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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순환출자 80% 끊겠다” … 민심·정부 압박에 승부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국민 여러분께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로 많은 심려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서 있는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지탄의 대상이 됐던 순환출자 고리를 416개에서 연말까지 83개로 줄이는 등 지배 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또 “롯데는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며 내수 진작, 고용 창출,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공언했다. 등 돌린 민심과 정부 압박을 의식한 승부수다.

 신 회장은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장 먼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최근의 사태는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배 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오늘 이후 국민 여러분과 정부·주주·임직원·협력업체 여러분이 우려하는 점을 과감하게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했다. 신뢰감을 주기 위함이다. 신 회장은 “남아 있는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연말까지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현재 416개로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밝힌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459개) 중 90.6%를 차지한다. 2013년 이전에는 순환출자 고리가 9만5033개에 달했다. 이 정도면 ‘거미줄’에 가까운 구조다. 그나마 잔가지를 대폭 쳐 굵직한 고리 416개만 남겨 놓은 상태다. 신 회장은 “순환출자 고리를 83개로 줄이는 데는 7조원이 들며, 이는 롯데그룹 순수익의 2~3년치에 해당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만큼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핵심에 자리한 계열사는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다. 올 4월 현재 416개 순환출자 고리 가운데 92.1%에 달하는 383개에 롯데쇼핑이 자리한다. 롯데제과 역시 361개 고리에 엮여 있다. 수면 아래 드러나지 않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도 변수다. 2013년 당시 롯데는 공정거래위원회에 한 주 이상 주식으로 얽힌 순환출자 고리를 142개라고 보고했지만 전산 분석 결과 10만 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순환출자를 하게 되면 적은 자본으로 다양한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어 경제력 집중과 경영권 편법승계가 우려되고, 계열사 하나가 망하면 연쇄도산의 가능성이 있어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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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9개의 금융 계열사도 난제다. 롯데는 롯데손해보험·롯데카드·롯데캐피탈을 비롯해 이비카드·인천스마트카드·한페이시스·경기스마트카드·부산하나로카드·마이비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가 신 회장이 말한 대로 지주회사로 그룹 체계를 바꾸려면 금산 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 분리가 필수다. 역시 막대한 비용과 지배 구조 리스크를 져야 하는 수순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은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지난해부터 검토해왔는데 가까운 시일 내에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호텔롯데는 연 매출이 호텔신라의 2배 규모여서 시가총액 또한 호텔신라(4조9300억원)의 2배인 10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은 또 관심을 모았던 일본 L투자회사의 실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L투자회사는 호텔롯데의 지분 72%가량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그는 “1970년대 초반 호텔롯데는 10억 달러라는 자금을 들여 설립한 회사”라며 “그 당시 막대한 투자자금이어서 다수의 일본 롯데 계열사가 공동으로 투자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2000년대 들어 일본 롯데제과 등이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을 분할하면서 남은 투자부문이 L투자회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일본으로 넘어간 배당금이 한국 전체 영업이익의 1.1%에 불과하다”며 “L투자회사는 국부가 일본으로 유출되는 창구가 아니라 일본 롯데가 한국으로 투자하는 창구였다”고 강조했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는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주총에서 표 대결은 벌어지지 않는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명예회장 안건은 변호사에게 확인한 결과 정관 변경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해 이번 의결사안에 들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선임과 기업지배구조 등 경영 투명성 개선을 위한 안건이 올라 있고,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의 개최 청구는 없었다고 롯데 측은 덧붙였다.

글=심재우·이현택 기자, 세종=조현숙 기자 jwshim@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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