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대구 산지 거제엔 ‘볼찜’이 없다…대가리 큰 수입산으로 만든 요리

기사 이미지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가 어떻게 변화해 왔고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20년 현장 전문가의 시선으로 점검합니다.


대구 주산지인 경남 거제 외포에는 전국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대표 대구요리인 ‘볼찜’이 없다. 남해 바다에서 대구가 사라지자 제사상에 올리는 대구전 감(재료)을 해외에서 수입하면서 대구 대가리도 같이 들여왔다.

거제 앞바다에서 잡히는 대구는 5~10㎏ 사이다. 머리가 작다. 하지만 알래스카나 베링해에서 잡히는 대구는 보통 13㎏이 넘는 대물들이다. 대가리 주변으로 살점이 많아 여기에 갖은 양념을 한 후 ‘대가리’라는 말 대신 ‘볼찜’으로 불렀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싱싱한 대구가 선을 보이는 외포에 냉동 수입 대구 대가리가 누울 곳이 없기에 외포에서는 볼찜이라는 요리를 볼 수 없다.

외포항은 새벽부터 북새통을 이룬다. 밤새 조업한 대구 경매를 위해서다. 배에서 대구를 내리는 어부와 경매를 받으러 나온 중매인, 거제·통영의 식당 주인들이 모인다. 우선 활대구들이 먼저 배에서 내려 인공수정장으로 가 수족관에서 대기를 한다.
기사 이미지

경남 거제 외포항에서 대구를 해풍에 건조하는 모습. 말리는 과정에서 살의 탄성이 증가해 맛도 좋아진다. 회·구이·탕·찜·포 등으로 즐길 수 있다. [사진 김진영]


죽은 대구는 나무상자에 크기에 따라 나뉘어 담겨 경매에 나간다. 중매인의 신호에 따라 경매는 빠르고 매끄럽게 진행된다. 경매가 끝난 대구는 생대구로, 또는 수분 함량이 60~70% 되게 말려져 유통된다. 내장과 알, 아가미는 젓갈용으로 판매된다.

몇 년 사이 대구잡이가 일상적인 모습이 됐지만 한동안 대구는 우리 바다에서 자취를 감췄었다. 남획이 문제였다. 원래는 서해 조기, 동해 명태, 남해 대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쪽 바다에 흔한 생선이었다.

거제시는 1981년부터 사라진 대구를 복원하는 노력을 시작했다. 방류 사업 초기에는 노하우 부족으로 수정이 제대로 안 된 수정란을 방류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30년 이상 꾸준히 거제시와 어민들이 노력한 결과 대구 어획량은 조금씩 늘어나 2014년 기준으로 1만3400t까지 증가했다.

그 사이 대구는 보기 힘들고 가격은 쳐다볼 수도 없는 고귀한 어종이 됐다. 사라진 국내산 대신 수입 대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제사상에 올리는 대구전 감이나 볼찜과 탕으로 쓰이는 대구 머리가 외국에서 수입됐다. 조미를 한 명태포가 한동안 대구포로 둔갑(지금은 명태알포로 판매가 된다)했고 일명 ‘나막스’, 정확한 명칭으로는 붉은 메기를 건조한 것이 2000년대 초엔 대구포로 유통되기도 했다(그렇다고 붉은 메기포가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입된 대구전용 살은 수분 함량이 높다. 세척과 손질 과정에서 수분이 들어간 채로 냉동을 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일부 비양심적인 가공업자들은 중량을 늘리기 위해 물을 첨가해 냉동하기도 한다. 보통 대구포 중량의 30~40% 정도의 물을 첨가한다고 보면 된다. 물의 함량이 높은 것들은 전을 부칠 때 수분이 빠져 기름이 많이 튀기도 하지만 막상 요리를 했을 때 맛이 푸석하다.

 
기사 이미지

대구회

 산지에서는 생대구를 선호하지만 맛으로 보자면 반건조한 대구가 더 맛있다. 새벽에 경매받은 대구를 바로 작업해 소금기 품은 바닷바람에 말린다. 말리는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해 살의 탄성이 증가한다. 맛도 좋아진다. 지방과 단백질이 영하의 온도에서 서서히 화학적 변화를 거쳐 맛을 내는 성분이 증가하는 것이다. 생선을 건조하는 건 냉장고가 없던 시절엔 보관을 위해서였지만 부수적으로 맛이 좋아지는 효과도 있다.

 건조한 대구는 맛도 좋지만 회까지 즐길 수 있어 쓰임새가 더 좋다. 대구는 생선이지만 살이 물렁해 회로 즐겨 먹지 않는다. 하지만 외포항 일부와 또 다른 산지인 경남 진해 용원항의 식당에서는 회로 내기도 한다.

바다낚시를 즐겨 하는 필자도 대구 낚시를 가면 머리쪽과 몸통 연결 부위만 회로 먹지 다른 부위는 먹지 않는다. 머리와 몸통을 연결하는 부분이 대구살 중 유일하게 쫀득한 식감을 주기 때문이다.

반건 대구회는 네 가지 부위가 나온다. 몸통, 등살, 뱃살, 그리고 껍질이다. 등살도 쫄깃하지만 수분이 좀 더 남아 있는 몸통은 아주 미세한 발효향이 나면서 풍부한 맛이 있다. 등살은 몸통살에 비해 식감이 더 좋다. 뱃살은 포처럼 말라 있어 잘게 찢어 먹는다. 따로 껍질도 나오는데 수분이 많은 몸통살과 같이 간장과 고추장으로 만든 소스에 푹 적셔 먹으면 별미 중 별미다.

 회가 싫으면 몸통살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다음 기름에 튀기듯 구워내도 좋다. 건조되면서 맛이 농축되기도 하지만 수분이 날아가면서 살에 생긴 탄성으로 인해 또 다른 맛을 준다.

 
기사 이미지

대구탕

탕도 이리(수대구의 정소)가 들어간 생대구탕이 고소한 맛이 있지만 반건한 대구를 쌀뜨물에 새우젓간으로 하면 생대구탕보다 깊고 시원한 맛을 낸다. 생대구는 찜과 탕으로 즐길 수 있지만 건대구는 회·구이·탕·찜·포 등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이젠 대구가 풍작이다 보니 대구 가격이 많이 내렸다. 4~5㎏ 생대구 가격이 3만~4만원대다. 생선은 신선한 것이 좋다는 인식이 강하다. 산지에서 대구 음식을 내는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왜 건대구는 요리 안 하세요?” 여쭤보니 “생 것이 있는데 뭣하러 말린 걸 먹느냐”는 핀잔만 들었다. 어쩌면 그 핀잔이 우리 음식문화가 가지는 약점이 아닐까 한다. 예전 그대로 하면 그만이라는 안일함 말이다. 게다가 대구가 풍어를 이뤄도 음식을 내는 방식은 전과 동일하다.

지난해나 올해나 찜과 탕, 또는 코스를 포함한 정식 메뉴뿐이다. 통영의 생산자가 해준 대구전을 포장마차에서 팔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두툼하게 썬 대구살에 계란 옷을 입힌 대구전을 먹어보니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입안 가득이었다. 여름 별미 민어전과 자웅을 겨뤄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대구는 단백한 맛과 풍부한 양으로 유럽에서 애용되던 식재료였다. 영국에는 대구로 만드는 피시앤드칩스가 있다. 대구를 튀긴 단순한 요리로 원래 노동자들을 위한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관광객들이 한 번쯤 먹어야 할 음식으로 변모했다.

 
기사 이미지

김진영
식재료 연구가
‘여행자의 식탁’ 대표

인도의 커리가 영국을 통해 일본으로 전해져 ‘일본식 카레’가 됐다. 카레는 우동, 빵 등 여러 변주를 만들어 냈다. 커리가 카레가 되듯 대구전이 피시앤드칩스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만 지금보다는 좀 더 대중과 여행객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전 부치는 냄새에 끌려 길가 포장마차에서 방금 부친 대구전을 먹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연탄불에 막 구워낸 건대구 포에 막걸리 한잔 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

김진영 식재료 연구가·‘여행자의 식탁’ 대표



음식상식 뿌연 국물의 대구탕은 수컷의 ‘이리’ 때문

기사 이미지
대구탕은 흔히 매운탕보다는 맑은 탕(지리)으로 즐긴다. 부산 해운대의 유명한 대구탕을 보면 맑은 국물에 대구 머리나 살이 듬뿍 들어 있다. 반면 생대구가 나는 경남 거제 외포나 진해 용원항에선 대구탕 국물이 뿌옇다. 이는 대구탕에 수컷의 정소(精巢·생식기관)인 이리를 같이 넣기 때문이다. 머리와 살만으로 끓여 내는 탕은 맑다.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