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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속살 '슈바인학센'···딱, 장충동 족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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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다른 나라의 닮은꼴 요리를 통해 세계 각지의 음식문화와 역사를 되돌아봅니다.


새해가 왔으니 또 나이 한 살 먹었다. 젊음과 활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동안(童顔)을 추구한다. 각종 수술이나 시술, 고가의 화장품 외에 또 하나 동안의 마법을 발휘한다고 예찬되는 게 콜라겐(collagen)이다. 먹고 바르고 마시는 콜라겐의 효능이 사실 피부와 별 연관이 없다는 얘기도 있다.

전문가들은 균형 있는 영양 섭취와 수분 보충, 비타민이 더 도움된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 친구들도 콜라겐이 듬뿍 든 족발을 즐겨 먹는다. 콜라겐에 실제 약리학적인 효과가 있든 없든 그런 믿음만으로도 피부가 건강해지는 듯한 이미지 힐링(image healing) 효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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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정강이 살을 이용한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전통요리 슈바인학센은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左), 캐러멜 같은 껍질의 젤라틴과 담백한 속살이 어우러져 한국인의 ‘동안 음식’으로 사랑받는 돼지 족발.(右)


돼지 족(足) 요리는 중국·프랑스·독일·체코·오스트리아와 남미 등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조리법으로 사랑받는다. 그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이 독일의 대표 족발 요리 ‘슈바인학센(Schweins Haxen)’이다.

원래 슈바인학센은 뮌헨이 속한 바이에른 지방에서 시작된 음식이다. 뮌헨의 플라츨(Platzl ) 광장 내 호프브로이 하우스(hofbraeuhaus)에선 껍질이 바삭한 슈바인학센, 로트콜(Rotkohl·붉은 양배추 김치), 카르토펠(Kartoffel·익힌 감자), 진한 풍미의 생맥주가 한 세트로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슈바인학센을 할 땐 돼지 발톱이 있는 굽 끝부분은 잘라내 요리에 사용하지 않고 정강이 살 부분을 사용한다.

조리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주니퍼베리, 캐러웨이 시드, 블랙 페퍼콘 등의 향신료와 소금·마늘을 한데 섞은 양념을 돼지 족에 충분히 문질러 바르는 럽(rub)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감자·셀러리·당근·대파·샬럿 등과 같은 자투리 채소를 더하고 흑맥주와 밀맥주를 채워 익힌다.

이후 다시 화덕이나 오븐으로 한 번 더 굽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흑맥주를 여러 번 끼얹어 조리한다. 여분의 기름을 제거함과 동시에 껍질 표면이 코팅되면서 바삭바삭한 식감과 윤기 있는 광채를 지니게 된다.

속살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맛과 어우러진 허브향도 매력적이다. 살을 발라 양배추 김치와 곁들여 먹는 것도 별미다. 불 맛에 길들여진 한국인에게 슈바인학센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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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채소·향신료 등에 절인 돼지 족을 삶아 내는 아이스바인.

반면 독일의 또 다른 돼지 족 요리인 아이스바인(Eisbein)은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한다.

아이스바인은 소금과 채소, 향신료에 절여 두었던 돼지 족을 삶아내는, 일종의 돼지 수육이라 하겠다.

우리가 누구인가. 돼지 수육쯤은 집에서 자취생조차도 커피 가루·된장 풀어 가볍게 삶아내는 기량을 지닌 민족이 아닌가. 무릇 돈 주고 사 먹을 돼지 요리라면, 오랜 시간 공들인 마법의 양념이나 가정에서 손쉽게 요리하기 힘든 식재료 정도는 있어야 한단 생각이 아이스바인을 멀리하게 하는 듯하다.

한국 돼지 족발 음식의 계보를 논할 땐 역시 장충동 족발 골목 이야기가 우선이다. 그에 앞서 옛 조리서 속의 돼지고기 조리법에 관한 기록부터 살펴보자.

1600년대 『주식방문』이나 『음식디미방』에도 돼지고기 요리가 소개되고 있긴 하지만 다양한 요리법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1766)의 기록부터다.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납육(臘肉)법, 새끼 돼지를 굽는 법인 적애저방(炙兒猪方), 삶는 법 및 달여 쓰는 법 등과 돼지고기의 효능·위생 등이 나와 있다.

한편 광주의 향토음식으로 알려진 ‘애저찜’은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1764∼1845)의 『임원경제지』 중 ‘정조지(鼎狙志)’에 등장한다. 구이법으로는 설야멱(雪夜覓)식 구이가 『규합총서』(1809)에 나와 있다.

제례문화에 뿌리를 둔 우리 문화에서 돼지고기는 고사상 돼지머리부터 객잔의 머리고기와 술국 안주, 잔칫날 일품 요리까지 쓰임새가 다양했다.

장충동 족발 요리는 한국전쟁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북에서 남향한 실향민들이 당시 장충동 지역에서 빈대떡과 만두·족발 등을 팔기 시작했다. 1963년 장충체육관이 개관하면서 운동선수들과 관람객이 몰리자 술꾼들의 요청에 푸짐한 안주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오늘날의 장충동 족발이다.

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돼지족발은 평안도식 조리법에 기인한다. 맛을 내는 비법이야 저마다 다르지만 기본은 조선간장과 생강이다. 계피나 감초, 캐러멜 혹은 물엿, 콩 소스 등이 가미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싱싱한 족을 손질하여 가마솥에 넣고, 파·마늘·생강·술 등을 넉넉하게 더한 뒤 맑고 깨끗한 맛이 나는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이렇게 장(醬)으로 다스려 익힌 족발은 수분과 기름이 빠져 겉은 단단하지만 윤기를 잃지 않고, 껍질은 젤라틴이 녹아 혀끝에 착착 달라붙는다. 담백한 속살은 깔끔하게 입안에서 녹아내린다.

옛 어르신들 말씀에 “돼지 한 마리면 동(冬)장군도 집 떠난다”고 했다. 그만큼 진국이고 영양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지금도 농한기에 접어든 시골 마을에선 돼지 한 마리를 잡아 다리뼈를 푹 곤 국물로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몸보신을 한다. 뽀얗게 우려낸 국물, 삶아낸 고기 살을 추려 족편을 만들면 어르신들의 귀한 안주가 된다.

사실 서양에서 돼지 족은 괄시받는 품목이었다. 이슬람권은 물론 기독교 문화권에서도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천대했고 특히 땅에 닿는 부위인 족은 혐오 대상이었다.

돼지 족이 본격적인 고급 요리의 소재로 테이블 위에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프랑스 누벨 퀴진(nouvelle cuisine)의 요리사들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창의적인 시도에 힘입어 돼지 족은 서양 고품격 레스토랑의 식재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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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는 본래 귀한 식재료였다. 한국전쟁 이후 양돈산업이 발전하면서 저렴하고 질 좋은 돼지고기가 밥상의 풍요를 더해주었다.

사실 진정한 안티에이징(anti-aging)을 바란다면 채소와 과일이 동안 음식에 더 가깝다. 그러나 행복지수(幸福指數)의 기준에서 본다면 돼지족발을 잡아 뜯는 즐거움이 더 클 것이다.

맛있는 사치를 애써 외면할 필요가 있겠는가. 족발은 맛있다. 그 행복이 내 동안의 원천이 될 것이다.

강지영(세계음식문화연구가) 
정신우(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음식상식] 돼지 앞발이 물렁뼈 발달해 더 쫄깃

돼지 족은 돼지 몸통의 맨 아래인 발목과 발 부위다. 체중이 보통 머리 쪽으로 쏠리므로 이 충격을 지탱하기 위한 물렁뼈가 앞발에 더 발달한다. 이 물렁뼈에 젤라틴이 많기 때문에 앞발이 더 쫄깃한 편이다. 뒷발은 상대적으로 짧고 살이 많아 뭉툭하다. 앞발과 뒷발의 맛 차이는 개인 취향에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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