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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맛나요] 마르세유 해물탕 … 강릉서 맛봤던 그 칼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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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기원한 부야베스는 신선한 어패류와 이민자의 향신료가 만난 진미(珍味)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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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야베스처럼 해안도시에서 발달한 한국 해물탕.

얼마 전 JTBC 예능 프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보고 있었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출연자의 현지 집을 찾아가는 일정 중에 프로방스(Provence·관광지로 유명한 프랑스 동남부 지역을 통틀어 일컫는 지명)가 있었다. 부모님 시골집이 있어 매해 여름 방문하는 터라 관심 있게 보는데, 전통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왔다. 자세히 보니 그들이 먹는 음식은 부야베스(Bouillabaisse)였다.

 아마 먹어본 사람은 많지 않아도 들어본 사람은 꽤 있을 것이다. 똠얌꿍(태국), 샥스핀 수프(중국)와 더불어 세계 3대 수프로 불리기 때문이다.

 부야베스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전통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프랑스의 국가(國歌) ‘라 마르세예즈’가 탄생한 항구도시 마르세유(Marseille)가 고향이다. 마르세유는 이를테면 한국의 남쪽 도시 부산처럼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있는 곳이다. 프랑스 자국민은 물론 터키에 쫓겨 온 그리스인, 파시스트를 피해 온 이탈리아인, 프랑코 독재에 내쫓긴 스페인 사람, 러시아에 시달리다 건너온 동유럽인, 그리고 북아프리카에서 온 대규모 이민자 집단까지 섞여 살고 있다.

 부야베스는 이런 다양한 사람들처럼 각종 재료가 뒤섞인 음식이다. 항구의 어민들과 가난한 이민자들이 어시장에서 팔다 남은 생선과 해산물에다 채소와 향신료를 곁들여 끓여 먹던 데서 비롯됐다. 신선한 어패류와 이민자들에 의해 흘러 들어온 향신료의 만남이 세계적인 진미로 승화됐다.

 물론 거슬러 올라가면 BC 600년 고대 그리스인들도 생선과 해물로 끓이는 탕 조리법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부야베스는 이런 조리법을 물려받고 마르세유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한데 합쳐진 음식이다.

 흰살 생선들과 홍합을 비롯한 조개류, 새우·가재 같은 갑각류를 넣어 끓이다가 불을 줄인 뒤 토마토·양파·마늘·펜넬 등 채소와 사프란·케이앤페퍼 등 향신료를 더해 진하게 끓인다. 맵지는 않지만 마늘·양파·후추가 더해져 칼칼한 맛이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오는 관광객은 물론 외국 음식에 낯설어하는 한국인도 즐기는 음식이다.

 서민 음식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마르세유나 카시(Cassis) 같은 프로방스 남쪽 항구도시 내 전문 식당이 아니면 만나기 쉽지 않다. 며칠 전 예약해야 맛볼 수 있는 고급 음식인 데다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부야베스가 식탁에 올려지면 생선과 해산물을 먼저 먹고 남은 국물인 수프 드 푸아송(Soup de Poisson)을 따로 먹는다. 이때 얇게 썬 바게트 한 바구니와 채 썬 치즈 그리고 루유(Rouile)가 함께 나온다. 루유는 빨간 고추와 마늘, 빵가루와 올리브 오일 등을 함께 갈아 만든 매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마요네즈 베이스의 소스다.

 바게트 조각 위에 루유를 바르고 치즈를 얹어 수프 드 푸아송에 잠시 담갔다 먹는 맛이란-. 국물에 영양가와 맛을 다 내줘버린 생선 건더기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 큰 접시에 담겨 나오는 각종 생선과 해산물 그리고 수프처럼 즐기는 생선 국물을 맛보다 보면 자연스레 한국의 해물탕을 떠올리게 된다.

 얼마 전 친한 동생이자 동료인 정신우 셰프(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와 이야기를 했다. 한국 해물탕과 프랑스 부야베스가 닮은꼴인 이유가 뭘까. 정 셰프는 그 이유를 조리법에서 찾았다.

 한국 해물탕의 모태는 매운탕이다. 매운탕은 생선을 주재료로 해 국물이 찌개보다 묽고 고추장·고춧가루·간장을 섞어 간을 맞춰 시원한 맛이 나게 끓인다. 이 때문에 초기 매운탕은 생선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근대 초기까지 매운탕과 생선국은 별도로 구분되지 않았다. 가장 현대화된 조선 요리서로 내려오는 『간편조선요리제법(簡便朝鮮料理製法)』(1934)에는 35품(종류)의 국이 소개돼 있다. 도밋국·대굿국·민엇국·준칫국 등을 망라한다. 주로 된장과 고추장·고춧가루를 사용하고 건지(건더기)로는 두부·풋고추·호박·쇠고기 등을 넣는데 주재료가 생선이라고 해서 탕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탕에 대한 언급은 이보다 훨씬 거슬러 올라간다. 18세기 『증보산림경제』(1766)에 따르면 탕은 국물 위주의 것, 갱은 국물이 적은 것이다. 즉 모두 넒은 의미에서 국이었다. 이때 국이란 생선 등 주재료의 맛을 우선하는 것으로 채소 등 다른 재료는 이 맛을 살려주는 부재료다. 반면 요새 말하는 탕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가 어우러져 국물 맛 위주로 푹 끓여내는 것이다. 곰탕·설렁탕·추어탕 등이다. 해물탕도 이에 속한다.

 부야베스가 항구 도시 마르세유에서 탄생됐듯이 한국 해물탕의 근원지를 강원도 강릉이나 삼척으로 보는 설이 유력하다. 1900년을 전후해 강릉·삼척 등지에 해물탕집들이 생겼다는 내용이 후대의 신문 기사 등에 기록돼 있다. 오징어·조갯살·소라·게·명태·새우·홍합·미역 등 여덟 가지 해산물을 넣은 해물탕이 강원도의 ‘보물탕’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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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산물의 녹진한 풍미와 채소의 은은한 단맛, 칼칼하고 구수한 장맛이 어우러져 지친 몸과 마음에 온기를 전해준다. 부야베스에 바게트가 있다면 해물탕에는 면 사리와 공깃밥이 있다. 한국식 수프에 뜨겁게 적셔 후루룩 삼키는 면발과 졸아든 국물에 볶아 먹는 밥맛은 해물탕만의 진미라 하겠다. 외국인 친구들도 해물탕을 먹을 때 처음엔 고추장·고춧가루 맛에 낯설어 하다가 면 사리를 말아주면 엄지를 치켜든다.

 유럽의 프랑스와 동아시아 한국에서 각각 즐겨 먹는 부야베스와 해물탕. 생김새부터 맛과 향이 닮은 듯 다르지만 한데 어우러지고 스며들어 깊은 맛을 내는 국물(수프)의 힘은 같다. 스며들어 매혹시키는 맛. 절로 이 말이 나온다. “국물이 끝내줘요.”

  강지영(세계 음식문화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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