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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학벌 뛰어넘은 파격 발탁…백조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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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서 양은 파리 오페라발레단에서 활약 중인 박세은을 닮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말 오디션에 합격하고는 “5분만 기뻤다. 부산에 사는 엄마·아빠와 떨어지는 게 슬펐다”고 말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립발레단(단장 강수진) 54년 역사상 최연소 단원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1997년 12월생인 이은서 양이다. 올해 1월 입단한 그는 18세1개월이라는 나이로 국립발레단 정단원에 이름을 올렸다. 기존 최연소는 2006년 입단한 김리회(18세4개월·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씨 였다.

 더 특이한 건 학력이다. 그는 인문계 고교(부산 화명고)를 다녔다. 그것도 고2 때 중퇴했다. 엘리트 발레 코스와는 거리가 멀다. 여태 국립발레단원이 되는 일반적인 과정은 예중-예고를 나와 해외유학 후 복귀하거나 국내 대학 무용과를 졸업한 뒤 입단하는 식이었다.

올해 국립발레단 정단원이 된 이는 모두 10명. 이중 이은서 양을 제외한 9명이 예중·예고 출신의 무용과 졸업생이거나 해외 유학파다. 연령도 대략 24∼28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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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주 무용평론가는 “이은서의 입단은 제도권 무용 교육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한국 발레계의 일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은서 양은 부산에서 태어났다. 토슈즈를 처음 신은 건 초등학교 6학년때였다. “공부도 영 시원치 않고 딱히 꿈도 없었어요. 근데 어느 날 집 앞에 걸린 샤방샤방한 무용학원 포스터가 눈에 들어오는 거 있죠.” 또래들 앞에서 발표할 때면 홍당무가 되던 수줍은 소녀는 튀튀(발레리나가 입는 스커트)만 입으면 사뿐히 무대를 휘저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발레리나의 꿈을 키우게 된 건 중2 때, 발레강사 주대욱씨를 만나면서다. “선생님은 무조건 ‘이걸 해봐’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어떻게 해야 이 포즈를 취할 수 있는 것인지 원리를 설명하셨죠.” 주씨는 “은서는 정규 과정을 밟지 않았기에 근력·유연성·체력 등에서 조금 약했다. 은서만의 프로그램을 가동했다”고 말했다.

 고교 진학후 은서 양은 하루 10시간 이상씩 발레를 익혔다. 학교를 파한 뒤 오후 5시부터 주씨 발레학원에 가 몸 풀기-기초 클래스-개인연습-작품연습 등을 하면 보통 새벽 3시였다. 주말엔 해가 훤하게 떠오르는 아침까지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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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피곤했어요. 학교 가서도 매일 졸기만 하고. 이러다 죽겠다 싶어 고민 끝에 고2 때 학교를 포기하기로 했죠.” 그는 지난해 베를린 국제 콩쿠르와 코리아 국제 콩쿠르에서 각각 은상을 수상했다.

 그의 강점은 우선 신체조건이다. 170㎝·48㎏에 얼굴은 작고 팔·다리는 길다. 국립발레단 김은진 지도위원은 “턴아웃(turn out) 자세·팔의 움직임·발끝 포인트 등 기본기가 단단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냥 동작을 취하지 않는다. 이유를 담아낸다”고 했다.

 은서 양의 전격 발탁에 대해 일부에선 단장 강수진의 작품이란 평가가 나온다. 학연·지연 등 국내에 별다른 연고가 없기에 선입견 없이 신입단원을 선발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강 단장은 “중요한 건 은서가 잘한다는 것”이라며 “가능성이 보였다. 어린 나이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있었다”고 말했다.

 파리 오페라발레단에서 10년간 활동했던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는 “해외에선 발레기량이 늘어나기 가장 좋은 연령인 16∼18세에 단원이 된다. 반면 국내에선 은퇴 후를 대비해 최소한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한다는 풍토여서 입단이 늦어진다”며 “은서의 입단이 한국 발레계에 새로운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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