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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곧 인간 대체, 섬뜩하다” “하인 똑똑하면 주인 편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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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10일 오후 대합실에서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두 번째 대결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호모 사피엔스의 위기인가, 새로운 기술 시대의 서막인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계 바둑 최강자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인간·기계·지능·기술 등에 대한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 줬다. 세기의 대결을 지켜본 ‘인간’들은 알파고가 9일에 이어 10일에도 승리하자 당혹감에 휩싸였다. 일반 시민과 각계의 전문가들은 과연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을 냈다.

주부 김인실(43)씨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래사회에선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AI에 밀려 도태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임석훈(32)씨는 “대국 전엔 알파고가 인간에 도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반대로 인간이 힘겹게 도전하고 있는 형국이라 섬뜩하다”고 했다.

이처럼 AI에 시민들이 보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프로 바둑기사를 능가하는 지능에다 운동능력까지 갖춘 AI가 등장한다면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게 우려의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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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미국 로봇 제작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지난달에 공개한 최신 버전 ‘애틀라스’ 로봇 시연 영상이 퍼졌다. 이런 로봇에 AI가 장착되면 로봇이 다방면에서 사람보다 월등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글도 함께 확산됐다. 알파고를 보유한 구글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2013년에 인수했다.

알파고엔 감정이 없다는 사실이 대중의 공포심을 더욱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원 이창용(27)씨는 “생명체의 감정이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AI가 탑재된 로봇에 잘못된 명령값이 입력된다면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돌변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흔들림 없이 정교하게 바둑을 두는 알파고의 모습이 ‘냉혹한 미래 기술’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불러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AI가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야기할 수 있는 인간 소외의 문제 등에 대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이 한국인인 데다 대국 장소가 한국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이번 일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풀이도 있다. 대국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외신기자들은 인간의 패배라고 해석하기보다는 ‘좋은 기계 하나 나왔다’는 식으로 ‘쿨’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① 신비의 영역 중앙 두터움, 알파고는 계산했다
② 실수 없었는데 지다니…이세돌 “한 판이라도 이기겠다”
③ 인간이 본 적 없는 바둑, 하지만 이세돌은 익숙해질 것


이 9단의 패배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면서 AI에 대한 두려움이 과도하게 확산됐다는 의견도 많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교수는 “인공지능의 발달을 두려워할 까닭이 없다. 기술의 발달은 가치중립적이다.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다”고 말했다.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장은 “AI는 자의식이나 창조성을 갖추지 않고 막대한 데이터 입력에 의해 작동하는 도구일 뿐이다. 인류의 발전은 인간의 육체만이 아니라 갖가지 도구를 통해 구현돼 왔다”고 설명했다.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명예교수도 “알파고의 승리는 똑똑한 하인의 등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인이 똑똑하면 주인이 편해진다”며 AI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구글은 AI 기술을 철저히 윤리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8일 대국 사전 간담회에서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새로운 기술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선과 악으로 나뉜다. 이런 기술은 윤리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인류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손국희·백수진 기자 9key@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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