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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中외교부장 "사드는 유방(중국)노린 항우(미국)의 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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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장(項莊·항우의 사촌)이 칼춤을 추는 의도는 패공(유방)을 죽이려는 데 있다(項莊舞劍 意在沛公).”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이 도입하려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DD·사드) 체계를 중국을 겨냥한 ‘칼춤’에 비유했다.

왕 부장이 ‘사드는 구실과 노림수가 다르다’는 취지로 인용한 ‘항장무검’은 항우(項羽)의 책사 범증(范增)이 유방(劉邦)을 살해하기 위해 마련한 홍문연(鴻門宴)에서 나온 성어다. 2012년 3월 미국이 아시아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을 시도하자 관영 환구시보가 사설에서 “‘패공’은 바로 중국과 러시아”라며 인용했을 정도로 흔한 레토릭이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외교 수장이 미국을 항우, 한국을 범증의 수하인 항장에 비유한 것으로 비쳐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 번질 정도로 강한 수위의 발언이다.

외교적 논란 가능성을 무릅쓰고 ‘칼춤’ 발언을 왕이 부장이 꺼낸 것은 그만큼 사드가 동북아 전략적 균형에 끼치는 파괴력이 크다는 증거다. 왕이 부장은 “사마소(司馬昭, 서진(西晉) 태조)의 마음은 길 가는 사람들도 다 안다(司馬昭之心 路人皆知·야심이 너무 분명해 삼척동자도 모두 알고 있다)”는 성어까지 인용하며 미국을 지칭해 “어떤 나라도 한반도 핵 문제를 빌미로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려는 데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으로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왕이 부장의 발언을 본격적인 대내외 여론전의 시작으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춘절(설) 연휴를 마친 중국 매체들은 14일 왕이 부장의 ‘칼춤’ 발언을 비중 있게 싣고 사드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14일 환구시보에 “사드 배치는 친구와 밥을 먹으며 식탁 밑에 기관총을 둔 것으로 ‘내 총이 아니다’라는 논리로는 누구도 설득시킬 수 없다”고 했다.

한국 내 일각의 핵 무장론에 대한 경고라는 시각도 있다. 왕이 부장은 인터뷰에서 북핵을 다루는 세 가지 마지노선을 언급하며 ^무력불가 ^중국의 안전이익 보장과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한반도에 핵이 있어선 안 된다. 북쪽이건 남쪽이건 스스로 만든 것이건, 가져와 배치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절차를 통한 대북제재만 지지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또 북핵 당사국으로 북한과 미국을 특정해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푸잉(傅?)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장도 13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국제안보 콘퍼런스 특별 세션에 참석해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는 열쇠는 미국 손안에 있다”며 북·미 양자 대화를 촉구했다.

한편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한·중 고위 전략대화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먼훙화(門洪華·47)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개인 입장임을 전제로 “▶중국 정부는 한국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이해하고 ▶대북 원조 문제에서 효과적 조치를 취할 것 ▶특사 파견 등 외교적 중재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 뒤 “한·중 양국이 새로운 전략대화를 진행할 때”라고 제안했다.

왕이 부장 역시 지난 11일 뮌헨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은 상호 중대한 이익에 관련된 문제에서는 전략적 소통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한·중 사이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NSC) 실장과 중국 외교 국무위원 간 대화 ▶2+2(외교부 국장급, 국방부 부국장급) 외교안보대화 등 4개의 전략대화 채널을 갖고 있다. 하지만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신설된 NSC 실장과 국무위원 채널은 같은 해 11월 서울서 한 차례 열린 뒤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신경진=베이징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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