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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양갈비·꼬치구이·닭날개 낯선데 입맛 돋네, 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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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저녁 서초동 강남역 근처의 유명 터키 음식점인 ‘파샤’.

입구에 들어서자 매콤하고 담백한 향이 흘러나왔다. 둥근 그릇에 한가득 담긴 양과 쇠고기 음식은 생긴 건 달라도 한 이름으로 불렸다. 바로 ‘케밥(kebab)’이다. 터키어로 ‘구운 고기’를 뜻한다.

한국에서 18년간 살았다는 터키 출신 알리 카라괴슬루 사장은 “화로에 노릇하게 구운 고기류를 케밥이라고 부른다. 양파·당근·가지·파프리카 등 야채를 주 재료로 써 곁들인다. 기름을 쏙 뺐기 때문에 한국 사람의 입맛에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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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프랑스 요리에 버금간다고 알려진 터키 음식에선 케밥이 자주 활용된다. 종류도 다양하다. 꼬치에 끼워 먹는 ‘쉬시(사진 속 ①)’, 미트볼처럼 다져 먹는 ‘쾨프테’, 매콤하게 다진 고기를 넓은 꽂이에 끼운 ‘아다나 ②’, 야채와 버무린 고기를 손바닥만 한 크기의 항아리에 담아 먹는 ‘포트리’ 등이다.

알리 사장은 “케밥을 먹는 방법에 따라 붙이는 이름도 다양하다. 터키인에게 알려진 종류만 300가지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케밥 가운데 ‘만타르피르졸라 ③’는 한국의 숯불갈비와 비슷하다. 화덕으로 구워 그 향이 녹은 양갈비가 양송이·피망·양파 등과 곁들여 나오는데 스테이크처럼 나이프로 썰어 먹을 수 있다. 식당을 방문한 회사원 손명곤(51)씨는 “담백한 맛이 한국의 갈비와 비슷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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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네르 케밥

그렇다면 국내에서 흔히 접하는 케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도네르 케밥 ④’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네르는 터키어로 ‘고기를 돌려 가며 굽는다’는 의미다.

화로 앞에 설치돼 회전하는 쇠꼬챙이에 층층이 끼운 고기 반죽이 익혀지면 요리사가 큰 칼로 썰어 토티아처럼 얇은 빵에 말아서 제공한다.

구운 빵에 고기를 감싸 한입에 먹을 수 있게끔 잘라 놓은 ‘로크만 케밥 ⑤’도 인기가 높다. 한 터키음식점 직원은 “로크만 케밥은 패스트푸드처럼 간편하고 쉽게 먹을 수 있어 (다른 케밥에 비해) 대중적이다. 명동이나 강남 길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에게 밥이 주식(主食)이라면 터키인에겐 ‘라와시 ⑥’가 주식이다. 라와시는 밀가루를 옥수수 가루와 반죽한 상태로 화덕에 구워 만든다. 노릇하게 잘 구워지면 매콤한 소스에 찍어 먹을 수 있다.

알리 사장은 “인도 음식인 ‘난’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좀 더 담백하다. 공갈빵처럼 안이 부풀어진 라와시도 있다”고 설명했다.

얇은 밀가루 반죽 위에 잘게 다진 케밥과 야채 등 토핑을 얹은 ‘피데’, 곱게 갈아 양념에 절인 가지 위에 소고기를 얹은 ‘훈카르비엔디’도 별미다. 음료와 디저트류는 요구르트를 끓여 만든 ‘아이란’, 계란과 우유를 쌀로 반죽해 오븐에 구워 차갑게 먹는 ‘수툴라치’가 유명하다.

알리 사장은 “아이란은 달짝지근한 일반 요구르트와 달리 단맛이 거의 없다. 케밥에 뿌리거나 조미료로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터키식(食)은 터키의 전신(前身)인 오스만 제국의 궁중식이 중앙아시아와 반도인 아나톨리아 지역의 영향을 받아 변형된 음식이다. 특히 중부 지역은 따뜻한 날씨 탓에 불에 구워 먹는 몇몇 케밥이 유래했다. 대조적으로 동부 지역은 겨울이 춥고 길어 버터·치즈 등 저장 식품이 많았다고 한다.

터키 음식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돼지고기를 거의 안 쓴다는 점이다. 터키가 이슬람 국가라는 특성 때문이다. 인구의 90% 이상이 무슬림인 터키는 이슬람 율법인 ‘할랄’을 엄격하게 따르고 있다. 이는 ‘허용된 것’이란 뜻이다.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 또한 하나님의 이름으로 도살되지 아니한 고기도 먹지 말라. 그러나 고의가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먹을 경우는 죄악이 아니라 했거늘 하나님은 진실로 관용과 자비로 충만하심이라.’(코란 제2장173절)

이 구절이 적용된 게 ‘할랄 푸드’다. 문자 그대로 따르다 보니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고, 소나 양을 도살할 때도 종교적 의식을 치러야 한다. 한국인 무슬림인 안성진(가명)씨는 “실수로라도 돼지고기를 먹었다면 추후라도 신께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음식물 처리·살균·저장·포장 등 전 유통 과정에도 할랄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를 구웠거나 돼지기름이 쓰인 프라이팬을 쓸 수 없다. 이 과정은 검증된 기관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 기관은 인도네시아의 ‘무이(MUI·Majelis Ulama Indonesia)’. 싱가포르의 ‘MUIS(Majlis Ugama Islam Singapura)’ 등 전 세계에 분포돼 있다.

강남· 명동· 이태원 일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한국의 터키 식당도 식재료를 쓸 땐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한국의 인증기관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가 유일하다.

『이슬람 마케팅과 할랄 비즈니스』의 저자인 엄익란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연구교수는 “할랄 음식은 가축 도살부터 유통·관리가 워낙 엄격한 탓에 웰빙 음식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인증을 마친 할랄 음식은 (한국인을 비롯한) 비무슬림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터키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음주는 관용적인 편이다. 『처음 읽는 터키사』의 대표 저자인 박인숙씨는 책에서 “터키의 전통 술인 ‘라크’는 포도로 만든 증류수(蒸溜水)다. 알코올 도수가 40도가 넘을 만큼 독한 술”이라고 설명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음식상식] 케밥은 요구르트 바른 라와시를 곁들이면 담백

양념에 버무린 케밥을 그냥 먹으면 다소 느끼할 수 있다. 요구르트 드레싱⑦을 바른 라와시로 케밥을 싸 먹으면 좀 더 담백하다. 상추에 올린 갈비나 삼겹살을 쌈장에 발라 먹는 요령과 유사하다. 식후에는 터키의 전통 홍차인 ‘차이’를 마시면 느끼함을 더 줄일 수 있다. 요구르트를 끓여 만든 ‘아이란’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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