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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웅의 오! 마이 미디어] 맥락은 없고, 재미만 좇는 국제뉴스 … 출입처가 없어서?

종이신문 읽기를 다시 시작했다. 가까운 도서관에 뉴욕타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다. 신문지를 넘기다가 멈춰서 읽고, 또 다른 읽을거리를 찾아 페이지를 넘기는 즐거움을 다시 찾았다. 나는 올해 초 이사하면서 손가락 끝에 잉크를 묻히며 뉴스 보는 일을 그만두었던 것이다.

 뉴욕타임스를 읽다가 한국 관련 기사가 많아서 놀랐다. 동북아시아 정세를 다루는 기사나 한국 기업과 관련한 경제 기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최근 한 달 동안 읽었던 한국 관련 기사 중에 기억에 남은 것만 해도 고독사와 장례문화, 사찰음식, 이산가족 상봉, 광주일고 야구부, 한국 잣나무 생태계 등이 있다. 모두 훌륭한 이야기였다. 빅뱅의 뉴저지 공연 리뷰도 좋았다.

 되짚어 생각해 보니 한국 관련 기사만 그랬던 게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뉴욕의 정치, 예술, 음식만큼이나 세계의 정치, 문화, 환경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제공한다. 독자들은 시리아 사태를 놓고 갈등을 보이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속내, 유럽 각국 정부의 재정정책의 문제점, 그리고 아시아의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인간적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박권상 전 KBS 사장이 내게 불평한 적이 있다. 국제뉴스를 늘리라 그렇게 주문해도 보도본부 기자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이게 특파원 수도 많았고 뉴스 시간과 지면이 여유가 있었던 15년 전 이야기다. 지금도 사정이 나쁘면 나빴지 절대 좋다고 할 수 없다.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는 일단 양적으로 부족하고, 질적으로는 더욱 심각하다. 김성해 대구대 교수의 2011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제뉴스는 오락적이고 단편적이며 맥락을 제공하지 못한다.

 왜 이럴까? 모든 오래된 문제가 그렇듯 구조적 원인이 있다. 그리고 원인은 하나가 아니며 중층적으로 결합해 작용한다. 논쟁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국제부에 출입처가 없는 게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우리 기자들은 출입처가 없으면 그럴듯한 이야깃거리를 발굴하지 못한다. 매일 돌아가는 일, 매일 전달받는 보도자료, 매일 보고받는 사건 속에 뉴스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따라서 관리할 영역이 모호하고, 보도자료가 없으며, 면대면으로 접하는 뒷이야기가 없는 국제적 사안과 사건을 다루는 데 약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언론인들은 ‘독자를 향해 이야기를 전하기’보다 ‘데스크와 출입처를 향해 보고하기’에 더 능하다. 따라서 이게 국제뉴스만의 문제도 아니다. 사실에 해석을 덧붙이면 뉴스가 될까? 사실과 해석을 가지고 리포트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겠지만 스토리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뉴욕타임스를 넘기면서 원래 알고 있었지만 잊었던 즐거움의 원천을 깨닫게 된다. 뉴스 읽기의 즐거움은 바로 이야기의 품질에 있다는 것을. 오랜 관심이 없으면 깊게 파고들 수 없다. 깊게 파고들지 않으면 절묘한 사정을 알 수 없다. 절묘한 사정을 모르고 어찌 남이 들어줄 만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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