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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m 늘어서던 택시 사라지고 빈소 14곳은 모두 비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국내에서 발병한 이후 처음으로 10대 환자가 발생했다. 이 학생은 지난달 27일 외과 관련 진료 때문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8일 오후 병원 방문객 대기석이 비어 있다. [뉴시스]

방호복을 입은 119 구급대원들이 8일 메르스 의심환자를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오종택 기자]
8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 월요일 아침마다 50m 이상 늘어서 있던 빈 택시들의 긴 행렬이 사라졌다. 기자가 타고 온 택시의 운전사 조용석(56)씨는 “여기 택시가 한 대도 서 있지 않은 날도 있네. 살다 살다 별걸 다 본다”며 신기해했다.

 전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있었던 병원들의 이름이 공개된 이후 첫 외래 진료일을 맞은 이 병원의 모습은 평소와 180도 달랐다. 환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월요일. 진료 시작 시간인 오전 9시가 지났는데도 접수창구는 썰렁했다. 접수창구 앞 대기 좌석 200여 석에는 10여 명이 마스크를 낀 채 서로 거리를 두고 앉아 있었다. “입원한 아내를 보살피기 위해 3일째 온다”는 조모(40)씨는 “병원에서 감염 위험이 없다고 설명해 주는데도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병원을 오가는 사람들은 거의 다 마스크를 낀 상태였다. 수술 부위에 대한 처치를 위해 경남 창원시에서 이날 올라온 조현미(28·여)씨는 부모님과 함께 오려던 계획을 바꿔 혼자 왔다. 그는 “나는 20대라서 큰 걱정을 안 하지만 암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올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본관에서 암병원으로 이어지는 로비의 대기석과 테이블도 비어 있었다. 평소 환자나 보호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던 곳이다. 암병원 수술실 직원은 “거동이 가능한 암 환자들은 평소 로비로 나와 담소를 나누는데 지금은 병실에서 나오는 걸 겁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방암 검진을 위해 대구에서 올라온 정모(72·여)씨는 “병원 오는 문제를 놓고 가족회의까지 열었다. ‘대형 병원인데 위험하겠느냐. 암 검사가 더 중요하다’는 사위 말을 듣고 상경했다”고 말했다.

 응급실이 있는 본관과 400여m 떨어져 있는 장례식장도 된서리를 맞았다. 장례식장에 마련된 14개 빈소는 모두 비어 있었다. 간간이 청소하는 직원과 관리원만 빈소 사이를 오갈 뿐이었다. 평소 방문객을 빈소로 안내하던 안내판은 전원이 아예 꺼져 있었다. 1층의 안내 직원은 “1층 카페가 문을 닫아 장례식장 전체가 폐쇄된 것처럼 보이지만 빈소 이용객이 들어오지 않았을 뿐 운영은 그대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평소 하루 8500명 정도 오는 외래 내원객이 지난주 5600여 명 수준으로 줄었으며, 당분간 감소세는 예상되나 그 이후엔 사정이 나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이날 “확진 환자 수가 4일 15명으로 정점에 달한 뒤 5일 9명, 6일 4명으로 점점 줄고 있고 환자들도 열이 떨어지는 등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각 다른 대형 병원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메르스 환자가 나온 서울 광진구의 건국대병원 입구에 서 있던 택시운전사 장모(67)씨는 “평소엔 10분만 기다리면 손님을 태워 나갔는데 오늘은 30분째 대기 중”이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서울 강동구의 강동경희대병원에서 만난 유모(78)씨는 “허리뼈 골절로 3주간 입원해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메르스 환자가 병원에 다녀갔다는 얘기를 듣고 퇴원을 서둘렀다”며 황급히 병원 밖으로 나갔다. 이 병원 관계자는 “입원 환자들이 병실 밖으로 나오지 않아 병원이 텅 빈 느낌”이라고 말했다.

글=노진호·임지수·백민경 기자 yesno@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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