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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범 죽었을 것, 자살할 놈은 아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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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석아, 신문에 민석이 얼굴 대문짝만 하게 나온 것 봤지? 잡은 거야. 우리가 잡은 거야.”

 우영구 형사는 신문을 들고 신나게 말합니다. 하지만 범인을 잡다가 칼에 복부를 찔려 병실에 누워 있는 김동석 형사는 눈을 감은 채 말이 없습니다. 심장박동을 체크하는 의료기기의 ‘삐익삐익’하는 소리만 요란할 뿐. 우 형사는 풀죽은 목소리로 말을 잇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우리 이름은 신문에 없어.” 1999년 개봉한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한 장면입니다.

 충무로에서 형사물은 인기 소재입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활약상을 다룬 영화 ‘베테랑’이 1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배우들의 몫입니다. 한 형사는 “정작 우리는 사회에서 욕을 먹을 때가 많은데, 우리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박수받는 걸 보면 아이러니하다”고 말합니다. 대중의 환호를 받았던 영화 속 그 형사, 그 실제 모델을 알려드립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박재인 경위, 김동석 경위=1998년 인천 검단 지역 나이트클럽 경영권을 두고 조직폭력단 간에 벌어진 살인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당시 이명세 감독은 1년여간 인천 서부경찰서 강력1반을 취재하면서 대본을 썼다고 한다.

 배우도 마찬가지. 모두 강력1반의 실제 형사들을 취재하며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벙거지를 쓰고 걸쭉한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는 우영구(박중훈) 형사는 박재인(51) 경위, 원칙을 중시하는 모범생 김동석(장동건) 형사는 동명의 김동석(48) 경위가 모델이다.

 김 경위는 “박중훈씨와 장동건씨가 10여 일 가까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사소한 습관이나 말투까지 익혔다. 잠복근무 등 사건조사는 물론 목욕탕도 같이 다녔다”고 회고했다.

 우 형사의 벙거지 패션이나 “판단은 판사가 하고 변명은 변호사가 해주고 형사는 무조건 잡는 거다” 같은 대사도 이런 과정에서 얻었다. 영화 제목도 바뀌었다. 원래는 ‘형사수첩’이었다. 하지만 소매치기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김 경위가 “이런 나쁜 놈들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고함을 지른 데서 착안해 이 감독이 제목을 바꿨다고 한다.

 현재 두 형사는 인천 서부경찰서 형사과를 떠났다. 박재인 경위는 경기도 안양 만안경찰서 안양지구대에서, 김동석 경위는 인천 서부경찰서 경무과에서 근무 중이다.

 ◆‘살인의 추억’-하승균 전 경정=하승균(69) 전 경정은 1986년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첫 사건이 벌어졌을 때 수원경찰서 형사계장으로 재직하던 중 수사본부에 파견됐다. 이후 경기지방경찰청 강력주임, 수원남부서 형사과장 등을 거치며 이 사건을 계속 조사했다. 천신만고 끝에 잡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증거불충분’으로 내보내며 아쉬워했던 박두만(송강호) 형사처럼 하 전 경정은 “경찰에서 은퇴한 지금도 여전히 그 사건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하 전 경정은 “범인은 죽었다고 본다. 자살할 놈은 아니고… 살아 있다면 절대로 범행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범인에 대해 “살인을 통해 자신의 나약함에서 벗어나고, 시체 앞에서 과시하려는 변태”라며 “불행한 가정에서 성장해 부모로부터 폭행당하고 친구도 없었으며, 술을 많이 마셨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 전 경정은 2003년 이 사건의 조사 과정을 담은 『화성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2005년 경기청 수사지도관을 끝으로 퇴임해 지금은 수원월드컵경기장 스포츠센터의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무방비도시’-홍창화 경위=최근 ‘베테랑’으로 주목받는 광역수사대를 최초로 다룬 영화다. 기업형 소매치기 조직을 추적하는 조대영(김명민) 경사를 중심으로 광수대의 활약이 펼쳐졌다. 광수대에서 가장 높은 검거율을 기록한 엘리트 형사 조 경사의 실제 모델은 인천 강화경찰서 수사과의 홍창화(50) 경위다.

 홍 경위는 경찰 생활 18년 중 15년을 수사 파트에만 있었던 베테랑 형사다. 2008년 광역수사대에 근무할 당시 KBS 교양프로그램 ‘스펀지’ ‘위기탈출 넘버원’ 등에 출연하면서 영화 ‘무방비도시’의 모델로 선택됐다. 홍 경위는 “이상기 감독이 찾아와 광역수사대에서 한 달여간 동고동락했다. 조사를 할 때면 여러 명의 시나리오 작가가 참여했다”고 말했다.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작업 후 보내줘서 조율을 많이 했어요. 특히 이전 영화들에서는 형사들이 쌍욕을 많이 하는데 내가 ‘그런 부분은 실제와 다르다’고 해서 반영됐습니다.”

 그는 “영화 속에 나오는 김명민씨의 캐릭터는 100% 내 모습”이라면서도 “물론 손예진씨와의 러브라인은 픽션으로, 만일 그랬다면 진즉에 잘렸을 것”이라고 껄걸 웃었다.

◆‘극비수사’-공길용 전 총경=영화 속 ‘은주양 유괴사건’은 1978년 부산에서 발생한 정효주양 유괴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영화 속 주인공인 동명의 공길용 형사는 당시 부산진경찰서 경사였다. 공 전 총경은 “곽경택 감독이 영화 ‘친구’를 만들 때 조언을 해주다가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영화화됐다”며 “솔직히 나는 당시 피해자 가족이나 경찰 조직에 누가 될 수도 있을까 봐 영화로 만드는 데 반대했다”고 말했다.

 공 전 총경은 영화의 핵심 내용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도 얘기했다. “실은 수사 직후 유명 점술가인 김중산 선생을 만나 도움을 받았습니다. 김 선생이 15일 만에 범인에게서 전화가 오고, 33일 만에 아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줬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공개하기 어려웠죠.”

 문제의 사건을 해결한 공 전 총경은 부산 송미장 여관 암달러상 살해사건(1971년), 영도 청학동 수출품 컨테이너선 도난사건(1975년) 등 부산의 굵직한 강력사건을 해결한 전설적인 형사다. 그 덕분에 말단 순경에서 경감까지 네 차례에 걸쳐 특진을 했다. 공 전 총경은 부산경찰청 외사과장으로 근무하다 2002년 은퇴해 현재는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유성운·박병현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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