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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월급쟁이 고난 시대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단언컨대 내년은 월급쟁이에게 고난의 해다. 월급이 크게 오르는 건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허투루 회사 비품을 썼다간 망신당할 수 있다. 감원도 있을 것이다. 이미 조짐은 안 좋다. 대기업은 이맘때부터 내년 사업계획을 짠다. 올해 사업계획, 그러니까 지난해 만든 계획에는 여지가 좀 있었다. 불확실했기 때문에 결정하지 않고 미뤘다. 그런데 올해는 틈이 없다. 중국 증시가 흔들려 부정적 확신은 더 굳어졌다. 관성대로 하면 답은 하나다. “딴 거 없어. 경비 줄이고, 관리 세게 하는 거지.” 기업 임원들이 너나없이 하는 얘기다. 삼성전자 내년 계획의 토대는 긴축이다. 주가가 10여 년 전으로 역주행한 LG전자는 말할 것도 없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관리 경영을 무작정 낡은 것으로 규정할 순 없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은 사무친다. 그러나 근원적인 깔딱고개 대처법은 다시 봐야 한다. 지금 넘는 고개는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형태다. 지형에 맞지도 않는 등산화의 끈을 더 세게 묶는다고 해결될 게 아니라는 얘기다. 먼저 오른 기업은 신발 자체가 달랐다. 위계에 의한 관리보다, 개인의 창의에 기초한 목표에 중점을 뒀다. 문화는 수직적이지 않고 수평적이다. 구글·페이스북·픽사 등이 그렇다.

 구글 직원(미키 김 아태 지역 크롬캐스트 파트너십 총괄)의 설명이다. “한국 기업은 ‘오 과장·김 대리·장그래’로 대변되는 팀 중심이다. 반면 실리콘밸리 기업은 개인에게 역할과 책임을 부여한다. 한국 기업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페이스 타임’이 중요하다. 반면 실리콘밸리에서는 개인이 자기 일정대로 일한다. 따라서 시간 효율성은 극대화한다. 대신 철저한 성과 평가를 한다.”

 구글 등이 성공했기 때문에 그들의 조직이 선진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거꾸로다. 평평한 조직 형태를 갖춘 회사만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무엇보다 변화가 빠르다. 과거에는 판단이 늦어도 실행이 빠르면 추격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런 추격형 조직의 효용은 크게 줄었다. 20대가 쓸 디지털 제품을, 30대가 기획해서, 40~50대 팀장을 거쳐, 60대 아날로그 사장이 결정하는 구조로는 급변하는 시장을 만족시킬 수 없다. 게다가 기술과 사회가 복잡해져서 리더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돌격 명령을 내리기도 어려워졌다. 개별 전문 분야로는 더 이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항복 선언을 한 결과가 통섭과 융합이다.

 내년 사업계획을 짤 대기업의 최상급 인력들이 모를 리 없는 얘기다. 그러나 누구나 급한 것에 매달리다 보면 중요한 걸 놓칠 수 있다. 월급쟁이 쥐어짜기보다 힘들지만 중요한 조직의 변화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내년만이 아니라 10년 후도 있지 않은가. 경영학의 대가인 와튼스쿨 조지 데이 교수의 말을 빌린다. “불황기에는 작은 도전에 매몰되기 쉬운데, 이게 큰 도전을 밀어낸다.”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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