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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러시아·폴란드에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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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설날이 되면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음식 중 하나가 만두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중국,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민 음식이기도 하고 설 음식의 대표 주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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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설날에 만둣국을 먹는 풍습이 있는데 전통적으로 말발굽 모양의 은화인 원보(元寶) 또는 마제은(馬蹄銀)이라고 하는 화폐 모양으로 빚었다. 이런 만두를 먹음으로써 새해 돈을 많이 벌자는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복(福)을 감싸서 먹으면 1년 내내 행운이 온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 만두를 빚어 먹는다는 설도 있다. 이 영향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도 북쪽, 즉 북한이나 강원도권에서 설 음식으로 떡국보다 만둣국을 선호한다.

만두는 중국 위·촉·오 삼국시대 때 기원한 것으로 추정한다. 송나라 때 문헌인 『사물기원(事物紀元)』에 따르면 제갈량이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심한 풍랑을 만났다. 함께 있던 사람들이 남만의 풍습을 들어 사람 머리 99개를 물의 신에게 바쳐야만 풍랑이 가라앉는다고 했다.

이에 제갈량이 밀가루로 사람 머리 모양을 한 음식을 빚어 제사를 지내자 풍랑이 가라앉았다고 한다. 여기서 만두란 이름이 나왔다는데 ‘속일 만(瞞)’과 음이 같은 ‘만(饅)’을 빌려 ‘만두(饅頭)’라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설(異說)도 많아 시기와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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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물만두 펠메니(pelmeni).

러시아 시베리아에도 양고기나 쇠고기 다진 것을 넣고 밀가루 반죽에 싸서 삶은 후 크림소스를 연하게 푼 소스와 함께 담아내는 물만두 느낌의 펠메니(pelmeni)라는 것이 있다.

귀 모양의 빵이라는 뜻의 펠메니는 시베리아 근방인 만주인들의 만두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우크라이나 등 인접 국가에서 인기 있는 음식인 피에로기(pierogi) 또한 납작한 물만두 느낌의 음식인데 이들 역시 중국 만두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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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피에로기(pierogi).

우리나라 만두를 문헌에서 찾아보면 먼저 고려 후기의 문신이자 문인이었던 목은 이색(1328∼1396)의 목은선생문집(牧隱先生文集) 3권 중에 ‘둘째 아들 집에서 아침에 만두를 맛보다(二郞家朝餉饅頭)’라는 문장이 나온다.

기록으로 유추해 볼 때 이때 만두는 오늘날 찐빵과 비슷한 형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가요 ‘쌍화점’에서 등장하는 만두는 회회아비(아랍상인)가 팔던 것이다. 모양이 서리처럼 희다고 ‘상화(霜花)’ 또는 ‘상화(霜華)’라고 불렀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1924)에 비로소 다양한 만두 만드는 방법이 등장한다. 시체만두(流行饅頭), 배추만두, 어만두(魚饅頭), 보만두(褓饅頭), 지진만두(煮饅頭), 감자만두(薯饅頭), 그리고 편수(水角兒·瓜綠兜)다. 이름이 무시무시한 ‘시체만두’는 백면가루(蕎麥末)나 밀가루로 만드는 것인데 반죽에 두부를 함께 쓰는 것을 최고로 여겼다. ‘지진만두’는 오늘날의 군만두와 비슷하다. “기름을 펄펄 끓이다가 만두를 집어넣고 약과와 주악 지지는 것과 같이 지져내어 잠깐 식힌 뒤에 먹는다. 이것은 아삭아삭하고 맛이 좋다”고 기록돼 있다.

앞서 『동국세시기』와 『음식디미방』에도 등장한 어만두는 생선살을 얇게 저며 피로 만들어 소를 채우고 녹말가루를 묻혀 쪄낸다. 민어·광어·숭어 등 담백한 생선살에 초간장이나 겨자 장을 곁들이면 씹을수록 육즙이 배어 나와 침이 고인다. 겨울 녘 숭어철에 갓 쪄낸 어만두 한 점을 먹으려고 1년을 기다리는 애주가들의 참을성이 맛을 더욱 빛나게 한다.

조선 정조 때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엔 귀한 궁중만두의 기록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 ‘침채(沈菜)만두’는 조선시대 배추김치로 불린 송침채에 꿩·쇠고기·돼지고기·두부가 한데 어우러진 소가 들어간다. 오늘날의 김치만두와 가장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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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처럼 가운데가 솟은 ‘편수’.

만두는 빚는 모양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규아상(해삼), 편수(피라미드), 석류(꽃), 병시(반달) 만두다. 병시나 석류탕은 오늘날의 만둣국과 만드는 법이 가장 비슷하다.

설날 아침 다례(茶禮)에 세찬으로 떡국·만둣국·빈대떡 등이 인기가 높았는데 근래에는 식재료의 종류와 수급이 다양해지면서 각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다채로운 만두가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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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모양이 해삼을 닮은 ‘규아상’.

이뿐만 아니라 1987년 ‘고향만두’로 시작한 냉동만두 시장은 이제 월 매출 100억원 시대를 맞았다. 혼밥(혼자서 먹는 밥) 시대 1인 밥상의 단골이기도 하다. 군대 매점인 PX에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던 만두를 기억하는 남자들에겐 가장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전우의 맛이 바로 냉동만두다.

일본에는 중국의 자오쯔(餃子)나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한 음식으로 교자(餃子)가 있다. 중국 한족은 명절에 삶은 것을 수이자오쯔(水餃子), 찐 것을 정자오쯔(蒸餃子), 기름에 지진 것을 젠자오쯔(煎餃子)라고 부른다. 중국에선 해가 바뀌고 자시가 교차했음을 의미하는 ‘交子’의 발음도 자오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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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야키만두(군만두).

일본의 야키만두(군만두)는 바로 이 교자를 기름에 튀긴 것이다. 같은 교자라도 중국 사람들은 삶아 먹고, 우리나라는 쪄 먹고, 일본 사람들은 튀겨 먹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중국에 귀화한 일본인들이 본격적으로 군만두를 선보였고 이젠 일본 라멘 전문점이나 간단한 요리를 파는 이자카야(居酒屋)의 안주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 북방 자오쯔는 피가 얇고 가볍지만 일본의 교자는 기름에 튀겨 내기 때문에 비교적 탄탄한 식감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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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찐만두.

만두는 중국을 통해 전해졌지만 우리 고유 식재료와 조리법, 문화가 어우러져 우리만의 맛을 낸다. 대표적인 음식이 ‘어복쟁반’이다. 우복(牛腹)쟁반에서 비롯됐다는 설과 어복(魚腹)장국으로 시작되었다는 설 등이 전해지는데 평양의 대표 음식이자 미식가들의 전골로 분류된다.

양지머리와 편육, 소의 젖가슴살인 유통, 소의 혀 등과 더불어 조금 과장하면 어린아이 머리만 한 만두와 냉면 사리가 들어간다. 겨울철의 시식(時食)으로도 으뜸이지만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복을 나누기에도 더없이 좋은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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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세뱃돈 줄 형편은 넉넉하지 못해도 담아주고픈 복은 가득한 것이 인지상정이다. 세배 풍속도 달라지고 만두 빚는 집도 예전 같지 않지만 만두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제각각 추억 속 만두 이야기만 나눠도 새해가 밝아온다.

강지영(세계음식문화연구가·사진 왼쪽)

정신우(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오른쪽)


음식상식 냉동만두 찔 때 만두피가 달라붙지 않게 하려면

냉동만두를 전자레인지에 데울 땐 종종 만두피가 말라붙어 딱딱해진다. 이를 방지하려면 만두를 담은 그릇에 물을 가득 부었다가 몇 초 후 물을 따라 버리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겉면이 촉촉하게 잘 쪄진다. 찜통에 찔 땐 물을 넣어 한번 끓인 후 습기 있는 상태에서 만두를 넣어 주면 만두피가 달라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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