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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맛나요] 사케는 손난로처럼, 뜨겁지 않게 따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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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현동 기자, 촬영 협조= 장선생 요리 스튜디오]


사케(일본식 청주)는 ‘시원한 맥주’처럼 고정된 온도 수식어가 따라붙는 술이 아니다. 얼음을 띄워 마셔도, 김이 모락모락 나게 데워 마셔도 나름의 맛을 낸다. 그렇지만 기온이 0도 아래로 떨어지는 계절엔 아무래도 ‘따뜻한 사케’에 손이 가게 마련이다. 단 춥다고 아무 사케나 골라 팔팔 끓이지는 말자. 자칫 잘못하면 고유의 맛과 향이 달아난 정체불명의 액체를 마셔야 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다.

 장갑을 껴도 손이 얼어붙는 겨울. 가슴속까지 온기를 전해 줄 따뜻한 사케 한 잔을 제대로 마실 수 있는 비법은 뭘까. ‘맛있는 월요일’이 사케 전문가 여태오(37)씨를 만나 물었다. 여씨는 일본사케서비스협회(SSI)의 사케 관련 라이선스 4개(기키자케시·쇼추 기키자케시·슈가쿠코시·사카쇼)를 모두 취득한 사케 마스터다. 그가 전해 준 ‘사케, 뜨겁게 마시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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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향이 한층 깊어지는 뜨거운 사케에는 어란(위)과 간사이 어묵전골(아래)처럼 입안에 감칠맛이 오래 남는 안주를 곁들이는 게 좋다.

 사케 종류는 3만여 개에 달한다. 최근 부쩍 늘어난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에서는 수십 종에 달하는 사케를 메뉴판에 올린다. 그렇다면 데웠을 때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사케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여씨는 “라벨에 준마이·겐슈·혼죠조란 말이 들어간 사케를 고른다면 실패할 확률이 작다”고 답했다.

 ‘준마이’는 차게 마시는 것보다 따뜻하게 마시는 게 더 맛있는 대표적인 사케다. 사케는 도정한 쌀을 이용해 만드는 술인데 양조 과정에서 양조용 알코올이 첨가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준마이는 양조용 알코올을 섞지 않고 오로지 쌀로만 발효시킨다. 쌀 본연의 달짝지근한 맛이 진하게 난다는 게 준마이의 강점인 셈이다. 여기에 온도까지 올라가면 감칠맛이 한층 짙어진다.

 ‘겐슈(原酒)’는 한자어 그대로 물을 섞지 않은 사케를 말한다. 그러다 보니 도수가 20도 정도로 높다(보통 사케는 15~16도를 오간다). 여씨는 “단맛을 즐기지 않는 분들은 겐슈를 데워 마시는 게 좋다”며 “겐슈를 데우면 쓴맛은 조금 줄어들면서 달콤한 맛까지는 가지 않는, 딱 ‘드라이’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이 된다”고 말했다.

 ‘혼죠조’도 데워 마시기 좋은 사케로 합격점을 받았다. 5~10% 정도 첨가되는 양조용 알코올이 혼죠조에는 20% 가까이 첨가된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많이 부을수록 점점 연한 커피가 되는 것처럼 양조용 알코올이 많이 들어가는 혼죠조도 무향무취한 경향이 있다. 온도를 조금 높여 주는 것만으로도 향이 살아나고 맛이 농후해지는 효과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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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겐베이노’ 겐슈: 일본식 청주가 너무 밋밋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추천. 알코올 도수 19%로 뜨겁게 마시면 쓴맛은 줄어들고 ‘드라이’한 맛만 남아. 생산지 교토.
②‘다마노 히카리야마하이’ 준마이 긴조: 쌀로만 발효한 ‘준마이’사케의 상(上)급. 천연 유산균의 진한 맛이 높은 온도에서 더 두드러져. 생산지 교토.
③‘베시’ 도쿠베쓰 준마이: 일본 현지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 일반 준마이 주(酒)의 달착지근함과 달리 산뜻한 맛과 향으로 특히 데웠을 때 향이 일품. 생산지 아이치현.
④‘벳센’ 호라이센: 깔끔하고 가벼운 향 덕에 질리지 않고 마실 수 있다는 평가. 생산지 아이치현.
⑤‘후쿠마사무네’ 구로코지 준마이: 황색 누룩을 주로 사용하는 사케와 달리 검은 누룩을 사용해 뒷맛이 깔끔. 튀김 요리와의 궁합이 발군. 생산지 니가타현. [사진=임현동 기자, 촬영 협조= 장선생 요리 스튜디오]


 절대 데워선 안 되는 사케도 있다. 술 이름에 ‘나마(生)’가 들어가는 경우다. 사케는 양조 과정에서 두 번 열처리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두 번 중 한 번만이라도 열처리를 안 하고 만든 사케라면 상온에서 마시는 게 더 맛있다. 따끈한 사케를 원하는 날엔 나마초조(생저장)·나마즈메(생포장)·나마사케(열처리 한 번도 안 함)란 이름이 붙은 것은 피하자.

 일본식 선술집의 사케는 컵을 바로 쥐기 힘들 정도로 뜨겁게 나올 때가 많다. 여씨는 이런 경우가 “사케 맛을 해치는 전형적인 예”라며 “사케를 데우는 온도로는 일본어로 ‘누루칸’이라 부르는 40~50도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40~50도는 딱 따끈하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의 온도다. 여씨는 “뜨겁다는 느낌이 든다면 55도를 넘어선다는 뜻인데 이러면 알코올이 날아가고 도수가 변하기 시작한다. 맛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했다.

 예외도 있다. 구운 복날개를 사케와 함께 끓여 만드는 ‘히레 사케’는 78도 이상의 온도로 팔팔 끓인다. “히레 사케는 사케 본연의 향과 맛을 포기하면서 복날개 향을 극대화해 즐기는 술이기 때문”이다.

 사케를 전자레인지에 데워도 될까. 여씨는 “전자레인지는 정 방법이 없을 때 쓰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잘라 말했다. 가장 좋은 건 물이 끓는 중탕기 안에 열 전도율이 높은 그릇을 넣고 그 안에 사케를 담아 데우는 중탕 방식이다. 값이 꽤 나가는 중탕기를 구입하기가 부담스럽다면 큰 냄비 안에 작은 냄비를 넣어 즉석 중탕기를 만들 수 있다. 중탕할 때에는 사케가 담긴 용기의 뚜껑은 반드시 열어 놔야 한다. “아무리 좋은 중탕기를 사용해도 두 번 세 번 데우게 되면 사케 맛을 버린다. 술이 약하다면 조금씩 따라 한 번만 데워 끝까지 마시는 것을 권한다”는 건 추가 팁이다.

 마리아주(Mariage·술의 맛과 잘 어울리는 음식)를 제대로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온도에 따라 어울리는 안주가 다양해진다는 게 사케의 매력 중 하나다. 여씨는 “‘간사이 어묵전골’처럼 간이 진한 전골을 선택하는 게 좋고 ‘가라아게’ 같은 튀김요리나 생선조림도 안성맞춤”이라고 조언했다. 뜨겁게 데운 사케는 차가운 사케보다 맛과 향이 입안에 오래 남는 묵직한 술이 된다. 그에 맞춰 음식 또한 맛이 진하고 입안에 오래 남는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 여씨는 “샐러드나 사시미처럼 산뜻한 안주는 사케 맛을 금방 씻어 내는 효과가 있어 따뜻한 사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뜻한 사케를 마시면 더 빨리 취하는 것 같다는 사람이 있다. 여씨는 “몸에 온기가 돌면서 하게 되는 착각”이라고 말했다. 데운 사케의 장점은 맛뿐 아니라 음주량을 쉽게 조절해 평소보다 덜 취하게 된다는 점도 있다. 술을 데우면 혈중 알코올이 간에서 뇌로 전달되는 속도가 빨라져 술을 절제하기 쉽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술을 마셔도 끝장을 보는 분들한텐 통하지 않는 얘기라는 게 함정이다.(웃음)”

 따끈한 술 한 잔이 생각나 가게에 들어섰지만 ‘뜨거운 사케 상식’이 가물가물하다면 페이스북의 ‘한국사케소믈리에협회’ 페이지를 이용하길 권한다. 각 온도에 어울리는 사케 음용법과 마리아주 정보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음식상식   굴 먹을 때 레몬 곁들이면 맛과 살균 ‘일석이조’

영양이 풍부해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은 겨울이 제철이다. 하지만 굴에는 수분과 단백질, 글리코겐이 많아 세균이 번식하기 쉽고 변질도 빠르다. 어패류든 육류든 중성일 때
쉽게 부패한다. 레몬은 구연산이 많아 새콤하고 산도가 높아 세균 번식을 막아준다. 그래서 굴에 레몬즙을 곁들이면 맛과 살균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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