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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승리, 구글엔 30조원 가치…인간·기계의 뇌 정복해야 강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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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오른쪽)이 13일 알파고와의 네 번째 대국에서 승리한 뒤 복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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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열 교수(左), 장대익 교수(右)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했다. 2016년 3월 13일까지 구글의 딥마인드(DeepMind)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3-1로 인간 대표 이세돌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비록 4국에서 이세돌이 극적인 승리를 따내긴 했지만 알파고의 전체적인 우세를 막지는 못했다.

어떤 이들은 이런 일련의 대국을 인간과 기계의 대결에서 인간이 결국 패배한 씁쓸한 사건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이 역사적 사건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이 대결은 인간과 기계의 싸움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증폭하는 도구를 개발한 ‘도구의 인간’과 생물학적 능력만을 사용한 ‘자연적 인간’ 사이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기계와 싸움 아닌 인간 대 인간 경쟁

도구를 개발하는 이유는 그것 없이 할 수 없던 일을 가능하게 하거나 더욱 쉽게 하는 것이니 성공적으로 도구를 개발한 개인이나 집단이 그렇지 못한 이들을 압도하게 되는 일은 하나도 놀라울 게 없다. 따라서 도구의 인간이 자연적 인간을 이겨 가는 과정은 자연적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낸 도구에 패배하는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성능이 더 좋은 도구를 개발해 가는 도구의 인간이 점진적으로 승리하는 과정으로 파악해야 한다.

인간보다 빨리 물건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기차나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그런 기계를 두려워한 사람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 달리기의 달인은 속이 상했을 것이다. 휴대용 전자계산기가 보편화되기 시작할 무렵 인간을 대표하는 암산왕과 전자계산기의 대결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던 시절이 있었다. 계산기보다 빨리 암산하지 못한 암산왕은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알파고의 인공지능은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있지만 이 모든 패배가 도구의 인간에겐 승리라는 점은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둑왕의 패배가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바둑처럼 극도로 복잡한 문제를 직관적으로 해결하는 지적 능력에 관한 한 인공지능은 자연적 인간을 따라올 수 없다는 통념이 며칠 만에 와르르 무너졌기 때문이다.

역사는 ‘도구의 인간’이 이겨온 과정

자연적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또 한 번 기계가 대폭 대신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는 득이다. 비록 이런 과정이 분배의 불평등에 관한 문제를 초래하겠지만 경쟁 과정에서 첨단의 도구가 승부를 가르는 일은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산업혁명 이전에도 성능이 더 우수한 무기를 소유하거나 인간의 경제활동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내는 사회가 더 번영했다.

이번 승리로 구글은 당분간 인공지능의 선두주자로 그 자리를 굳히게 될 것이고 전 세계에 걸쳐 그 영향력을 급속히 확장해 나갈 것이다. 인간 바둑왕의 지능을 능가할 만큼 강력한 인공지능의 응용 범위는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한다. 의료서비스와 금융자산의 관리에는 곧 인공지능이 전면적으로 도입될 것이고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의 변화, 인간의 행동이나 사회적 변동도 인공지능을 통해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게 될 것이다.

2016년 2월 초에 구글의 시장 가치는 애플을 능가하는 5600억 달러(약 665조원) 정도라고 추측됐다. 참고로 삼성의 시장 가치는 대략 238조원이다. 이번 대국이 시작되기 직전과 비교해 알파고가 최초 2승을 거두는 동안 구글의 주식은 무려 4.7%나 상승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세돌을 꺾을 수 있는 딥마인드의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 30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이것은 앞으로 펼쳐질 인공지능의 세상에 비춰 보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구글의 현재 가치는 10년 후 지금보다 2배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이세돌을 인간 대표요, 국민 영웅으로만 투사해 승패에만 일희일비한다면 그보다 더 엄청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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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에 침울하거나 우쭐할 때 아니다

구글의 딥마인드를 창시한 데미스 허사비스는 칼리지 런던 대학(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인지신경과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딥마인드 팀은 알파고를 만들기 위해 딥러닝 신경망과 강화학습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주로 활용했다. 이러한 기술의 바닥에는 수학과 신경과학이 깔려 있다. 칼리지 런던 대학은 인지신경과학과 강화학습의 세계적 대가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다. 딥마인드가 구글의 출생국이 아닌 영국에서 출현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1세기는 인공지능의 세기가 될 것이기에 인간과 기계의 지능을 정복하는 국가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모두는 인간의 지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알파고 역시 인간의 뇌에서 배운 몇 가지 중요한 원리를 응용한 것뿐이다. 앞으로 더욱 정교한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인간의 뇌에 대한 더욱 정확한 과학적 이해가 필요하며, 이와 관련된 다각도의 지원이 절실하다. 침울할 때가 아니다. 한두 판을 이겼다고 우쭐할 때는 더더욱 아니다.

이대열 미국 예일대 신경과학과 교수,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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