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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한 번도 힘들다 안 해…이길 방법 찾아 밤새 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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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왼쪽)이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4국을 이긴 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인사 나누고 있다. [사진 구글]


‘멘탈갑’ 이세돌의 승리였다. 벼랑 끝까지 몰린 수세에서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결정타로 반전을 꾀하는 ‘쎈돌’의 집중력이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도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

알파고의 3연승은 바둑계로서도 충격 그 자체였다. 5번기 최종 승자가 확정된 12일 저녁, 한국 프로기사협회장인 양건(41) 9단과 한종진(37) 9단은 위로차 이세돌 9단을 찾았다. 가볍게 맥주도 한잔 걸쳤다. 내심 ‘얼마나 속상하니, 부담감 크지’라며 후배의 투정을 들어줄 참이었다.

하지만 이 9단 입에선 단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직 실전 얘기뿐이었다. “아, 이게 말이죠.… 이 수가 더 나았을까요”라며 1국부터 3국까지 내용을 반복했다. 두 사람은 ‘그래 봤자 인간이 어떻게 컴퓨터를 이기겠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감히 꺼낼 수 없었다.

결국 둘은 이 9단에게 붙잡혀 호텔 방에서 밤 10시까지 복기를 했다. 마무리될 무렵엔 “알파고도 약점이 있네요. 완벽하지 않아요. 내일 한번 해보죠”란 소리까지 나왔다. 한종진 9단은 “저 정도면 무너질 법도 한데 내가 질렸다. 이세돌이 알파고 아닌가 싶다”고 했다.

사실 4국 전망도 절망적이었다. 누구도 이 9단의 승리를 점치지 않았다. “5국까지 두는 게 잔인하다”거나 “1200여 명이 훈수를 두는 꼴인 수퍼컴과 대결을 하는 게 바보”라는 평가였다. 남을 탓하거나 패배주의에 사로잡혔다. 유독 흔들리지 않은 건 당사자 이세돌뿐이었다.

2국이 끝난 뒤 밤새 이 9단과 복기를 했던 이다혜 4단은 “큰 경기에서 지면 아무리 프로기사라도 위로받길 원한다. 이 9단에게선 그런 상처의 흔적이 좀체 없었다”고 말했다. “오직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내가 어떤 수를 두어야 하는가에만 몰입했다. 승부를 떠나 알파고의 바둑 자체를 탐구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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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인간만이 펼칠 수 있는 창의력 세계 보여준 승부”
③ 직원 250명 중 150명 박사 “알파고 힘의 원천은 집단지성”

 
일찍이 이세돌은 한국 바둑의 문제아였다. “수가 보이는데 어쩌란 말이에요” “좋아하는 기사에서 마샤오춘 9단은 빼주세요”처럼 말만 도발적인 게 아니었다. 2001년엔 승단 체계를 거부해 파문을 일으켰고, 2009년엔 홀연히 중국 바둑리그로 떠나 한국기원의 징계를 자초했다.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는 “기존 질서를 무작정 따르지 않았다. 그의 창의적 바둑엔 자유분방한 성격이 담겨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도 세월을 이길 순 없는 법. 이세돌도 가정을 꾸리고 딸을 낳았다. 날카로움이 무뎌지면서 성적도 점차 하향 곡선 중이었다. 이랬던 이세돌에게 역설적으로 알파고가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는 평가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과 교수는 “대부분 스트레스를 받으면 회피하거나 무력해한다. 반면 이 9단은 스트레스를 탐구대상으로 여겨 호기심을 찾아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대전을 할수록 강해지는 건 오히려 이세돌”이라는 지적이다. 세 차례 대국 만에 인공지능의 약점을 간파하고 정밀하게 타격한 데엔 이 9단 특유의 순발력과 응용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9단의 스승인 권갑용(59) 8단은 “오랜만에 이세돌의 살아 있는 눈빛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민우·정아람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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