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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화요일] TV를 넘어선 TV ‘포스트TV’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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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정원씨는 최근 TV를 통해 TV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제로 TV’ 1인 가구는 아니지만 시청은 주로 통학길이나 자투리 시간에 모바일을 통해 한다. 그래도 웬만큼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들은 다 섭렵하고 있다. 시청에는 입소문이 주효하다. 포털에서 화제가 되거나 실검에 올라 있거나 소셜 미디어에 거론되면 뒤늦게 그 프로를 찾아보는 식이다. 가끔 마음먹고 몰아 보기(빈지뷰잉·binge viewing)도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인터넷에 토막으로 돌아다니는 ‘핫클립’ 시청으로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 세대에겐 시청률보다 화제성이 더 중요하다. 시청률이 높다고 해도 화제성이 낮으면 존재감 제로다. 선호하는 방송사나 신뢰도 높은 채널은 있지만, 프로그램을 볼 때 채널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심지어 채널을 정확히 모르고 보는 경우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또 그에겐 지상파나 케이블방송사, 유튜브와 아프리카TV 1인 방송 간 차이도 없다. 오직 좋아하는 프로그램, 좋아하는 스타와 콘텐트가 있을 뿐이다.

 2014년 TV·PC·모바일을 함께 시청하는 국내 3스크린 인구 비율은 65%에 달했다. 젊을수록 모바일 이용이 높고 선호하는 콘텐트를 선별해서 이용했다. 2013년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10대의 61.8%가 모바일을 주 시청 기기로 이용했고 능동적인 시청이 50대보다 두 배 많았다.

 TV가 TV를 넘어서는 ‘포스트TV’ 시대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분량’을 시청하는 ‘온 디멘드(On Demand)’ 시청이 일반화되면서 방송 산업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전통적 방송사가 가졌던 ‘편성’이라는 무기는 힘을 잃었다. 킬러 콘텐트의 힘은 커지지만 방송사나 채널의 존재감은 날로 약화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도 국내 진출이 예고된 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강자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한 지상파 프로듀서는 “전통적 편성 개념은 사라졌고, 이제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원천 콘텐트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편성의 주된 책무가 됐다. 또 콘텐트는 살아남지만 종국에는 방송사나 채널은 힘을 잃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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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TV LG유플러스는 이런 시청 행태를 반영이라도 하듯 지난 5일부터 기존의 방송사명 대신 ‘무한도전채널’(300번), ‘유아인채널’(505번) 등을 내세운 VOD 서비스 ‘큐레이션TV’를 선보였다. 인기 있는 VOD를 프로그램이나 장르, 혹은 스타별로 묶어 제공하는 것이다. 예능채널, 드라마채널, 미드채널, 유튜브채널, 어린이채널에서 프로그램채널, 스타채널 등에 이르는 구성이다. ‘무한도전’ 팬이라면 여러 채널을 돌려 찾아가며 보던 것보다 훨씬 편이성이 있다. 이런 추세라면 유재석채널, 빅뱅채널, 나영석(PD)채널, ‘응답하라’ 시리즈채널, 김은숙(작가) 로코(로맨틱코미디)채널 등이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철저하게 방송사가 아닌 콘텐트 중심의 구획 짓기다.

 프로그램을 전체 아닌 일부분만 소비하는 클립형 소비도 최근 특징인데, 이 또한 방송사의 영향력을 희석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콘텐트를 모바일에 최적화된 5분 내외 분량으로 재가공해 방송사가 제공하는 클립형 콘텐트 얘기다. 방송사는 이를 화제 장면을 모은 홍보 영상으로 인식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런 파편적인 시청도 어엿한 시청의 하나로 여긴다는 점이 차이다. 콘텐츠진흥원이 펴낸 『방송영상 클립형 콘텐츠 서비스 전략』(2014)이라는 보고서도 “클립형 콘텐트에서는 채널이나 방송사의 의미가 희석되고 짧은 분량 안에서 내러티브가 가지는 완결성과 화제성이 중요해진다”며 “클립형 콘텐트와 원 콘텐트가 가지는 자기 잠식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클립형 콘텐트가 더 많은 시청을 이끌어 수익 극대화에 기여하는지, 아니면 그냥 클립 시청에 머무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기의식 속에 방송사들은 웹예능이나 웹드라마, 1인 방송(MCN·Multi Channels Network) 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tvN이 제작한 최초의 웹 온리 콘텐트인 ‘신서유기’가 누적 조회 수 5000만 뷰를 돌파한 것에 대해서는 ‘포스트TV 시대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tvN은 ‘신서유기’ 성공의 여세를 몰아 모바일 앱 tvNGO를 통해 ‘코미디빅리그’ ‘SNL코리아’와 협업한 웹예능 콘텐트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 프로의 스핀오프(spin-off·외전)인 웹 전용 예능 콘텐트다. 인터넷 1인 방송을 지상파로 끌어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약진과 함께 스타들의 1인 방송도 진화하고 있다. 가수 윤종신은 지난 2일 아프리카TV를 통해 뮤지와 함께 진행하는 1인 음악방송 ‘형만 믿어’를 시작했다. 네이버 ‘V’앱의 1인 방송 같은 스타의 일상 공개 차원을 넘어 본격적인 전문 방송을 표방한 것이 눈길을 끈다. ‘신서유기’를 잇는 웹예능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웹드라마에도 지상파 3사와 CJ E&M 등 메이저 방송사, 아이돌, 톱스타들이 뛰어들면서 붐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의 경향은 해외 합작을 통한 규모의 확대. 미국의 동영상 사이트 비키나 중국 포털 소후닷컴 등이 공동 제작하고 해외 배급을 맡는 것이다. 국내와 아시아 7개국에 공개된 엑소 주연 웹드라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는 5000만 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민성욱 백제대 교수는 “우리의 웹드라마는 스낵 컬처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앞으로는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처럼 완성도 높은 웹드라마도 기대한다”면서 “웹드라마의 제작 붐이 이어지는 가운데 1차 상영은 웹에서 하고 입소문이 나면 지상파에서 확대 편성하는 방식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성희 기자 shyang@joongang.co.kr

핫 클릭=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등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들은 빅데이터 활용→맞춤형 콘텐트 제작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기획한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에 이어 아마존 스튜디오의 ‘트랜스페어런트’는 사진 공유 소셜네트워크 ‘핀터레스트’를 활용했다. 드라마에 나올 만한 상황을 수백만 장의 사진으로 찍어 올린 후 시청자가 재미있다고 뽑은 부분을 골라 스토리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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