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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금요일] 비만이 부른 경제적 손실

‘비만과 전쟁의 최전선!’

 호주 시드니대 찰스퍼킨스센터(CPC)의 별명이다. 이 센터의 샤린 리머 선임연구원은 그 별명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CPC는 비만·당뇨·심장질환 전문 리서치·치료 센터다.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영국 식민지 시절 지어진 대학 본관 건물과는 달리 CPC 건물은 21세기 초현대적인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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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머는 “그 전쟁은 ‘총력전(total war)’”이라고 말했다. 무슨 말일까. 그는 “비만 치료는 의학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며 “정치·경제적 수단이 총동원돼야 비만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럴 만하다. 비만의 경제적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비만의 경제적 손실은 매년 2조 달러(약 2340조원)에 이른다. 비만과 과체중인 인구가 21억 명(세계 인구의 30%)에 달해 직간접 비용이 그렇다는 얘기다. 인도의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돈이 비만 때문에 소진되는 셈이다. 미국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만의 경제적 손실은 흡연(2조1000억 달러), 전쟁·테러·무장강도(2조1000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라고 설명했다.

 리머 선임연구원은 “미래는 더 음울하다”고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절반 가까이가 2020년엔 과체중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됐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은 이미 전 인구의 65%가 과체중이다. 2020년엔 75% 정도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의 과체중 인구는 현재 30% 정도다. 2020년엔 35%까지 늘어난다. OECD는 “2020년 한국은 현재 프랑스와 이탈리아·호주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도 비만의 안전지대가 아니란 분석이다. 비만인의 대표적인 질환은 당뇨병이다. 한국인은 당뇨병에 더 취약하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교수는 “한국 등 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당뇨병에 한결 취약하다”고 말했다. 칼로리 소모에 필수인 인슐린을 생산하는 베타세포 수가 서양인보다 50% 정도 적어서다. 일부에서는 쌀이 주식이라서 그렇다는 지적을 하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아시아는 사실상 ‘당뇨 대륙’이다. 영국 셰필드대 월드매퍼(Worldmapper)가 만든 ‘당뇨병 지도’를 보면 한국·인도·중국·일본 등의 면적이 현재 최대 비만국인 미국보다 넓다. 당뇨 환자 수를 기준으로 기존 지도를 변형해 그렸기 때문이다.

 비만이 심각한 경제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자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전문가들이 비만 때문에 한 나라 전체가 치르는 비용만 분석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일상에서 받는 불이익까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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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연구자가 미국 코넬대 존 콜리(경제학) 교수다. 그는 살찐 사람들이 채용과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실을 최근 밝혀냈다. 이런 손해를 돈으로 환산해 보니 미국에서만 한 해 4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살찐 사람이 겪는 불이익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평등·복지 등을 중시하는 스웨덴에서도 살찐 사람이 보수 등에서 불이익을 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비만 직장인과 그렇지 않은 직장인 간의 임금 격차가 상당하다”고 보도했다. 비만인은 대학 졸업장이 없는 사람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왜일까. CPC의 리머 선임연구원은 “기업이 체중을 이유로 직간접적인 차별을 하고 있어서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신 “전문가들은 살찐 어린이가 자신감·도전정신·창의성을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하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릴 적 과체중이나 비만 때문에 자신감이나 도전정신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아 성인이 돼 승진 등에서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그래서 호주 정부는 비만을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1000명에 가까운 전문가가 시드니대 CPC에 모여 비만이란 화두를 연구하고 있는 이유다.

 최근 이런 비만 연구에 새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톰슨로이터는 “비만의 죄책감을 씻어주는 연구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무슨 말일까. 기존 연구는 개인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비만의 원인으로 봤다. 하지만 요즘 연구 결과 비만은 개인적인 요인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톰슨로이터는 “교육 수준이 최근 주목받는 변수”라고 전했다. OECD 분석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과체중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OECD는 “회원국 가운데 한국 여성의 체중이 교육 수준에 가장 크게 영향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교육 수준이 낮은 한국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과체중이 될 확률이 5배 정도 컸다”고 밝혔다. 이는 OECD 회원국 여성 가운데 가장 높다. 반면 한국 남성의 체중은 교육수준과 관련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요인은 식품가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 체질량지수(BMI) 증가분의 41~43% 정도가 식품 가격 탓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BMI는 몸무게를 미터로 환산한 키(170㎝이면 1.7)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다.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널리 쓰이고 있는 비만 척도다. NYT는 “1980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패스트푸드 등의 값은 많이 떨어진 반면 채소 값은 올라 비만을 부추겼다”고 했다.

 이런 식품 간의 가격 변동 차이는 신자유주의 혁명과 관련이 있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CEPR)에 따르면 80년 신자유주의의 본격화 이후 식품 유통이 글로벌화했다. 막대한 자본이 외식산업 등에 투자된 탓이다. CEPR은 “외식 업체들은 대체로 대중의 입맛에 맞는 고열량 식품을 싸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What is to be done). 요즘 미국에선 학교 급식을 저열량·저염 식단으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가 앞장서고 있는 ‘레츠 무브(Let’s move)’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비만이 아이들의 자신감·도전정신 등을 억압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주마다 다르지만 납세자 70% 가까이가 세금을 더 내서라도 비만 퇴치에 초점을 맞춘 급식을 공급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센티브 시스템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만 때문에 기업이 부담하는 건강보험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줄이기 위해 체중 감량에 성공하면 성공 보너스를 주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인센티브를 줄 때도 요령이 있다. 코넬대 콜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같은 감량 성공 보너스를 주더라도 분기가 아니라 매달 주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감세 인센티브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몇몇 지방정부가 헬스클럽 등 지역 내 스포츠 시설에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가입비 등을 낮춰줬다. 더타임스는 “헬스클럽 회비가 낮아지자 운동 인구가 적게는 27% 정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세계 경제 3위의 위협요인인 비만과의 전쟁에서 개인보다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커지는 것이다.

시드니=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과체중과 비만

비만은 몸 안에 지방이 필요 이상으로 쌓인 걸 말한다.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경우다. 반면 과체중은 BMI가 23~24 사이다. 단 운동을 해 근육이 많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BMI보다 체성분 검사로 전체 몸무게 가운데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를 따져 비만 여부를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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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