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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기로 만든 소리, 파도·바람을 품었네

한·일 일렉트로닉 음악 듀오 텐거의 마르키도(왼쪽)와 있다가 공연할 때 쓰는 모듈러 신시사이저와 하모니움을 앞에 두고 섰다. 그들은 연주할 때 직접 찍은 자연 영상을 튼다. [사진 윤지원 사진작가]

웅웅거리는, 제법 큰 전자음 속에서 네 살 아이가 ‘나비잠’을 자고 있다. 의자 두 개를 붙여 놓은 잠자리인데도 달게 잔다. 공간 앞쪽에서 아빠는 모듈러 신시사이저(키보드 대신 모듈화된 장치로 이뤄진 신시사이저), 엄마는 하모니움(인도악기로 작은 오르간)으로 원시 부족의 합창 같은 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환영처럼 들려오는 소리가 아이에게 자장가가 된 모양이다. 15일 저녁 서울 홍대 요기가 갤러리에서 열린 일렉트로닉 사이키델릭 음악 듀오 텐거(Tengger)의 공연 현장이다.

 2005년 결성한 텐거는 올해로 11년차 중견 그룹이다. 한국인 있다(최정은·35)와 일본인 마르키도(41)는 음악으로 만나 2010년 부부가 됐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이들은 결성 직후부터 해외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최대 음악 축제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뮤직페스티벌)에 초청 받았다. 2010년 오노 요코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중국에서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 ‘싱 포 차이나’에서 한국 뮤지션으로 유일하게 참여하기도 했다.

 텐거의 음악은 실험적이면서 원시적이다. 전자음인데 파도·바람 같은 소리가 난다. 그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전세계를 떠돌며 유목민처럼 살았고, 2012년 아이가 태어나고선 제주에서 3년간 거주했다. 올해부터 일본 에히메현의 산간지역 구마코겐의 낡은 집을 고쳐 살고 있다. 전자음악 듀오인데 자연친화적인 삶과 음악을 쫓는다. “천둥 치는 소리도 전기로 발생한다. 자연과 전자음은 이어져 있다”는 게 텐거의 음악철학이다. 자연의 소리를 흉내내 만든 악기보다, 다양한 소리를 조합할 수 있는 전자음으로 자연에 더욱 가까운 소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종종 국내 공연을 할 때면 뮤지션들이 주로 텐거의 공연장에 온다.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이들의 공연에서 음악적인 영감을 받기 위해서다. 이날 공연 때도 악보도 없고, 따라 부를 멜로디도 없는 연주가 시작되자 청중 대다수가 눈을 감았다. 텐거의 음악은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는 음악으로 정신집중에 도움을 준다는 ‘앰비언트 뮤직’(Ambient Music)에 가깝다. 텐거는 “우리는 소리로 공간을 만들고 싶다. 우리가 만드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이 공간 말고 다른 공간을 여행하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북 포항 출신인 있다는 고3 때 아버지가 작고한 후 생계를 위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음악을 시작했지만 소리에 대한 궁금증이 그를 오늘날로 이끌었다. 있다를 만나기 전 마르키도는 랩탑 하나만 들고 전세계를 다니며 즉흥연주를 하고 있었다. 두 소리 탐구가가 만나 텐거가 됐다. 텐거는 존재하는 소리로, 존재하지 않는 듯한 음악을 만들고 있다. 일본 시코쿠 섬에 있는 88개 절을 돌며 현장 소리를 녹음하고선 그 소리를 압축해 4분59초짜리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텐거는 몽골어로 ‘경계없이 큰 하늘’을 뜻한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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