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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없었는데 지다니…이세돌 “한 판이라도 이기겠다”

참담하다. 하지만 사람이 인공지능에 밀리는 세상이 됐다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박정환 9단)
바둑에서 경우의 수가 무한히 많다고 해도 정석처럼 자주 쓰이는 수들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언젠가 완전체 같은 존재가 나타날 줄 알았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김영삼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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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10일 ‘알파고’와의 두 번째 대국에서 패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9단은 “오늘 패배는 할 말이 없다. 알파고의 완벽한 승리”라고 말했다. 세 번째 대국은 12일 오후 1시에 열린다. [사진 강정현 기자]

 이세돌 9단을 2연패로 몰아넣은 ‘알파고 충격파’는 국내외 바둑팬만 강타한 게 아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 든 국내 프로바둑 기사들은 공황상태와 맞먹는 감정적 동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전날과 달리 이 9단이 이렇다 할 실수를 하지 않았는데도 이날 패배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한 듯했다. 알파고의 기력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던 첫날과 달리 이제는 알파고의 실력을 ‘실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 9단의 무난한 승리를 바탕으로 한국 바둑의 붐업까지 기대했던 바둑계의 희망 역시 차질을 빚게 됐다.

프로기사들은 특히 한계를 가늠하기 어려운 알파고의 실력에 대해 공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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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대국 방송 해설을 한 송태곤 9단은 “이 9단이 돌을 던지기 30분 전쯤 이미 알파고가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방송 해설을 하며 아직 승부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고 있을 때다. 수백 가지 경우의 수를 내다보고 승리를 확신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박영훈 9단 역시 “두 판을 봤지만 알파고의 정확한 실력이 가늠되지 않아 무서운 기분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서봉수 9단은 “이번 대결은 단순히 바둑계와 알파고의 대결이 아니다. 기계 대 인간의 문제”라고 평했다. “인간 최고수가 기계에 패해 단순히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영화 속 세상이 다가오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성룡 9단은 “바둑계가 그동안 오만했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애써 외면한 결과 바지춤만 적실 줄 알았다가 온몸이 흠뻑 젖은 꼴”이라고 자책했다.

첫날 대국에 충격을 받은 일부 프로기사들은 삼삼오오 모여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알파고의 등장이 지금까지의 바둑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기존 정석, 행마 등에 대한 평가가 전면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남은 세 판. 이 9단이 모두 이겨 역전승을 거두는 건 고사하고 한 판도 이기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김영삼 9단은 남은 대국의 전망에 대해 “5-0으로 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9단은 "한 판이라도 이기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글=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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