하게 즐기는 재미를 추구한다.

이 같은 중식 주점 트렌드를 주도한 건 서울 망원동 ‘진진’이다. 코리아나호텔 ‘대상해’에서 명성을 쌓은 왕육성 대표가 지난해 초 오픈했다. 이곳엔 짜장면·탕수육 같은 일반 메뉴는 없고 ‘대게살볶음’ ‘칭찡우럭’ 같이 생소한 요리가 주력 상품이다.

왕 대표는 “이미 짜장면·짬뽕 명소가 포화 상태인데 그것을 비집고 들어가기보다 다른 음식들로 차별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메뉴가 네모난 빵 사이에 새우를 넣어 튀긴 ‘멘보샤’. 점심 없이 저녁시간에 2회차씩 손님을 받는데도 예약이 넘쳐 조만간 인근에 3호 점까지 준비 중이다.
 
북경오리·깐쇼새우 등 본토 음식에
홍콩·대만 딤섬 가세 체인점 확산
“세밀한 맛 차이 즐기는 사람 늘어”

# 중국 경험자 늘면서 본토 중식 꽃피워=화교 오너 중심의 ‘~반점’ ‘~성’ 일색이던 중식당이 변화하기 시작한 건 80년대부터다. 70~80년대 강남 개발 붐이 일면서 한국인 오너의 재력과 화교 주방장의 손맛이 만나 ‘만리장성’ ‘만다린’ 같은 대형 중식당을 일궈냈다. 이들을 통해 칠리새우(깐쇼새우), 북경오리 같은 본토 전통요리가 우리 외식문화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0년대엔 웨스턴 차이나를 시작으로 딘타이펑, 크리스탈 제이드, 브루스리 등 홍콩·대만식 딤섬 전문점이 등장했다. 아메리칸 스타일의 중식당이 체인점 형태로 확산되고, 기업형 중식당이 등장한 것도 이때다.

최근 들어 한국 식문화가 ‘오너 셰프’ 중심으로 전문화되면서 오랫동안 ‘주방장’으로 머물렀던 중식 셰프들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나 SBS플러스의 ‘강호대결 중화대반점’ 등을 통해 스타 셰프가 다수 나왔고 덩달아 중식 이미지도 업그레이드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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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린’에서 맛볼 수 있는 중국 본토요리 ‘자자 ’. [사진 각 업장]


여기에 중국 여행·유학 경험자가 늘면서 이제까지와 다른 중식에 대한 갈망이 거세지고 있다. 6년 전 서울 삼성동 ‘차이린’을 개업하면서 본토 중식을 비교적 빠르게 도입했던 이정섭 대표는 “배를 채우기 위해 먹던 중화요리에서 세밀한 맛을 즐기는 중식으로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엔 일반 짜장면은 없어도 북경식 ‘자자몐(渣渣麵)’이 있다. 발음만 비슷하지 짜장면과 전혀 다른 면 요리다. 탄탄면의 매콤함을 풍기는 자자몐을 먹으면서 한국에서 독특하게 발달한 짜장면을 생각해본다. 중식은 그렇게 변하는 중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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