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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의 글로벌 인사이트] 경제 살리기의 고리는 역시 기업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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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
본사고문·전 재무부 장관

경제정책도 시대적 산물로 봐야 한다. 놀랍게도 정부가 직접 나서 개인소비를 조장하려는 정책적 의도에서 실시된 소위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이 그 예다.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개별 유통업체들이 제철이 지난 제품들의 재고정리 차원에서 매년 추수감사절 직후 실시하는 행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총소비 진작을 위한 거시경제 정책 수단으로서 정부가 직접 주도한 것이다. 그 성패를 떠나 앞으로 경제학 교과서에서 논의될 만한 파격적 시도다.

 물론 소비는 중요하다. 모든 경제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 모두의 복지 증진에 있으며, 이는 개개인의 소비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우리의 민간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있다. 따라서 경기 부양을 위한 총수요 관리 측면에서도 총소비 진작은 중요한 것이다(70% 수준의 미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마침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개인 소비행태와 거시경제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에 많은 실증적 연구를 통해 크게 기여한 미국 프린스턴대의 앵거스 디턴(Angus Deaton) 교수에게 수여됐다.

 이러한 전문적인 소비이론과 실증분석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일부 대형 유통업체의 일시적 세일 행사가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될 만큼 큰 거시경제적 총소비 진작 효과를 내게 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더욱이 현재 우리 가계의 부채비중은 걱정스러울 정도로 높다. 따라서 정부의 소비진작책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진다면 미래의 소비를 오히려 줄이게 될 수도 있다. 특히 머지않은 장래에 예상되는 미국 연준(Fed)의 금리 인상과 국제금리 상승은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늘리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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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용석]


 한마디로 꾸준한 소득증가가 불확실한 가운데 추진된 소비진작책은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1997~98년 환란 이후 ‘소비는 미덕’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정부의 일부 시책이 몰고 온 2000년대 초의 소위 ‘카드 대란’과 그 후유증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점에서 당면한 불경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경제 살리기 정책의 초점은 역시 기업투자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기업투자는 GDP 대비 거의 30%에 이른다. 따라서 기업투자 촉진은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장단기 도전 즉 경기 회복과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GDP 대비 총투자율이 20% 내외 수준에 있는 미국과 독일 그리고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에 비춰볼 때 총투자율을 계속 높여나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질과 내용이 다른 투자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특히 모든 산업의 디지털화와 소위 ‘산업 4.0’을 위한 투자는 크게 늘려나가야 한다. 또한 기업 연구개발(R&D) 투자도 계속 늘려나가야 한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급이 수요를 거의 창출하는 듯한 분야에서 시장 주도를 위한 R&D 투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기업투자가 저조한 원인을 찾아 적절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 국내 기업투자 여건이 외국에 비해 불리한 것이 있다면 그것부터 고치는 것이 순서다. 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의 국내 인력운용 면의 애로가 해외투자를 선호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임을 알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해외투자를 늘려 나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국내 투자환경이 나빠 밖으로 나간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노동개혁’이 중요한 것이다. 또한 고부가가치의 일자리 친화적 투자는 각종 서비스 분야에 걸쳐 가능한데, 사회·정치적 벽에 부딪혀 각종 규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어 이 분야의 투자가 부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국회와 정치권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가장 비정치적이고 이성적으로 차분히 해결해야 할 차세대 역사 교과서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고 거기에 매몰돼 노동개혁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경제회생 관련 필요한 조치들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있어 안타깝다. 국제금리 상승을 눈앞에 둔 이 시점에서 더욱 시급히 추진돼야 할 많은 ‘좀비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필요한 법적·제도적 마련을 위한 조치도 예외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개혁에 대한 확고한 신념, 일관된 정책 추진 의지와 리더십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어 시급한 정책 과제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

 기업 특히 대기업들도 관련 중소기업과의 상생과 강력한 노조의 보호막 밖에 있는 대다수 근로자들의 고충을 덜어줄 수 있는 일에 솔선수범해 이들과 국민 모두의 마음을 사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이것이 정부의 기업투자 여건 개선에 대한 정치적 거부감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사공일 본사고문·전 재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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