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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참모 “전화로 후보 결정하면 전 세계 웃음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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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을 마치고 30일 오전 5시20분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 대통령이 귀국 전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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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11시50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예고 없이 기자실을 찾아 ‘익명의 브리핑’을 했다. 김무성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전 5시20분, 미국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이 귀국한 지 6시간30분 만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 앞에서 여당 대표를 비판한 것이다. 민경욱 대변인은 오전 8시20분쯤만 해도 기자들이 안심번호 등에 대해 묻자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박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5가지 문제점을 나열했다. 그는 “첫째, 역선택을 차단할 수 있느냐, 민심 왜곡을 막을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 먼저 지지정당을 묻고 난 뒤에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얘기 같은데, 그럴 경우 역선택 또는 민심 왜곡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가장 크다”고도 했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 조직선거를 꼽았다. 그는 “통상 여론조사 응답률이 2%도 안 되는데, 결국 조직력이 강한 후보한테 유리해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세 번째 문제점으론 ‘세금공천’ 문제를 들었다. 이 관계자는 “중앙선거관리위가 (경선을) 관리하면 그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 것”이라며 “국민공천이라는 공감보다 ‘세금공천’이랄까, 이런 비난의 화살이 더 커지는 건 아닐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졸속 협상도 지적했다. 그는 “이런 중요한 일이 당의 최고위원회라든지 내부 절차 없이 합의됐다. 졸속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했다. 또 다른 청와대 참모는 “전화로 총선 후보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라면 전 세계에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익명만 요구했을 뿐 공개적으로 여당 대표를 비판하고 5가지의 문제점을 열거한 건 드문 일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추진하며 설정한 ‘정치개혁’ 프레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겠다는 의도가 아니면 이럴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엔 총선 공천 룰 문제를 더 이상 김 대표 손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청와대는 그간 친박계가 요구하는 일부 ‘전략공천’에 김 대표가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는 데 대해 불쾌해했다. 청와대가 공천에 관여할 여지가 없어지면 집권 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국회 내 ‘친박 세 확장’은 불가능해진다. 김 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 표출은 이번이 두 번째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이 금기시했던 개헌론을 꺼내 비판을 산 일이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 중이었다. 청와대 인사들은 “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김 대표가 사전교감 없이 일을 저질렀다”며 불쾌해하고 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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