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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권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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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문화 선도기업을 표방하는 ‘야놀자’ 이수진 대표가 직영하고 있는 서울 역삼동 H애비뉴 ‘파티룸’에서 포즈를 취했다. H에비뉴는 수영장과 글램핑 시설도 갖췄다. 최근에는 연인이 아닌 친구들끼리 생일파티나 기념일을 축하할 때 이런 파티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인섭 기자]


스물세살, 다 큰 청년도 처음에는 어색했다. 2001년 군 제대 후 숙식이 제공되는 일자리를 찾다가 발견한 모텔. 침대보 갈기, 화장실 청소 같은 허드렛일부터 시작했지만 성실성을 인정받아 어느새 업계에서 알아주는 프론트 매니저가 됐다. 놀이문화 선도기업을 표방하는 ‘야놀자’ 이수진(37) 대표와 모텔과의 긴 인연은 이렇게 시작했다.

 이 대표는 “첫 출근하는 때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텔에 가본 날이었다”며 “어디 잡혀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돼서 친구한테 ‘연락이 안되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회고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야놀자는 요즘 벤처업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 중의 하나다. 모텔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야놀자는 숙박 검색·예약서비스를 비롯해 여행·파티 정보 제공, 숙박 프랜차이즈 운영, 경영 컨설팅,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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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놀자 앱은 젊은 연인들의 필수 앱으로 꼽히며 가입자가 280만명이나 된다. 2005년 창업해 매년 150%씩 성장, 지난해 매출 200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전국에 모텔이 3만개이고, 객실 수만 100만개가 넘는다”며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훌륭한 숙박 자원임에도 ‘러브호텔’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 탓에 제대로 활용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저가 숙박시설을 현대화시켜 양지로 끌어내고, 나아가 한국의 여가문화를 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4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6살 때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할머니와 살았다. 농사일을 거드느라 한글도 5학년에 뗐다. 할머니가 중1 때 세상을 떠난 뒤에는 작은아버지 집에 얹혀 살면서 신문배달을 하며 학교를 다녔다. 전문대에 진학한 이후에는 막노동으로 생활비를 벌었다.

 이 대표는 “나처럼 어려운 시절을 겪는 친구들을 도와주려면 부자가 되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모텔 일을 하면서 한 달 용돈으로 10만원 정도를 썼는데, 대부분 창업과 관련한 책을 사는 데 썼다”고 말했다.

 첫 사업은 2003년 샐러드 가게였다. 당시 ‘몸짱’ 열풍이 불 때라 몸매에 신경쓰는 여성들을 공략하면 히트를 칠 것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6개월만의 폐업. 그는 “의욕만 앞선 준비없는 창업은 실패한다는 게 당시 얻은 교훈”이라며 “사업이 망하고 나서야 여자들이 고기를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우쳤다”고 웃었다. 다시 모텔로 돌아가 종자돈을 모아가던 중 기회가 왔다. 그의 매니저 경력을 눈 여겨본 한 모텔정보 카페 운영자가 카페를 인수해달라고 요청해온 것이다. 이후 그는 주요 모텔의 내부 사진을 직접 찍어올리고, 각종 질문에 실시간 답변을 달며 카페 운영에 힘을 썼다. 회원들에게는 할인 혜택을 주도록 모텔과 제휴했고, 모텔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컨설팅도 해줬다. 입소문이 나면서 금새 가장 큰 모텔정보 카페가 됐다.

 이거다 싶었다. 대학 후배인 임상규 부사장과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에 사무실을 차렸다. 우선 카페를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앱으로 진화시켰다. 사용자 후기가 쌓이면서 광고가 붙었고, 제휴업체가 늘면서 수수료도 받게 됐다. 호텔을 이용하기 어려운 20대를 위해 모텔을 파티공간으로 활용하게 했고, 호텔에서만 사용하던 예약 시스템을 모텔에도 적용했다. 호텔과 모텔의 중간 쯤되는 숙박시설인 ‘코텔’도 선보였다. 깨끗하고 안전하지만, 숙박비는 합리적으로 책정해 여행·출장이 잦은 고객을 끌어들였다. 이 대표는 “야놀자의 정보와 실제가 다르다는 불만이 접수되면서 아예 우리가 직접 관리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며 “모텔 뿐 아니라 호텔·펜션·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 전체로 분야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두 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10년만에 직원 170명의 중견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한 벤처캐피탈로부터 100억원을 투자 받으며 상장(IPO)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아직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지 못한 노는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글=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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