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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드론 어떤 분쟁 만들까…준비 나서는 법조계

 
윙,윙…위잉~!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법무법인 바른 옥상 위에 드론(Droneㆍ무인기)이 떴다.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자동으로 위치를 잡는 ‘팬텀 3(세계 1위 드론 제조회사 DJI의 주력 상품)’이다. 변호사들 위를 선회 비행하며 촬영한 UHD급 고화질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최재성 변호사(미국변호사)의 핸드폰으로 전송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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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법무법인 바른의 건물 옥상에서 `무인회`소속 변호사들이 드론 테스트를 했다.[사진 신인섭 기자]

“와우~.”

영상의 화질을 본 변호사들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이들은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 19명이 지난 1일 결성한 드론 및 무인자동차 분쟁 연구모임 ‘무인회(無人會)’의 구성원이다.
초대 회장은 현대자동차 법무실장 출신의 ‘자동차 매니어’ 하종선 변호사가 맡았다.
최근 아우디·폴크스바겐을 상대로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과 관련한 소비자 집단소송을 벌이고 있는 하 변호사는 1997년 KAL기 괌 추락사고와 2003년 대우자동차 급발진 사건, 2013년 아시아나 항공 샌프란시스코 충돌 사고 등 자동차 및 항공기 결함 관련 소송에서 명성을 쌓았다. 항공사건 재판 경험이 많은 부장판사 출신 이응세 변호사, 전자공학과 출신의 김기홍 변호사 등도 무인회 멤버다.

하 변호사는 “드론과 무인자동차가 본격 상용화되면 과거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양상의 사회적 갈등과 법적 분쟁이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우리보다 상용화 속도가 빠른 외국 법제 및 예상되는 분쟁의 양상에 대한 사전 연구의 필요성을 느껴 만든 모임”이라고 말했다.

◇비행의 자유 VS 공공의 안전
지난달 11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800m 떨어진 비행금지구역에 드론이 불시착했다. 경찰은 지문 감식을 토대로 조종자 추적에 나섰지만 소득이 없었다.

지난 4일 미국 뉴욕에선 소형 드론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40층에 부딪쳐 추락했다. 떨어진 드론을 찾으러 건물 보안요원을 찾아갔던 조종자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무모한 행동으로 공공의 안전을 위협했다”는 혐의였다.

취미형 드론이 공공의 안전을 해할 위험에 대해 미국와 우리나라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판이하다.

우리나라에서 사고를 일으킨 드론의 조종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드론 신고제가 도입돼 있지만 12㎏ 이상의 대형 드론이나 상업용 드론에만 적용된다. 그나마 신고를 마친 드론은 지난해 말 기준 968대가 전부다. ▶150m 이상의 고도 비행 금지▶비행장 반경 9.3㎞이내 비행금지▶군사·안보 시설 주변 및 인구밀집지역 비행금지 등 드론 비행에 대한 장소적 제한은 광범위하지만 위반시 처벌은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무는 정도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12월 드론 등록제를 도입했다. 취미용이라도 무게가 250g이 넘으면 첫 비행 전에 미국연방항공청(FAA) 웹사이트에 주소ㆍ이름ㆍe메일 등 개인의 인적사항을 등록해 드론에 고유번호를 부여받아야 한다. 무등록 드론을 날리다 걸리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5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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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에선 백악관 건물을 들이 박고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진은 드론의 잔해[미 비밀경호국]

미국의 ‘드론 등록제’ 도입은 지난해 1월 술에 취한 국립지질정보국 요원이 날린 드론이 백악관 담을 넘어 추락한 사건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취미형 드론만 연간 100만대 가까이 팔리면서 드론이 테러에 이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연방항공청(FAA)이 규제를 서두른 것이다. 유럽에서도 드론 조종자의 식별과 안전관리를 위한 제도가 속속 마련되고 있다. 프랑스에선 가시거리를 넘는 비행을 위해선 면허가 필수고, 독일은 5㎏이상의 드론을 띄우려면 용도와 무관하게 면허를 받은 뒤 의무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공공의 안전과 관련해 미국과 유럽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유인항공기와의 충돌 우려다. 드론과의 충돌 위험을 넘겼던 ‘아찔한 경험’에 대한 조종사들의 증언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영국 드론연구센터는 최근 2년간 영국에서 보고된 921건의 충돌위험 사례 중 327건이 유인항공기에 위협적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비행의 자유 VS 사생활의 자유
지난해 7월 미국 켄터키주 힐뷰에 사는 윌리엄 메리데스(47)는 마당 위로 날아든 드론을 샷건으로 격추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혐의는 1급 손괴죄. 메리데스는 “드론이 사유지를 침범해 사생활이 침해됐다”며 “드론을 격추시킨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주장했다. 드론 소유자인 데이비드 보그스(43)는 “드론은 메리데스의 집 수백피트 상공에 있어 사생활 침해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메리데스의 편을 들어 검찰의 공소를 기각했다.

‘드론 선진국’ 미국에선 드론을 날릴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가 정면 충돌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 원격 조종과 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기본 탑재하는 취미용 드론의 기능과 무관치 않다. 관련 재판이 늘면서 토지 소유권자의 지배권은 상공 몇m에 까지 미치는지, 사유지 상공을 배회하는 드론을 파괴했을 경우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는 요건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법률적 쟁점들이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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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던 드론이 총에 맞는 다면..(*해당 사건과 관련 없음)[유투브 화면 캡처]

어느 날 드론이 불쑥 우리 집 마당에 들어와 사진을 찍어댈 경우 어떤 법적 대응이 가능할까.
유영무 변호사(법무법인 조인)는 “신체가 직접 침입한 게 아니라서 주거침입죄가 되지 않고, 정당방위 인정에 소극적인 풍토상 드론이 집안에 들어와 신체나 물건에 직접적 위협을 가한 정도가 아니라면 드론을 파괴한 행위를 정당방위로 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충무의 서영득 변호사는 “드론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동의없이 가공했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유통시켰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으면 촬영행위 자체를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생활 침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하겠지만 그 피해를 입증하기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산업발전이 우선” …규제 신중론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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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회`소속 최재성 변호사가 자신의 개인용 드론을 손보고 있다[사진 정혁준 기자]
드론의 위험성은 다들 인정하지만 규제입법의 필요성에 대해선 신중론이 우세하다. 드론 산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과 취미용 드론만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되는 미국같은 실질적 위험성이 드러나고 있지도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덕민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어떤 산업의 태동기에는 규제입법을 서두르면 산업 자체가 죽을 수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처럼 민간단체들의 실태 점검을 토대로 차차 현실적인 법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테크앤로의 구태언 변호사도 “등록이나 면허제 도입 여부는 명백한 위험이 나타난 뒤에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유영무 변호사는 “항공법을 개정해 드론을 이용한 촬영행위나 공격행위를 처벌할 별도의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광욱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형사처벌 강화는 산업보호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자동차처럼 드론의 기체를 등록하는 제도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서혜미 인턴기자(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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