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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이란과 단교 … “누가 먼저 죽나” 2차 석유전쟁

어떤 예상보다 빨랐다. 국제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지난해 말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분쟁을 ‘2016년 국제유가를 뒤흔들 중대 변수’로 꼽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보고서에서 “두 나라 갈등이 올 상반기가 끝날 무렵에 정면대결로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상은 빗나갔다.

3일(현지시간) 사우디가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끊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교장관은 이날 “모든 이란 외교관은 48시간 내에 사우디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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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도 4일 이란과 외교 관계를 끊었다. 이사 알하마디 바레인 공보부 장관은 이날 “바레인 주재 이란 외교관들에게 48시간 안으로 떠나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수단도 이란과 외교 관계를 끊고 자국 주재 이란 대사를 추방했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는 테헤란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해 이란과의 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급으로 격하시켰다.

2일 사우디는 시아파 성직자인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처형했다. 곧바로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외교 공관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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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시아파 성직자 처형이 이란인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 앞에서 한 성직자가 대중을 향해 분노 섞인 연설을 하고 있다. [테헤란 AP=뉴시스]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는 “신의 분노가 사우디 정치인들에게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알리 에스파나니 이란 의회 정의사법위원회 대변인은 “순례자 보호와 안보 문제로 ‘하지’ 순례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신자들은 평생 한 번은 이슬람 연례 행사 하지를 맞아 사우디 메카로 성지순례에 나선다.

불똥은 글로벌 원유시장으로 튀었다.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값이 4일 아시아 지역 온라인 거래에서 2% 남짓 올랐다. 톰슨로이터는 “시장 참여자들이 1980년 9월을 떠올리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당시는 이란-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때다. 이 전쟁은 전형적인 공급 쇼크였다. 개전 며칠 만에 원유 공급이 하루 400만 배럴 정도 급감했다. 유가는 단숨에 두 배 넘게 뛰었다.

사우디-이란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질 단계는 아니다. 알자지라 방송은 “두 나라는 현재 ‘설전(舌戰·war of words)’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정세도 두 나라의 전면전을 원치 않는다.

미국이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 중동 리더들이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에너지 컨설턴트인 존 오이어스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통화에서 “사우디와 이란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행동을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낮다면 두 나라가 상대를 겨냥해 쓸 수 있는 카드는 석유다. 사우디와 이란 등은 원유 수입국뿐 아니라 이웃 산유국을 겨냥해서도 석유를 무기로 썼다. 블룸버그는 “사우디와 이란이 석유를 무기화할 상황이 무르익고 있다는 게 중동 전문가의 진단”이라고 전했다.

미국과의 핵 협상 타결로 이란의 경제제재는 조만간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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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제재가 풀리면 6개월 이내에 하루 생산량을 200만 배럴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미 세계 원유 시장은 하루 150만 배럴 정도 초과공급 상태다.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원유 수요마저 부진하다. 이란은 사우디의 손님을 가로채야 할 처지다.

사우디는 응전할 수밖에 없다. 저유가 시대 시장점유율마저 줄어들면 재정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EIA는 “사우디는 마음만 먹으면 단숨에 생산량을 하루 1200만 배럴(현재 1025만 배럴)까지 늘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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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추가 증산은 ‘석유전쟁 시즌 2’ 선전포고다.

시즌 1은 2014년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번창하던 미국 셰일가스·원유업체를 고사시키기 위해 사우디 주도로 생산량을 유지했다. 배럴당 80달러이던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대까지 내려갔다.

시즌 2는 사우디-이란의 종교적·민족적 감정까지 곁들여져 한결 치열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 바람에 시즌 2는 사우디와 이란 모두 손해 보는 자기파괴적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게 일반적 예측이다.

강남규 기자, 런던=고정애 특파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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