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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전통공방·현대작가 손잡으니, 접시 덮개가 1200만원


12일 찾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은 논쟁과 파격의 현장이었다. 프랑스의 역사와 전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국가적 상징물로서 지키고, 유지하고,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프랑스인들로부터 멀어졌다. 그런 가운데 7년 전 거대한 충돌이 일어났다. ‘베르사유’를 둘러싼 전통과 현대의 대격돌이었다. 베르사유궁은 현대 미술가 제프 쿤스의 알록달록한 풍선 강아지를 궁 안에 설치했다. 마치 우리의 경복궁 정전 앞에 풍선 강아지를 세운 셈이었다. 논쟁은 거세고 치열했다. 심지어 루이 14세 후손은 가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격돌은 멈추지 않았다. 2010년에도 베르사유궁은 논쟁의 중심에 섰다.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의 팝아트 전시를 열자 프랑스 보수주의자들이 “역사에 대한 모욕”이라며 집단으로 반발했다. 올해도 그랬다. 현대미술가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 중 ‘더티 코너(Dirty Corner)’가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 끝에 전시 중이던 작품은 ‘노란 페인트 테러’를 당했다. 르몽드지는 “논란이 거센 만큼 베르사유궁의 인기가 올라갈 것”이라고 평했다.

 지금도 베르사유궁은 변화를 멈추지 않는다. 전통과 현대의 파격적 융합이야말로 전통문화 유산이 새롭게 부활하는 하나의 통로임을 그들은 알고 있는 듯하다.

 국내에서도 이런 시도가 시작됐다. 지난 13~15일 덕수궁 석조전에서는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였다. 달밤 아래 고궁에서 건축물 외벽에 스크린을 활용, 아름다운 영상을 쏘는 식이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 이상렬 부연구위원은 “먼저 전통문화 유산이 한국인의 일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그럴 때 전통문화의 세계화도 가능하다.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로 문화유산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통이 숨 쉬는 문화상품 개발=13일 파리의 세브르 박물관을 찾았다. 1층에는 한정판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가격이 놀라웠다. 독일 디자이너 알더 바커와 협업한 돔 모양의 접시 덮개는 9000유로(약 1226만원)였다.

 이곳의 열쇠 역시 전통과 현대의 융합이었다. 16세기 관요(官窯)로 세워진 세브르 국립도자기공방 겸 박물관은 수백 년간 쌓아온 도자기 제작 노하우가 있다. 이 ‘전통’이 추상화가 파블로 피카소, 조각가 루이 부르주아, 일본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 한국의 이응로 화백 등 ‘현대’와 만났다. 폭발력은 커졌다. 이들이 디자인한 작품은 5점 소량만 제작된다. 박물관과 작가가 한 점씩 보유하고 나머지는 경매를 통해 판매됐다. 가격은 수억원대를 호가했다.

 ◆체험이 상품이다=2013년 5월 영국 포츠머스 항구에 문을 연 메리로즈호 박물관은 침몰한 배를 복원해 체험형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좋은 사례로 꼽을 만하다. 1982년 영국 정부는 400년 넘게 바다에 잠겨 있던 이 배를 끌어올리기로 결정하고 수십 년간의 복원 과정을 거쳐 배 전체를 둘러싼 박물관을 만들었다. 관람객이 몰리는 곳은 당시 선원들이 먹었던 음식을 직접 만들고, 군인들이 사용한 활을 쏴 보는 체험 코너다. 16세기 튜더 왕조 시대를 직접 살아볼 수 있게 꾸민 이 박물관은 개관 1년 만에 약 5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체험이야말로 현대 관광의 트렌드이자 ‘컬처 쇼핑’의 핵심적 특징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전통문화를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매주 화요일 서울 강남 한국문화의집(KOUS) 무대에 전통 춤판 ‘화무(火舞)’를 올리고 있는 진옥섭 예술감독은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코우스에 가면 무림(舞林)의 최고수들이 겨루는 한 판 춤바람이 있다는 걸 각인시켰더니 외국 관람객 수가 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화요일에 거기 가면 최고급 전통춤이 있다’는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파리·베르사유(프랑스)·포츠머스(영국)=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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