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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박 대통령이 최고의 예우 받았다지만 정작 미 언론은…

16일(현지시간) 오후 2시 9분 백악관 이스트룸. 정상회담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각각 회담 결과를 설명한 뒤 양국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첫 질문은 미 CNN 기자. "오바마 대통령께 묻겠다. 얼마 전 미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을 본 느낌이 어땠느냐. 또 하나. 조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할 수 있을 것 같냐. 추가로 묻겠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폭력 사태 공방이 해결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고 존 케리 국무장관이 이야기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국 관련 질문은 없었다. 순간 한국 측 기자석과 수행원석에선 조그만 웅성거림이 나왔다.

미국 측 두 번째이자 마지막 질문자도 마찬가지였다. "첫째, 당신(오바마) 정부는 이란이 미사일 실험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명백히 말했는데 이란 정부에 대해 제재하는 데 찬성하느냐. 둘째, 시리아에 대한 미국과 러시아의 이해가 근접했다고 볼 수 있는가. 셋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당신의 정부가 이뤄낸 무역협정(TPP)에 반대한 데 대해 실망했느냐."

넷째도, 다섯째도 한국 질문은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장황하게 답을 하느라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던져진 유일한 질문("중국의 전승절에 가 러시아·중국 지도자와 함께 함으로써 미국에 무슨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건 거냐")을 잊고 "하도 길게 말씀하셔서 질문을 잊어버렸다"고 하는 장면도 나왔다(난 박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이런 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철저히 자국의 관심사에 집중하는 미국의 언론 특성을 감안하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 때와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때의 공동회견에 비하면 이번에 그 정도가 더 심했다.

회견이 끝난 뒤에 미 언론에서도 한미 정상회담 소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17일 오후 정상회견 화면이 TV에 비춰 반가운 마음에 음량을 크게 했지만 바이든 부통령 출마 여부에 대한 오바마의 발언이 짤막하게 소개됐을 뿐이었다. 워싱턴포스트도 국제면 구석에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제목은 오바마의 이란 관련 발언을 달았다. 이는 좋게 말하면 미 언론의 입장에서 보면 한·미 관계가 특별한 현안 없이 원만하기 때문이고, 나쁘게 말하면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쪽인지는 단언하기 힘들다.

이와 대조적인 게 한국 언론이다. 이번 방미 기간 중 "펜타곤(미 국방부) 의장대 행사를 16분이나 한 건 파격적 최고의 예우" "숙소인 블레어 하우스에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 사진 액자가 3개가 배치됐다" "부통령 관저로 '아시아 정상을 오찬 초청'한 건 처음" "펜타곤이 로프라인 미팅 형식의 장병 격려 행사를 타국 정상에게 허용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란 보도가 넘쳐났다.

의전을 잘 받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게 성과의 근거, 보도의 중심이 돼선 안 된다. 원래 외교에선 손님에게 줄 선물이 없을 때 의전을 더욱 극진히 하는 법이다. 이번 방미 성과만 봐도 그렇다. 펜타곤의 성대한 의전을 '이용'해 KF-X(전투기) 핵심기술 이전 건을 해결하려다 창피만 당했다. 한국에선 오바마의 환대에 미국 내 '한국의 중국 경사론'이 불식됐다고 한 목소리지만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 준수를 어기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미국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중국이 법을 무시하고 원하는 대로 한다면 한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오바마의 공동회견 '주문'에 방점을 두는 미국 내 반응도 상당수란 점을 자각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헌신적 외교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번 방미 기간 중 행사들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뭔가 우리 외교의 명확한 지향점과 그에 따른 논리적 메시지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 백악관 공동회견을 듣고 돌아서는 외국 기자들의 반응에서 그걸 느낀다. 이번 방미가 '영원한 친구' '한·미 동맹'의 구호와 원칙만으로 대미외교가 잘 굴러가는 시절은 지났음을 절감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한국 언론 또한 마찬가지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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