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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투기자본에 우려 컸다” … 수익률도 유리 판단

“신중하게 결정했다.” 10일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 강남사옥 9층 회의실. 3시간 넘게 회의를 한 위원들이 회의장에서 빠져나간 직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찬반 결정은 내렸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 줄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복수의 국민연금 관계자는 “합병안에 찬성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렀다”며 “다만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외부 공표는 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국민연금의 대표성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기관투자가이며, 그 종잣돈이 국민의 노후대책 자금이기도 하다. 결국 국민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게 뭐냐는 차원에서 의결권을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다. 특히 이번 합병이 무산될 경우 국내 다른 기업들도 투기적 헤지펀드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국민연금 핵심 관계자가 "투기자본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합병회사의 비전도 감안했다. 합병 삼성물산이 2020년 매출 60조, 세전이익 4조원이란 수치를 제시했다. 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내년 상반기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장·단기 수익률 측면에서 합병이 유리하고, 합병 삼성물산이 적극적인 주주 환원정책을 천명한 점도 ‘찬성’에 무게를 실은 이유다.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인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사견을 전제로 “국부 유출은 물론 기업들의 투자 위축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민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찬성하더라도 고비를 넘긴 정도지 주총 표 대결에서 합병안이 통과된다는 보장은 없다.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이 모두 찬성표를 던져도 안정적인 의결권 확보와는 거리가 있다. 반대표를 얻어 내야 하는 엘리엇매니지먼트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총성 없는 전쟁’은 지금부터가 본게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기업설명회(IR)를 통해 밝힌 주주 친화정책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우선 회사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이사회가 주주의 권익을 반영토록 하는 ‘거버넌스위원회’에 외부 전문가 3명을 추가 선임키로 했다.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면 주주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주주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주주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사회공헌 기금을 영업이익의 0.5%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소액주주 모시기에도 나섰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500주 이상을 들고 있는 개인투자자를 ‘맨투맨’식으로 찾아다니며 의결권 위임 권유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삼성물산 직원들의 진정성을 보고 찬성 비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엘리엇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연금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안건을 정식으로 회부해 주주와 연금 가입자들에게 투명하고 적법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 소액주주에게 보내는 성명’을 통해 “제일모직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에 저평가된 가격을 제시한 합병안의 반대에 동참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예·손해용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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